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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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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4 10:46

달집 태우기

조회 수 114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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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2월 10일 금요일

아침 7시반 회사에 막 출근했는데 신랑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차 보러 서울 올라갈거야~^^"

근 한달을 옥션과 벼룩시장에서 우리가 원하는 차를 검색하다가 드디어 마음에 쏘옥 드는 차가 강남에 나왔다고 한지가 일주일 정도..
여기저기 나온 것을 비교해 보더니 그예 밤을 꼬박 세우고 생각을 하였던가 봅니다.

현대 포터II / 초장축 더블캡 / 9700키로 주행
덕유산 휴게소에 들러 한이, 한빛이랑 아침을 먹고 오일이 줄줄 세는 차를 끌고 강남으로 갔습니다.

"강남 자동차 매매단지" 라는데 그 규모가 시골의 한 마을과 맞먹더랍니다.^^
다행히 인상이 좋으신 매매딜러 분을 만나서 좋은가격에 낙찰을 보았습니다.
끌고 온 차도 좋은 가격에 보상을 받고 새차로 갈아 타고 동생네 집에서 저랑 만났습니다.

네비게이션까지 장착을 해서는 한이랑 한빛은 신기해서 눈이 동그레져 있고, 신랑은 손에 익힌다고 조심조심 몰고 옵니다.^^

정화랑 희정이 부부와 오랜만에 고기도 먹고 맥주도 마시며 자축도 했습니다. ㅋㅋ


☆ 2월 11일 토요일

동생네 집에서 잠을 푸욱 자고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출발합니다.
의자가 어찌나 편한지 '우리 너무 사치하는 거 아니야?^^" 서로 물어보면서 말입니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평소 한빛 데리고 하고 싶었던 화장실 애기 변기에 오줌도 뉘어보고 기저귀도 갈아보고 ^^
네 식구가 머리 맞대고 맛난 음식도 먹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7시,
차 문을 모두 열어두고 북어랑 막걸리랑 과자를 놓고 간단히 제를 올렸습니다.
"이제 이 녀석도 우리 식구가 된거야~ 잘 지내보자 ㅎㅎ"

차 산 턱을 낸다고 가까운 청계로 현준네 부부랑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오리고기 양념집이라는데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습니다.  


☆ 2월 12일 일요일(정월대보름)

늦게 일어나 오곡밥에 나물을 해서 아침을 먹고 신랑이랑 한이는 달집 지으러 마을로 넘어갔습니다.
동안 빨래 돌리고, 집안 청소해 놓고, 한이 책들도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후다닥 4시가 넘어갑니다.

날은 좀 풀렸는데 한번씩 부는 바람이 아직은  제법 쌀쌀합니다.
한빛 옷을 챙겨 입히고 포데기로 업고 잠바로 둘러 씌워 달집구경하러 마을로 넘어 갑니다.

가까이 가보니 벌써 꽹과리 북소리 장구소리가 맑은 하늘에 퍼지고 있습니다.
마을 분들이 모두 모여 달집 주위를  흥겹게 돌고 그 뒤를 소고를 든 아이들이 우루루 뒤따르고 있습니다.^^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 사물놀이는 계속되고 주위의 아이들은  신이나서 뛰어다닙니다.

마을 입구 소나무 위로 두둥실 보름달이 떠오르고,
곧 이어 올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 마을의 젊은이 4명이 절을 올리고 달집에 불을 붙였습니다.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소리에 한빛이 신기한 듯 눈망울을 반짝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논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김치찌게에 밥을 말아 한그릇씩 먹고 마을 회관으로 2차를 갑니다.
어르신들은 흥겨운 리듬에 어찌나 잘 노시는지 지칠줄을 모르고, 애들은 애들대로 얼굴이며 손이 숯검덩을 묻히고 뛰어놀기 바쁩니다.

맛난 잡채도 한 다라이 만들어서 배불리 먹고 현준네 들러 차한잔 마시고 원지로 나왔습니다.
시동을 꺼 놓아도 따뜻한 차 안이 정말 좋습니다. ㅋㅋ  

...



