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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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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9 15:15

창문 달다

조회 수 12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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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8월 25일 금요일

서울에서는 조금씩 내리던 비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거세어 지기 시작해 대전까지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갑니다.
비가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버스 와이퍼는 혼자 왔다갔다 하느라 바쁩니다.
간신히 인삼랜드에 도착하니 여긴 보슬비가 내리고~

원지에 도착,, 검은 눈을 반짝이며 좋아라 하는 두녀석을 꼬옥 안아줍니다.
"잘 놀았어?^^"

동안 여기엔 소나기가 내렸다는데 어찌나 퍼붓는지 무섭기까지 하답니다.
요새 밤산에 풀 벤다고 고생하는 신랑, 고기가 먹고 싶다네요.^^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새우 삶아 와사비에 간장 준비하고 상추랑 깻잎에 돼지고기를 굽고~
몸보신으로 많이 먹어야 한다던 신랑은 몇점 집어먹더니 손을 놓고, '굽는 냄새는 좋은데 한두점 먹다보면 까끌해서 계속 먹기가 힘들다' 그럽니다.^^
대신 삶은 새우로 백세주 안주 삼아 먹습니다.

☆ 8월 26일 토요일

어제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비를 쫄닥 맞아 밤새 빨래줄에 매달려 있던 물 머금은 빨래들을 다시 돌려 한가득 널어 놓고~,
신랑은 풀 벤다고 밤산으로~
저는 고추 딴다고 바구니 들고 고추밭에 들어갔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한빛 녀석 엄마 도와준다고 털레털레 걸어옵니다.
"한빛 요렇게 빨간거만 따는 거야~ 고추는 잡아당기면 안되고 이렇게 꼭지를 위로 살짝 올리면 되는거고~" 하믄서 알려 주었더니..
빨간 고추 잡고 "엄마~ 이거?" 하면서 말도 잘 알아 듣습니다.
녀석이 앞장서서 따고 바구니에 담습니다.

동안 하도 비가 많이 내려서 녹아내린 고추가 대부분이라 양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녀석들 배 고플거 같아 냉장고에 있는 떡 쪄주고 어제 먹고 남은 고기도 볶아주었습니다.

점심은 신랑이 사물놀이 배우면서 알게 된 청계에 사시는 부부가 오셔서 함께 짜장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작년에 부산에서 이쪽 청계로 들어오셨다는데 매일 저녁 사모님이랑 사물놀이 배우러 오신다고 그러더군요. 짜장면을 먹고 작년에 지으신 집구경도 할겸 차 한잔 마시러 청계로 갔습니다.^^

아담하게 지어진 이쁜 집과 그 옆에 졸졸졸 흐르는 계곡에 나무로 지은 정자까지..
오늘따라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흰구름을 몽실몽실 떠 있고, 참 좋습니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와 계곡으로 내려가는 다리가 끊겨 물놀이는 못하고 녀석들은 맨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고,, 한빛은 고무 다라이에 물 틀어놓고 한참을 물놀이 하고,,

한참을 놀다 집에 돌아오니 5시.. 비 올까봐 원두막에 올려놓았던 빨래들을 펼쳐놓고,,신랑은 마져 풀을 벤다고 산으로 가고, 우리는 따다 만 고추를 땄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데 밖에 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차 소리인가 싶어 밖에 나가보는 신랑, 가만 보니 멀리서 천둥이 치는 거였습니다.
부랴부랴 선풍기 끄고 불도 끄고 촛불을 켜 놓았습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비가 밤새 하염없이 내렸습니다.
또 천둥 번개는 왜 그리도 치는지,,화라도 난 것처럼 우리주위를 맴돌며 사자처럼 으르렁 으르렁 거리다가 사정없이 천둥을 쳐댑니다.

혹여 번개라도 내리칠새라 잠자는 한빛을 벽에서 띄워놓고, 한이도 단도리 하고 세차게 내렸다 멈췄다 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 8월 27일 일요일

아침이 되니 빗방울이 조금 가늘어졌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니 좀 쉴거라고 눈 감고 누워 있자니 한이 일어나 엄마 깨우지,
한빛은 우리 장난치는 소리에 눈을 떠서는 빙빙 돌며 누워서 발로 차고
셋이서 방바닥에 뒹굴면서 깔깔거리다가, 잠자는 신랑 깨워 혼나고~ ㅋㅋㅋ

한이는 달걀찜 만든다고 달걀 풀어 숟가락으로 돌리고 여기다 대파하고 양파도 넣어달라고 합니다.
너른 뚝배기에 물을 끓이다가 달걀을 붓고 뽀글뽀글 끓였습니다.
상 가운에 두고 숟가락이 왔다갔다 합니다.
한이는 맛나다고 밥도 두 그릇이나 먹고 한빛은 오빠 먹는 거 보고 따라서 먹고,,

비가 그쳤는가 싶어 신랑은 머리 묶고 작업복 갈아입고 풀 벨거라고 나갔는데 비가 온다네요.^^
그 길로 그럼 집터로 일하러 가자고 식구들 우산 하나씩 쓰고 위로 올라갑니다.

