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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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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5월 27일 금요일

원지에 도착하니 매번 달려오던 한이녀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차에 가보니 한이는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잠에 못이겨 눈만 간신히 뜨고 있고
한빛은 또랑또랑합니다.

요새는 해가 길어 늦게까지 일하다 그냥 마중나온 신랑,
설거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다는데 더운 날씨에 조금은 지쳐 보입니다.
닭 한마리랑 수박을 사고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 5월 28일 토요일

새벽 일찍 마을의 섭이아주버님이 논을 삶아 주신다고 트랙터를 끌고 넘어오셨습니다.
어제 닭 백숙 먹느라 늦게 잔 탓에 저는 비몽사몽이고 신랑만 밖으로 나갔습니다.
8시 넘어 세탁기 돌려놓고 어제 먹고 남은  닭 국물에 당근이랑 대파 썰고 쌀을
불려서 넣었습니다.

한이는 성준이 형아랑 벌써 바깥에서 뛰어다니며 놀고 있고
한빛은 고개를 들고 일어나서는 그 뻗친 머리로 눈을 껌벅거리고 있습니다.

논에 모를 낼때 맞춰 피어나는 이쁜 철쭉 ^^
저 먼 산위로 뽀족지붕이 보입니다. ^^



논에 심겨지려고 나란히 두줄로 서 있는 푸릇푸릇하게 자란 모 들^^



신랑은 일한다고 집터로 올라가고
한빛은 아장아장 걸으며 땅에 떨어진 자두열매 손에 들고 조물락조물락 거립니다.
저는 고추밭에 고춧잎 솎기와 김매기가 오늘의 일입니다.

한빛은 엄마 옆에서 풀을 손에 쥐고 놀더만 오빠들 뒤꽁무니 따라 뒤뚱뒤뚱 잘도 걸어다닙니다.
엄마의 옷을 부여잡고 중심을 잡아보는 한빛 ^^



성준이가 집에 가 봐야 한다고 하니 더 놀고 싶은 눈치인 한이~,
나중에 엄마가 데리러 간다고 하고 같이 가서 놀고 있으라 했습니다.

한빛은 강아지 옆에 얼쩡거리다가 졸린지 엄마 엉덩이에 얼굴을 뭍고는 다리를 꽉잡고 있습니다.

포대기로 업어주니 좋아라 합니다. ^^

잠시 후 고개를 떨구는 한빛,
시원한 원두막에 눕혀놓았습니다.^^
가벼워진 몸으로 고춧잎 솎기에 들어갑니다.

잎파리가 어찌나 야들야들하고 보들보들한지, 한낮의 햇볕은 따갑게 내리쬐입니다.

한 두시간이 흘렀나?
한빛이 잠에서 깨어나 원두막 나무 붙잡고 울고 있고,
점심을 해서 올라가려 했더니 신랑은 "점심 안주나" 하면서 벌써 내려왔습니다.

방금 솎은 고춧잎 살짝 데쳐서 간장, 깨소금,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치고
점심을 차렸습니다.

"고추밭 풀은 다 맨겨?" 하면서 물어보는 신랑,
속으론 '일 안하고 논겨?'ㅋㅋ
그게 아니고 풀보다도 고춧잎 솎는게 먼저 일거 같아 그거 솎느라 시간 다 보냈다고~

평소엔 아들이랑 반찬 한가지로 밥을 먹는데 이런저런 반찬을 함께 내어놓으니
진수성찬이라며 한번 웃어보입니다.

"점심 먹고 밭에 풀 맬 거에요"~  했더니 한이 데리러 마을에 다녀오랍니다.
신랑 위로 올라가고 풀이라고 한줄 메고 가려고 밭에 엎드려 있는데
한이랑 애들이 넘어왔습니다.

녀석들 원두막으로 방으로 뛰어다니며 놀고 한빛은 엄마 옆에서 놀다가
오빠 장난감 들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다가 강아지 한번 기웃거렸다가 그럽니다.
한참을 엉덩방아 찧고 놀더니 그 새에 얼굴이랑 팔이 빨갛게 탔습니다.

세 도랑째 열심히 호미를 놀리고 있는데 녀석이 또 졸린가 봅니다.
'어부바" 해달라며 등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녀석 업고 이리저리 어슬렁어슬렁 다니며 앙증맞은 꽃도 보고 활짝 핀 장미도 보고,
논둑에도 가보고 그러다 보니 또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한빛이 '잠보공주'랍니다. 아침 저녁으로 꼭 두시간씩 잠을 자니 말입니다.
한이는 별로 잠이 없었는데 녀석은 키가 크려나 낮잠도 아주 달게 잡니다.^^

한이사진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마이소~ (녀석이 마을에 넘어간 사이 신랑이 찍은 것이랍니다. ㅎㅎ)

활짝 핀 장미꽃 앞에서~



밥을 먹어 배 불룩, 왼손 엄지손가락을 빠는 한빛,, ㅋㅋ



작은방에 모기장 씌워 재우고 다시 나왔습니다.

