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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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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16:43

봄이로소이다~

조회 수 99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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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4월 8일 금요일

원지에 내리자마자 벚꽃이 환하게 피어서 저를 맞이해 줍니다.
저번 주에는 소식도 없었는데 일주일 만에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한이 한빛 녀석들 눈망울 마주치며 얼굴 비비고,, 신랑은 그 밤에 탕수육을 만들어 준다고 부엌에서 맛난 냄새를 솔솔 풍기고 있습니다.^^

♤ 토요일

어제 남은 고기에 김치 송송 썰어 찌게를 준비하고 집 뒤꼍에 난 신선초랑 씀바귀도 한줌 뜯어 된장에 쌈 싸먹자고 내었더니 신랑은 아침이 진수성찬이라 아주 맛나게 먹습니다. ㅎㅎ

비가 올 듯 하늘은 조금 흐려있고 신랑은 논에 못자리 삶는다고 경운기로 갈고 있습니다.

쑥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고 고사리도 이제 고개를 숙이고 빠끔히 나오고 참나무버섯도 앞을 다투어 자라고 있습니다.
두릅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녀석이 제일 게을러 보입니다. ㅋㅋ

연분홍 진달래꽃도 피었고 노오란 개나리, 분홍 복사꽃, 빨간 동백꽃, 목련 꽃,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벌이 벌떼처럼 달려오는 명자나무,,,

지금부터 봄이라는 듯 온 산에 꽃들이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추어 논 갈고 밭 가는 농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말입니다.^^

신랑은 전정가위를 들고 한이랑 나무를 다듬고 있습니다. 집 주위의 나무들이 이발을 한 듯 산뜻해 보입니다.^^
한빛 녀석은 어부바~를 하면 어찌 알고 제 등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이쁜지고~ ㅎㅎ

점심엔 꽃게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맛나게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물을 머금었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우선을 빨래들을 원두막으로 옮겨놓고 신랑도 뒷정리를 하고 들어옵니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일찍 들어와 이순신을 보며 쉰다는 신랑,,
한이는 동생 놀린다고 엄마를 독차지하려 안겨옵니다.
옆에서 한빛녀석 앵앵거리며 머리를 들이밀고, 그래도 안되니 울어보다가 아빠에게 꺼이꺼이 하며 기어갑니다. ㅋㅋ

오빠가 뭐라고 이야기할 때 귀를 쫑긋하며 자세히 듣고 티브이에서 동요가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춤까지 춥니다.

엄마랑 같이 목욕하겠다고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를 도와주는 한이녀석,
결국은 일주일에 한번 머리감고 목욕하는 겁니다. 때 나온다고 욕하지 마시길...^^  
한빛 목욕대야에서 한참을 물놀이 하고 물싸움을 하니 욕실이 물로 범벅이 되고 맙니다.
작년에 비해 떡 벌어진 어깨며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하며,,, 점점 커가는 녀석이 보입니다.^^

♤ 일요일

비가 여름 장마비처럼 제법 굵직하게 내립니다.
이 비에 나무들은 또 쑤욱쑥 자라겠지요.^^

오후가 들어서면서 하늘이 열리더니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합니다.
신랑은 줄장미도 다듬어 한데 묶고 매실나무도 가지치기 하고 주변정리에 들어갑니다.

잔치 때 연산홍 꽃들이 활짝 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다음주가 녀석들의 시대가 될 듯 합니다.  

우리는 씨나락을 담그고 작년에 씻어놓았던 모판을 꺼내 체에 곱게 걸러둔 흙을 담기 시작합니다.
모판 130개

"작년에 언제 모판을 내었더라?" "글쎄 이맘때가 아니었나?"
초보 농사꾼,, 언제 능숙하게 될런지요. ㅎㅎ

모판에 고운 흙을 담고 흙 칼로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수평을 맞추면 한이는 옆으로 옮겨 차곡차곡 쌓고,,

신랑은 삶은 논에 흙 가라 앉힌다고 괭이 들고 가고 한이랑 제가 물려받아 모판에 흙을 채웁니다.
녀석이 제법 잘 하지요. ㅎㅎ

한참을 고운 흙 속에서 놀다가 심심했는지 긴 장화를 신고는 아빠 옆으로 뛰어가는 녀석,
발로 첨벙첨벙 뛰어다니다 둑 하나 터트려서 아빠에게 구사리 듣고~ ㅋㅋ

쨍한 햇볕에 덜 바른 이불 빨래들 쫘악 펴서 널어놓습니다.
표고버섯에 당근 대파 송송 썰어 전 부치고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산님이 남사마을에서 걸어 넘어오시고 우리는 밖에서 콩나물 국에 밥을 먹습니다.
한빛에게 처음으로 신발 신겨 땅에 내려주고 신선초에 삶은 양배추에 머위잎새 얹어 맛나게 먹습니다.
햇볕에 얼굴이 탈까 고개를 살짝 돌리고 김치도 쭈욱쭉 찢어서 먹고 말입니다.ㅎㅎ

사방에 꽃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식욕이 살아나는 걸 보면 봄은 봄인가 봅니다.^^
  • ?
    오 해 봉 2005.04.12 23:12
    한이네집의 행복한 모습을 눈으로 보는듯 하네요,
    근면 성실한 한이네아빠의 넉넉한웃음이 떠오르고
    엄마왔다고 좋아하는 한이와 한빛이의 행복한 모습.....

    "한빛 녀석은 어부바~를 하면 어찌 알고 제 등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이쁜지고~ ㅎㅎ"

    늦은밤 미소지으며 아름다운글 행복한가정을 읽었습니다.
  • ?
    김현거사 2005.04.13 20:35
    끼득이님!
    농가월령가를 벽에 붙여놓으면
    시도 감상하고
    농가가 철 따라 할 일 다 나와요.
    올해도 맛있는 쌀 신청합니다.
    봄부터 신청하면 가능하지요?
  • ?
    진로 2005.04.13 20:36
    집이 한부분씩 완성되어 가면서 기쁨이 마구 넘쳐 나겠습니다.
    올핸 유기농쌀 미리 예약합니다.
  • ?
    허허바다 2005.04.14 09:44
    ㅎㅎㅎ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게다가 계절까지 봄이네요 ^^*
  • ?
    선경 2005.04.14 10:45
    한이가 어쩌면 그렇게 엄마를 잘 도와 줄까요...
    너무 귀여워요...대견하고요...효자는 어릴때부터 알아봅니다
    신선초에 삶은야배추에 머위잎새 얹어서...봄의 신선한 향기...
    행복 가득하세요....끼득이님
  • ?
    아낙네 2005.04.15 12:17
    아빠를 도와 모판에 흙을 채우는 기특하고 듬직스런 한이의 모습만
    보아도 초보농사꾼으로 보기 어렵겠는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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