보름 내내 문살 만들고 다듬고 홈 판다고 고생해서 만든 창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어찌나 손이 많이 가는지 다음부터는 돈 들이더라도 중고 사다가 한다네요.^^

문 4짝에 한지 붙이고 창틀에 매달고 두짝 아귀 맞추고 틀 만들고~
짜잔~ 창문을 달았습니다.
그거 달고 보니 방이 어찌나 환한지 이뿌기도 합니다. ㅎㅎ

큰방 벽지 바르는 게 남긴 했지만 이로써 두 방이 완성되었습니다.













신랑 일 하는 동안 한이는 방학숙제로 깡통으로 비행기 만든다고 실리콘을 만지작 거리고 있고,
저는 호박 얋게 썰어 말려서 나물 할거라고 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호박 껍질이 어찌나 단단한지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얼굴에 힘을 주었더니 옆에서 그 모습이 우습다고 아들녀석 깔깔깔거리며 배꼽 빠진다고 웃고,
허파에 바람 난 듯 웃어제끼는 웃음소리에 어쩜 그리 웃는 것도 엄마를 닮았냐며 핀잔을 주고 가는 신랑,ㅋ

잘 깎다가 맨 마지막 힘을 준 칼이 엄지 손가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 빨간 피를 보고야 말았고,
일하기 싫어서 꾀병 부린다고 말하는 신랑,, 저는 억울하기만 합니다.
발을 넓게 펴고 꼬들꼬들 잘 마르도록  호박들을 펼쳐놓았습니다.

벌써 이른 밤들은 떨어졌는지 신랑이 한 웅큼 주워와 까 주었더니 먹순이 한빛은 맛나다고 옆에서 아예 붙어있습니다.^^

한 3일정도는 더 풀을 베야 한다는데 벌써 올밤들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 한달정도는 내내 밤 줍기에 들어갈 듯 싶습니다.

보슬비가 내려 바람은 서늘한데 집터에 앉아 산 능선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찌나 좋던지,
"자기야 이렇게 비 오는데 비 구경하고 산 구경하고 너무 좋다 그치?" 했다가 "일은 안하고 농땡이치고 있다"고 구사리나 듣고, 그래도 좋다고 실실 웃고 있는 마누라 보고 있자니 신랑도 웃긴가 봅니다. ㅋㅋ

날이 어둑어둑해져 내려와 식구들 씻는 동안 주운 밤 삶아 놓았더니 한빛은 옷도 입을 생각 안하고 방바닥에 앉아 그 많은 밤을 거의 혼자서 먹듯이 합니다.

"밤집 딸래미가 밤 팔 생각은 안하고 먹기만 한다"고 하면서도 한빛이 하도 맛나게 먹으니 내일도 주워주마고 흐뭇해 하는 신랑.

저녁은 어제 먹고 남은 상추랑 깻잎 것저리하고, 가지나물 볶아 참기름이랑 고추장 넣고 비빔밥 만들고 시레기에 된장 걸죽하게 넣고 된장국 끓여서 먹었습니다.^^

  • ?
    오 해 봉 2006.08.30 01:15
    6월 말까지도 밤꽃 향기가 났는데 벌써 알밤이 떨어졌군요,
    한이와 한빛이가 안보이니 그러네요.
  • ?
    김현거사 2006.08.30 08:12
    벽난로는 만드셨는지?거실 한쪽에 황토로.
    밤 고구마 구어먹게...
  • ?
    끼득이 2006.08.31 18:18
    오해봉님, 김현거사님 건강하신지요?^^
    두 녀석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한이는 오늘 개학이라 새벽부터 학교 갈거라고 희망에 부풀었답니다. ㅋㅋ 덩달아 한빛도 새벽에 일어나 오빠 배웅을 했는가 봅니다.

    벽난로는 아직입니다.
    이제 방 2개만 완성했답니다.^^
    앞으로 할일...
    왼쪽 황토벽돌 쌓고,, 거실바닥 만들고, 부엌 만들고, 욕실만들고,,
    그러면 위로 올라가 생활을 할 수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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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6.09.03 19:51
    끼득이님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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