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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09.29 14:36

설악산 가을이야기.

조회 수 176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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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한계령에서 봉정암, 그리고 용대리로...)

                                 (설악산 서북릉,구곡담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9월 27일
ㅇ산있는곳:강원 양양,인제
ㅇ산행코스:한계령-삼거리갈림길-1474,3봉-끝청-중청산장-대청봉-중청산장-소청봉-소청산장-봉정암-구곡담-수렴동-수렴동산장-영시암-백담사-셔틀버스종점-백담계곡-용대리
ㅇ산행시간:Am 02:20시 ~ Pm 18:30시

09월 26일.
설악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차를 달려 다섯시간 반이 지나고 어둠이 몰려온 한계령(920m)에 도착한다. 예의 젊은 남자의 그 포장마차가 불을 밝히고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트럭 위에서는 가을밤이 깊어 가고 있다. 고갯마루 너머 한 쪽에 차를 주차하고 버너에 불을 붙여 허기진 배를 달랜다. 9월 하순의 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힘겹게 굽이 돌아 오르는 차량도 뜸한 시각 차의 시트를 깔고 침낭 속으로 빠져 든다.

09월 27일.
아직 한 밤중이다. 새벽 02:20시이니 밤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시간에 산행을 위해 108계단을 오르고 설악루 윗쪽의 매표소에서 입장표를 산 후(1,300원) 코 끝 시리게 찬 바람이 몰아치는 한계령에서의 발 길을 연다. 미끄러웠던 산 길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급경사로 이어지는 어둠 속의 양 옆 숲속에서는 이름 모를 풀 벌레 소리가 가을의 정취를 돋구어 준다. 헤드램프의 불빛에 드러나는 붉은 빛 단풍이 참 곱다고 생각되지만 발 길은 오르막으로 힘겹기만 하다.
철계단과 돌계단을 지나며 호흡은 더욱 가팔라지고 알싸했던 찬 바람은 이내 흐르는 땀도 가시게 하질 못한다.

왼쪽의 표지판은 중청대피소 7,2km를 알리고 오른쪽 아래로 오색과 그 너머 양양의 불빛이 깜박거리며 졸고 있고 숲속에서는 철 이른 부엉이의 울음 소리가 골을 타고 밤 하늘에 울려 퍼진다. 깜깜한 어둠은 계속 이어지고 경사 심한 오르막은 계속되며 길은 숲 속으로 이어진다.

03:00시.
다시 한계령 1,0km. 중청대피소 6,7km를 알리는 나무 표지판을 지나고 숲속으로 길은 계속된다.  9월의 끄트머리를 향해 달려가는 계절의 바람은 차겁고 부대끼는 이파리 소리는 쓸쓸함마저 안겨 준다. 고요 속을 헤집는 것은 오직 바람 소리와 풀벌레, 그리고 부엉이의 울음 소리 뿐이다. 길은 거칠어 지고 내림으로 이어지는데 불빛에 숲속의  고운 단풍이 어른거린다. 다시 완만하게 부드러워진 길은 숲속으로 계속되고 발길과 호흡은 온순해지지만 이는 잠깐이고 곧 다시 너덜의 오르막으로 변하여 급하게 이어진다. (119구조 설악 09-03지점)

03:30시.
숲은 언제 깨어 나는가!
산짐승에 의해서? 산행객의 발소리에? 아니면 밝아오는 태양에 의해서 깨어 나는가?  아니다. 숲은 숲에 의하여 밤을 밀어내고 밝은 새 날을 맞으며 깨어나는 것이다.
이어 급경사의 바위에 로프가 매여 있던 곳이 이제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한결 쉽게 길을 지나고 곁의 반 동굴은 비박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03:50시.
대승령과 대청봉으로 길이 나뉘는 삼거리다. 우측으로 6,0km를 오르면 대청봉이고 대승령은 좌측의 길로 계속 6,7km를 가야한다. 바위 사이의 로프를 내려선 길은 완급을 번갈아 가며 이어지고 암릉지대를 지난다. 이 곳에서의 조망이 기막히게 좋은데 아직 어둠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저 미루어 짐작만 한다.