♤ 오늘(2/14일)은  단성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입니다.
아침에 전화해 보니 섭이 아주버님이 한이 머리를 깍아주고 계신답니다.
지금이 10시가 넘었으니 한이 녀석 길게 줄을 서서 올해 다닐 학교를 두리번두리번 쳐다보고 있을 듯 합니다.^^


♤ 저번주에는 굴삭기를 고쳤습니다.
신랑이 기계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싶어 전체를 분해 하고 청소한 것이 한달전...
다시 다 끼워 맞췄는데도  전혀 굴삭기가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손대지 말아야 할 '브란자'까지 분해 한 것이 문제가 된듯 한데,,
이것 맞추려면 정밀한 기계위에 올려놓고 그 압을 조절해야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추 7십만원선...

그래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 추운 토요일, 일요일 신랑은 맨손에 기름을 묻히면서 나사를 조절하고 위에서 저는 시동을 걸어주고,

한참을 그렇게 해 보다가 해가 어스름 넘어가는 때 '이제 마지막이다' 싶어 한번 더 시동을 걸으니 이 녀석이 '부릉부릉~'하고 떨더니 푸하하하~ 시동이 걸리는 겁니다..

우리는 그 추운 와중에 시동이 걸린 포크레인 주위를 돌며 만세를 부르고 신이 났더랍니다.
그 덕분에 저는 오랜만에 감기에 걸려 골골골 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때의 진지한 신랑 모습은 정말이지 의지의 한국인이다 싶었습니다.


♤ 집 바로 옆에는 비닐하우스 창고를 하나 지었습니다.
이제 거기에 집 안에 있는 덩치 큰 기계랑 나무들을 옮겨두고 집 안을 치워 본격적으로 흙담을 쌓을 준비를 하려고 말입니다.

.
.
.

시골생활 7년차,
'올 여름에는 위에서 지낼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니
동안 고생한 일들이 이제야 결실이 되어 하나하나 되어지는 것 같아 신랑과 저, 한이와 한빛은 가슴 벅차오르는 전율을 느낍니다.^^  

  • ?
    희망 2006.02.16 18:10
    올 여름엔
    '위'로 초대해 주실거죠?
    새로 산 차로 마중나와 주신다구요? 헤헤..
    달집 하나 놓고갑니다.
  • ?
    야생마 2006.02.18 02:41
    새차도 좋은 것으로다 장만하시고 감기걱정 아랑곳 않고
    진지한 정성 한 덕에 굴삭기가 좋은님들 7십여만원 벌게 해주고...
    올해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키득이님 댁의 삶 속에 고개 숙여집니다.
    저도 멋진 집에 집들이 가고 싶은데...
    희망님처럼 멋진 재주가 없어서 놓고 갈게 없네요.
    어떻게 하는 것이당가요? 자주좀 뵈요.
  • ?
    오 해 봉 2006.02.22 23:59
    한이가 학교에 간다니 축하 드립니다,
    한이가 학교에가면 한빛이가 심심 하겠네요,
    며칠전 덕산에서 버스를타고 단성과 원지를 지나가는데
    한이네집 생각이 났답니다,
    그간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 ?
    김현거사 2006.03.03 09:33
    자동차 축하합니다.
    나도 9년째 타는데,이 놈은 5년을 한 주 한번씩 속초를 다녔는데도 아직도 부드러워요.
    항시 감사하게 타지요.
    금년 지리산 봄나들이 때 한이네 집 한번 구경가도 되는지요?
  • ?
    한이어멈 2006.03.08 09:25
    희망님~ 힘찬 달집 사진 고마워요^^
    야생마님~ 먼곳에서 건강하시고요.. 요새 이것저것 신경쓴다고 영 글을 못쓰고 있어요. 그래도 자주 뵙도록 노력할께요.
    오해봉님~한이가 학교엘 즐겁게 잘 다니고 있답니다. 항상 마음 써주시니 고맙답니다.
    김현거사님~ 네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도록 하겠습니다.^^
    올 봄에 오시면 꼭 연락주시고 들르셔요.. 한번 뵙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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