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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산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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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이른새벽 찻잔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마주 앉자
깊은 명상에 빠져있다.

찻상위로 정신을 맑게하고 기운을 높이는 보림(寶林)이라는
고급 향내가 휘날이고, 나지막히 들려오는 청량한 음악소리,...

이윽고 짧고도 깊은 명상을 마치고 또르륵 茶를 따르는 소리와 함께
야생의 잎으로 빚은 녹차의 내음을 입안 가득히 머물며
서로에게 필요한 일상의 일들을 이야기 하다,.

산속의 어둠은 걷히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새벽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주방으로 옮긴 그녀와 나는 김장때 말린 시래기로 국을 끓이고,
우리콩으로 빚은 된장에 청량초를 잘게 썰고 멸치를 띄운
맑고 빡빡한 된장 찌개를 만든후,

땅속 깊숙이 묻은 김치와 동치미를 꺼내고 대천산 생김을 살짝굽고
조선간장을 준비하면서 산속 아침 식단이 차려졌다.

긴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랜시간 세상 만물이 준 풍요로운 식사를 마쳤다.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그녀는 방으로 가서
음악을 틀고나서 이부자리를 개고 방청소를 깨끗이 한후
우린 다시 찻방에 앉자 오랜동안 차를 마시며 오늘 할일을 주고 받았다.

나는 지게를 지고 산으로 그녀는 빨래감을 들고 수돗가로 나서면서
하루의 노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은 청명하고 대지는 푸르름에 가까워 졌으며,..
자유로이 비행하는 새들의 날개짓속에,
우리 서로는 깊은 신뢰와 사랑앞에 하얀 미소를 머금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땀고 있었다.

우연히 마당에서 마주칠땐 우린 서로 장난기 어린 아이가 되고
있었으며,... 하나님이 주신 축복중에 하나인 유머와
사랑스러운 위트앞에 나와 그녀는 이미 함박 웃음을
파란 창공위에 마음껏 터트리고 있었다.

오후 까지 이어진 서로의 노동이 끝나자
점심과 저녁을 겸한 식사를 준비하러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갈 때
나는 한아름 나무를 앉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벌겋게 타는 장작의 불꽃속에 내 자신을 던지며,
저물어 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평화롭게
살게해준 하나님의 큰 축복에 깊이 감사했다.

오랜시간 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찻방에 앉으면서 각자가 읽고있는 책을 마주하며
깊은 독서에 빠지고 있었다.

이윽고 잠자리에 들기전 그녀와 나는 향내를 마주하고
다시 고요한 저녁 명상에 빠졌다.

보이는 모든 것이 환상이며,..
오로지 실재하는 모든 것은 내안에 있음을 자각하는
짧은 명상의 시간속에 그녀와 나는 그윽한 신의 축복속에
놓여져 있었으며,..

깊은밤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신이
주신 또다른 축복인 고귀한 육체를 나누며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잠속으로 스르륵 빠져들기 시작했다.

.
.
.
헉헉대며 올라가는 지리의 한 능선과 골짜기,..

약초와 야생화를 살피고 지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지리 역사를 탐구하는 규칙적이고 정례화 되어있는
그녀와 나만의 이 모험적인 산행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끝내고
신비로운 죽음의 세계로 가기전까지 계속될것임을
우리는 서로 깊이 자각하고 있었다.

산행을 끝내고 우리의 공간으로 돌아 오면서 곧 다가올 주말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맞을 준비에 부산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골짜기를 찾는 지리산꾼을 맞이하는 그 순간은
항상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주말,.. 사랑하는 그들이 왔다.

오랫동안 나와 그녀에게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고요한 산속 오두막집이 떠들썩 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그들이 가져다준 작은 물품들이 금과 옥조요,
그들은 시골 밥상이 좋다며 그윽한 식사로 지리에 대한
서로의 깊은 마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찻방으로 모여 가볍게 차를 나누면서
지리에 대한 정보며 산길 이야기에 웃음이 녹아들쯤 ,...

그녀의 손은 쉴새없이 과일이며 안주를 준비하고
나는 연방 그윽한 차를 다루며 웃음 가득한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신비로운 약초술에 서로 준비한 정성스러운 안주삼아
나누는 이야기가 지리에서 세상의 수많은 주제속으로
이야기가 옮겨 가지만,..

결국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모든 일들을 해결해줄 유일한 힘은
바로 존경과 이해가 바탕이 된 우주 보편적인 사랑만이 가능함을
이야기 한다.

흥겨움에 속에 빠져 각자 부르는 노래 가락속에 슬픔과 고통이
녹아들고 내일 이 골짜기 산행을 위해 유흥를 마치고 각자가
돌아가는 따뜻한 방 넘으로 밝디 밝은 별님이 우리들에게
하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가 깊이 잠들어 갈 때,..

그녀와 나는 흐트러진 음식과 식기들을 정리 하면서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일부며 우리 모두는 하나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존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마음이며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으며,..
우리들 모두는 당신의 그윽한 축복속에 놓여져 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물질에 갇혀 그것을 보지 못하니 그들에게도
당신의 사랑과 축복을 누릴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나와 그녀에게 주신 사랑하는 당신,
하나님 당신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허정 그만 일어나라"

“우리 산행가야돼” 00형님의 고함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아! 이게 꿈이란 말인가?”

“아! 진정 꿈 이란 말인가?”

눈꼽을 비비며 시래기국을 끓이러 주방으로 가는 지금은 현실이고
조금전에 모든 것은 환상인가?

아님 지금이 환상이고, 조금전 꿈었던 꿈이 현실이란 말인가?

“ 어이 허정 아우 빨리 좀 일어나게, 우리 서둘러야 한다”

부산히 짐을 챙기시던 00형님과 일행들은 어기적 어기적 주방으로
걸어가는 나의 뒤통수에 은근히 맛있는 아침을 준비하라며
압력을 넣고 있었다.

설마 세상속 편한 문명의 구조를 거두고 이 산속깊이
모든 것을 버리고 들어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선택할
그녀는 진정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꿈이야, 모든 것이,..

가스렌지에 국을 올리며 나는 피씩 웃고 말았다.
.
.
.
아! 꿈을 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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