05:00시
연이어 나타나는 암릉 사이의 로프를 지나고 길은 어둠의 숲속으로 이어진다. 한계령 4,1km. 중청대피소 3,6km 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이르니 드세고 찬 바람에 한기를 느껴 쟈켓을 꺼내 입는다. 만추의 찬 바람이 불고 철 지난 바닷가의 이야기들이 바람결에 묻어 오른다.
또,
가을, 가을, 가을이다.  심신을 파고드는 이 가을 바람에 마음은 주체하기 어렵게 일렁이고 골 깊은 산골짜기로 불어가는 바람결에 나의 마음을 실어 본다. 그 정처 없는 방황의 길을 따르게......
바람에 날려 쓸려가는 이파리들의 몸부림이 안스럽다.

05:30시.
아직 걷히지 않은 어둠 속으로 설악의 서북능선은 계속 이어지고 드셌던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제 중청대피소는 2,6km의 거리로 다가섰다. 머리의 헤드랜턴 불빛이 점점 약해지고 숲속이 어슴프레 깨어나기 시작하니 먼동이 트여 다가서고 열리는 새벽을 맞는다. 동해의 동쪽 하늘에는 구름에 섞인 노을이 깔려 있고 붉은 빛이 물들기 시작하지만 낮게 깔린 구름이 훼방을 놓는다.
아직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사람들은 따뜻함이 그리울 시간 미명을 여는 새벽을 깊고 큰 산에서 맞는 마음은 각별하다.

06:00시.
마침내 3시간 반 동안 어둠을 밝혀 주었던 헤드램프를 벗어 배낭 속에 쑤셔 넣고 훤하게 밝은 숲속으로 눈길을 돌리니 온통 타는 듯한 단풍이 새벽 안개와 어울려 묘한 아름다움을 듬뿍 안겨 준다.
어둠이 사라져 간 설악의 이곳 저곳은 온통 형형빛깔의 단풍이 물들어 가고 멀리 점봉산 쪽 하늘에는 운해가 깔려 신비스런 아침의 풍광을 흠뻑 느끼게 하는 짜릿함이 전율케 한다. 흔히 메스콤의 단풍 절정 시기는 우리같이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전혀 맞질 않는다. 이미 절정의 단풍을 즐기고 내려왔는데 절정은 아직 며칠이 더 지나야 한다고 늦은 소식을 전해 주니 말이다.

06:20시.
끝청(해발 1,604m)이다.
너덜로 이루어진 이 곳에서 지나온 서북능선을 온전히 눈에 새기고 몸을 식히는 찬 바람을 상쾌하게 온 몸으로 맞는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용아장성능선과 공룡능선이 눈에 들고 주봉인 대청봉도 그 위용을 드러낸다. 끝청에서 중청대피소 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오름길이 길게 이어지는 탓에 그리 만만하거나 쉬운 길은 아니다. 중청의 사면 철조망 아래 길을 돌아 잇는다.

07:00시.
중청대피소(1,676m)에 도착한다. 부지런한 사람들과 산장에서 밤을 보낸 사람들로 마치 한 낮처럼 중청대피소는 붐비고 있다. 천왕봉에서 부드럽게 산장까지 내려 이어지는 사면은 가을빛 단풍의 빛깔이 곱고 비단결처럼 펼쳐지는 부드러움에 마음은 더 없이 아름다움에 취해 버린다. 중청대피소 앞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대청봉을 올려다 본 후 주봉을 향하여 돌 깔린 비탈을 오른다. 바람은 차겁게 몰아치고 기온은 뚝 떨어져 채 8도가 되지 않는다.

07:15시.
주봉인 대청봉(해발 1,708m)이다. 온통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진 정상의 표지석 글씨는 원래 빨강색 이었는데 지금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을 뿐 변함없이 묵묵히, 그리고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거센 바람, 그리고 손이 시릴 정도의 오한이 몰려오고 그 추움은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한다. 뺑 돌며 사방을 조망하고 마치 도망치듯 추위의 정상을 되돌아 내려 온다.

다시 내려선 중청산장 일대에는 마치 누워 버린 듯 키 작은 "눈잣나무"의 빛 깔이 단풍과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며 눈길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중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화려하게 빛깔이 덧칠해져 가고 가을은 그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08:10시 다시 발길을 이어 암릉을 지나 중청의 사면을 돌아 소청으로 향한다.

