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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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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17:32

자잘한 겨울이야기

조회 수 40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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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셋째주

원지에 도착하니 문이 열리자마자 두 녀석이 엄마를 부르며 달려온다.
이쁜 아이들, 안아주고 얼굴 부비는 와중 얼른 짐을 들어주는 한이,
뭐 줄거 없냐고 물어보는 한빛^^

오랜만에 큰 닭한마리에 인삼, 가시오가피, 마늘 넣고 압력밥솥에 푸욱 고왔다.
포오얀 국물이 우러나와 맛있게 먹고, 보들해진 살코기도 발라먹었다.

토요일
계속되는 추위로 부엌 물이 얼어 샤워실 물로 간신히 설거지 하는 중이다.
며칠 찬물만 나오다가 뜨거운 물이 나와 그나마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추운 날에 하늘 모르고 올라가는 기름값에
군불 때면 따뜻하게 몸 누일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신랑이 2층에서 일하는 동안
세탁기 돌리고, 오미자 항아리 열어 밑에 가라앉은 설탕을 녹이고
점심은 순대를 뎁혀서 먹었다.
심심한 진이 데리고 자중님 놀러 오시고~^^

겨울동안 짬짬이 나무를 잘라 집 지을 재료를 준비중이시라는데,
저번주 맹글어놓은 식혜와 오미자차 대접하고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담주부터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을 끼워맞춰 넣을거라고 해서
거실 구석구석을 비질하고 청소해 놓았다.
이래야 일할 맛이 날 것 같아서~ㅎㅎ

저녁은 교육 받고 온  다금님을 만나 원지에서 두루치기를 먹고
차 한잔 나누러 한빈마을 사랑방으로 이동하였다.
아이들은 추운데도 마당에서 놀고
어른 넷은 엉덩이는 뜨꺼운 옥돌방에 코에는 차거운 바람을 쐬며 이야기를 나누다.

진이, 한빛은 잠이들고
새벽 3시 집으로 돌아오다.  
졸립다가도 집에만 들어서면 조용하면서도 정갈한 이 기분
잠이 쏘옥 달아난다.
식구들  모두 '아~ 역쉬 집이 최고야' ㅎㅎㅎ

일요일

신랑이랑 어제 달인 헛개열매 내리고,
가시오가피 씻어 준비하는 동안 사물놀이 회장님과 강영식님 넘어오시다.
일주일째 구들방 대공사 중인 회장님네,
2월에 시골로 내려오는 마눌님을 위해 따뜻한 집을 꾸미고 있는 강영식님,

한빛이 고구마 먹고 싶다고 해서 밤이랑 같이 넣고 삶았다.
저장한 밤이라 그런지 더 구수하고 맛이 좋다.

한이랑 한빛은 운동장으로 놀러가고~
우리는 눈올 걸 대비해 쌓아놓은 퇴비, 기계들,
자동차 위에 비닐을 덮고 단도리를 하였다.

운동장엔 마을 아이들이 함께 넘어와 꽁꽁 언 연못위에서 놀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얼음이 깨질지 몰라 한빛은 밖으로 나오라 하니
녀석 울어버리고 만다.

'집에 있어도 심심하고, 오빠들도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너무너무 심심하다면서 말이다.ㅋㅋ
어여 방학이 끝나 학교에 가야할 터인데.
동네에 모두 남자들만 있으니~ ㅋㅋ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얼어있던 부엌물이 드디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뜨거운물이 먼저 좀 틀어놓으니 찬물도 나온다.
이렇게 기쁠수가~
엠티생활 청산이다.

녀석들은 재잘거리며 목욕을 하고
신랑은 방에서 빨래를 개이고 있다.
어제 한빈마을에서 차를 나누며
'부부란 서로 모르는 남이 만나 맞춰가야 하는 만큼
항상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렇게 말없이 행동하는 신랑의 모습이 현빈보다 더 멋지다.ㅎㅎ

저녁은 막 나온 떡국가리에 아이들 것엔 그냥 달걀만 넣고
우리부부꺼에는 매생이를 넣어 따로 떡국을 끓였다.
남은 김치가 있어 기름에 볶았더니 녀석들 맛있다면서 한입만, 한입만 하면서 달려든다.^^

목욕을 마친 한이녀석 머리를 디밀며 '엄마 머리 좀 닦아주세요'그런다.
키는 훌쩍 컸는데도 '이렇게 엄마가 머리 닦아주실때 너무 좋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이 씨익 하고 웃는다.

잘 말려진 굴비 3마리 구워 떡국을 맛나게 먹었다.
아이들과 뽀뽀를 찐하게 하고
밖으로 나오니 싸래기 같은 눈이 날린다.

미끄러울지 몰라 살살살 조심조심 원지로 나오다.
겨울이면 쥐약인데 차 바퀴도 어여 갈아야 겠다.
미끄러운 길 신랑은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 ?
    끼득이 2011.01.25 13:36
    아침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다 책을 펼쳤다.
    책 속에 용택이 아저씨에게 빠져있다 고개를 드니
    내가 타야할 버스가 바로 앞에서 지나치려 한다.
    언떨결에 손을 번쩍들었다.
    다행히 아저씨가 보시고 차문을 열어주신다.
    휴~ 다행이다. 이거 보내면 다시 20분을 기다려야 했는데..ㅋㅋ

    ---
    용택이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인 용택이도 시를 쓰고
    아이들도 동시를 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 같다.
    교실 뒷벽에 <우리들차지>라는 칠판이 걸려있다.

    언젠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학교에 놀러 오렸다가
    <우리들 차지>에 붙은 글을
    죽 읽어보시고는 그 중 한 편을 골라 가리키시면서
    "이건 참 잘 썼다. 이 아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잘 길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인 용택이는 뒤통수를 긁으면서
    "박 선생님, 그건 제가 쓴 겁니다"라고 말했다.

    용택이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이들 보다 시를 잘 써서
    박완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은 일을 기뻐했다.

    용택이는 정말로 이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자랑한 것이다.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서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시인

    어쩌면 '우리들 차지'에 붙어 있다가 박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은 시 가운데
    이 시도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에서. .

    최근 타계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어찌보면 신경림 시인은 남자이면서 다소곳한 여인같고
    박완서선생님은 여자이면서 강단있는 남자같은 이미지가
    겹쳐 나에게는 가끔 두분이 헷갈릴때가 있다.
  • ?
    관솔 김수우 2011.01.25 16:00
    님의삶의 자취가 글로서 우리에게 다가왔던게지요.
    나목! 제목만으로 밤을꼬박새우며 새벽을맞던때가 엊그제같은데...
    선생님의 영면을 소원합니다.
  • ?
    선경 2011.01.27 13:18
    박완서 선생님의 유년의 기억을 그리신
    "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다시한번 읽어보며
    시인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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