애들은 집으로 넘어가고 한이는 원두막에서 아침에 설치한 기차레일이랑 기차랑
봐달라며 쪼그리고 풀 뽑고 있는 저를 자꾸만 부릅니다.

해가 어스름 하니 떨어져 '이제 내일 마져 해야겠다' 하며 일어서려니 신랑이 내려옵니다.
"어 일 많이 했네~" 하면서 신랑이 호미들고 옆에 붙었습니다.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고춧대 부근은 살살살 긁고 나머지는 박박박 긇어 땅이
숨을 쉬게 해줘야 한다며 호미질 하는 방법도 가르쳐 줍니다.

"어디 가서 밭에 김 맸다고 하덜 말어~" ㅎㅎ

두사람이 이야그 하면서 양쪽 고랑에서 붙어나가니 진도가 쓱쓱 나갑니다.
그 동안 한이는 장난감 어지러진 방도 치워놓고 빨래도 들여놓았습니다.
(나중에 들어와 보니 양말은 두짝을 포개서 얌전하게 개어놓았더군요^^)

저녁은 오징어를 좋아하는 한이를 위해 신랑이 오징어 볶음을 만듭니다.
라면도 하나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 방에 가스렌지 들여놓고 맛나게 먹습니다.
한빛도 밥 먹을 때가 되니 잠이 깨어서는 라면에 눈독을 들입니다.

녀석에겐 밥과 고추나물을 먹이고,,
후식으로 참외도 깎아서 먹었습니다.

하루종일 허리 굽히고 김 좀 매었다고 그것도 일이라고 눈이 가물가물하고 허리가 뻑적지근합니다.
이순신 보는 신랑 옆에서 '조금만 누울께요' 하고는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 5월 29일 일요일  

아침먹고 위로 올라가는 신랑,
나무둥치 옮길 일이 있다고 하여 수박이랑 달걀 삶아 한빛 업고 말랑말랑한 한이 손잡고 위로 올라갑니다.

햇살이 어찌나 강렬한지 오르막에서 숨을 쉬기가 버겁습니다.
신랑은 할일이 너무 많지, 기운은 없지, 날은 덥지 하니 망연히 서 있습니다.

다락이 완성되었다는 신랑 말에 한이는 2층으로 올라 다락에 들어가보더니
"엄마 여기서 잠을 자도 되겠어요" 10평 정도 된다는데 한빛이 있어서
올라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저기 왼쪽의 하얀 부분이 저번주 까지 공정이었고
이번주엔 나머지 천정도 이렇게 나무로 깔았습니다.^^



이앙기를 가지고 계신 아주버님이 월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해서 모심기는 월요일로 미루었습니다.
저 있을때 같이 하면 좀 수월할터인데~ ...

월요일 이앙기에 모판 넣어주느라 신랑 혼자 방방 뛰었을 겁니다. ^^

논에 모가 이렇게 심어졌습니다.
모가 나란히 심어진 논 위로 밤나무와 집이 보입니다. ㅎㅎ



이 무더운 날 혼자 논에 들어가 모 땜빵 하느라 힘들었을 신랑,
이렇게 농사는 되어지고 봄은 익어 여름으로 흘러갑니다.

올 한해 농사 풍년을 기원해 봅니다. ^^


  • ?
    김현거사 2005.06.01 09:32
    저 논에 심은 모가 자라 벼가 열리고,나락 추수하모,올해도 좀 나눠 먹읍시다요잉?
    벌써 뿌듯해진 김현거사.
  • ?
    선경 2005.06.01 11:49
    한빛이 어쩜 이렇게 부쩍 부쩍 크나요
    화사한 장미덩쿨처럼 아기자기하게 퍼져가는 한이네집
    행복의 울타리....오늘도 밝은미소 한아름 안고 갑니다
  • ?
    오 해 봉 2005.06.01 12:03
    세번째사진,
    엄마의옷을 움켜잡고 중심을잡는 한빛의 모습은
    정말로 걸작 입니다,
    행복한 한이네집 아름다운 이야기 잘 듣고갑니다.
  • ?
    농사꾼아녀~~ 2005.06.02 07:43
    논을 삶다!!
    흔히 로타리친다라고 합니다.
    모를 이앙하기 위해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입니다.
    무논균평.
  • ?
    야생마 2005.06.10 21:04
    기계화가 되어서 쉬워졌다고는 하나
    모판떼서 이앙기에 실어주는 작업이 보통 힘든게 아니더군요.
    매년 하루정도 해봤는데 하루하면 허리고 다리고 팔이고...
    농사 짓는분들의 노고에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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