08:30시.
소청봉(해발 1,570m)에 이르니 전에 없던 간이매점이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냥 지나치기 미안하여 드링크를 사 마시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어김없는 백두대간 이야기다. 이 곳 소청봉도 이제는 완전히 망가져 붉은 흙의 속살이 드러나 있고 나무 한 그루 없는 넓은 운동장이 되어 버렸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당초 계획 대로라면 망설임 없이 희운각으로 내려서 공룡능선을 타야 하나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봉정암 아래의 구곡담이 자꾸 유혹하니 혼돈에 빠져 망설인다. 그래, 공룡능선은 다음에 가자 스스로 마음을 달래 소청산장으로 향하는 내림의 길로 들어 선다. 이 곳에서 백담사는 11,7km의 가깝지 않은 거리이고 소청산장은 산 아래 바로 지척이다.

내려 선 소청산장에는 채 열명도 되지 않는 산행객들이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 있을 뿐 고즈넉한 한 때가 계속되고 있다. 내려서는 길은 반 너덜의 가파름이고 길 가 양쪽 숲은 고운 빛깔의 단풍이 짙은 녹음의 침엽수와 조화를 이루며 발길을 더디게 만든다.

이어 계단을 지나 기암봉이 둘러 펼쳐져 있고 아름다운 숲이 펼쳐진 곳에 자리한 봉정암에 이른다.
봉정암의 기암봉은 갖가지 동물 모양의 형상이며 절 뒤로 독성, 나한봉, 할미봉, 범바위봉등의 여러 봉우리들이 장엄하고 아름답게 늘어서 있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이 곳 봉정암은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암자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봉정암은 한창 불사중으로 끊임없이 헬리콥터가 자재를 실어 나느르라 조용할 겨를이 없다. 잠시 사찰을 눈에 넣고 운치있는 돌계단길로 올라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봉정암5층 석탑에 오른다.
숱하게 펼쳐진 암봉과 용아릉, 그리고 공룡능이 완전한 모습으로 눈에 들며 설악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만드는 조망의 극치를 이룬다.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 계곡은 단풍과 녹음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감탄이 이어지고 하늘금을 긋는 암봉의 기기한 형상에 발 길을 옮길 수가 없다.
사리탑에서 내려 오다 왼쪽의 돌 게단길로 들어 산신각을 엿보고 다시 봉정암으로 내려 가야동 계곡을 묻는 나에게 봉정암의 스님은 10월 중순쯤 되어야 가야동 계곡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며 오늘은 구곡담이 훨씬 나으니 그리하라 이른다.

길을 잇고 내려서 작은 고갯마루의 사자바위(해발 1,180m)표지판이 서 있는 곳이다. 좌측 암봉의 정상이 틀림없는 사자의 형상이다. 이 곳에서 백담사는 10,4km이고 지나온 대청봉은 2,5km다.
계속되는 길은 너덜로 급경사를 이루어 발길은 힘들지만 화려한 숲속의 모습에 눈 둘곳을 찾을 길 없으니 어찌 천상의 선경이 이보다 나을까 싶다. 바로 사태골 지점이다.

10:30시.
로프 매여진 곳을 내려서니 물 소리 시원한 봉정골 입구(해발 1,050m)다. 백담사 10,1km 표지판이 있고 이어 봉정골 들머리의 계단으로 계곡을 가로 건너고 길은 우거진 숲속으로 이어진다.  
이제 숲속에는 홍엽, 단풍 보다는 짙푸른 녹음이 더하고 계속 나타나는 철 다리를 건너 길을 잇는다.
흐르는 계곡 물에 손을 담그니 그 상쾌함이 짜릿하게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11:00시.
또 다른 철다리를 건너니 좌측 아래 계곡에는 2,3단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줄을 잇고 암반을 흐르는 물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여 거울처럼 투명하다. 계곡은 이어지고 나타나는 여러개의 철다리를 건너  50여 m 높이의 쌍폭에 이른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감상하기에 좋으나 넓지 않은 곳에 미리 자리 차지한 산행객들이 많으니 제대로 볼 수가 없다.

11:30시.
지나온 대청봉 4,5km. 가야 할 백담사 8,4km의 표지판이 서 있는 곳을 지나 길은 계곡의 우측으로 이어지고 게곡에는 소와 담 그리고 폭포가 끊임없이 눈 앞에 펼쳐지고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의 청류는 그저 감탄만을 자아내게 한다. 이제 구곡담 계곡은 끝이나고 백운동에 이른다.

11:50시.
백운동(해발 730m)에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로 운치있는 소나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겹고 아름답다. 흐르는 물은 바닥까지 훤히 드러나는 명경지수다. 편안한 바위 곳곳에는 산행객들이 한 낮의 단잠에 빠져 있는데 여간 평화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12:20시.
만수담(해발 680m)이다. 백담사 6,5km. 대청봉 6,4km이니 정확히 중간이다. 드넓게 펼쳐진 암반위로 물살 완만한 계곡물은 평화롭게 흐르고 양쪽의 숲 모습이 물결에 투영되니 이게 바로 동양화, 그 모습이다. 넓다란 암반에 앉아 손을 담그고 얼굴을 씻으며 그 상쾌함을 듬뿍 맛 본다.

12:40시.
수렴동산장이다. 몇 십명의 인파가 좁은 곳에서 붐비고 가느다란 햇빛은 평화롭고 따뜻하게 내려 비춘다. 백담사는 4,7km 대청봉은 8,2km다. 간이 매점에서 사 먹는 도토리묵 맛(6,000원)의 쌉쌀함이 너무나 맛 있다. 양철 지붕의 나무탁자에 앉아 먹는 맛이 더욱 각별하다. 이 곳에서 가야동 계곡과 길이 갈린다.

13:10시.
수렴동 산장에서 쉬어던 발길을 내리니 이내 나타나는 물 길 고요한 곳에서는 정말 발길을 옮기기 싫다.
계곡의 비경에 취했음인가!
십여명의 여승들이 계곡의 바위에 앉아 한 낮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곧바로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으로 올라서는 삼거리의 안부다. 아름의 커다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무 계단길이 이어진다.  
20분을 내려서니 영시암에 이른다. 앙증맞은 샘물이 이채롭고 정겹다. 물을 이용한 디딜방아인데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다. 한창 전기 불사중인 영시암 앞에는 하얀빛 구절초가 만발하여 화려한 햇빛 아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다.
이 곳 영시암에서 느끼는 가을은 무척이나 정겹고 한가로우며 오붓하다. 남향의 절 마루로 햇빛은 적당히 쏟아지고 산들거리는 가을 바람은 상큼하고 시원해서 모든 것 다 훌훌 털어 버리고 며칠 묵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14:00시.
계곡을 가르는 철다리를 건너니 숲속의 표지판은 백담사를 1,8km 거리로 알려 준다. 지나온 대청봉은 이제 11,1km 거리로 멀어져 가고.
나무그늘 아래서 두 발 길게 뻗고 잠시 땀을 말리고 등산화의 신발끈도 조여 맨다. 새벽 02시 20분부터 걸었으니 무려 열두시간 째 발길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14:40시.
백담사 0,7km 표지판을 보며 철문을 나선다. 이어 돌집 백담산장을 눈 깃으로 스치고 넓디 넓은 시원한 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배낭도 늘어지고 스틱도 끌려서 나의 뒤를 따른다. 다시 배낭 끈을 조여 힘을 위로 올리고 걸음도 단정히 바로 잡아 산길을 잇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얼굴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인파는 북적거리며 길에 넘친다.

15:00시.
백담사에 이르니 한 낮의 햇볕은 기와지붕의 검은 빛깔에 스며들어 열기마저 느껴지고 곳곳의 절 집들은 대규모 사찰을 연상하리 만큼의 큰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만해 교육관의 툇마루에 앉아 아주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만해의 흉상 앞에서 님의 싯귀를 떠올린다.
백담사 역시 한 창 불사중으로 흙먼지도 날리고 굉음도 일어 조용한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은 아니다.
절 이름은 산신령의 계시로 대청봉 주변에서 100여개의 담이 있는 곳에 터를 잡은 이유로 붙여졌다고 하며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 했으나 이후 여러 차례 옮기기도 하고 새로 지었다고 한다.
만해 한 용운이 이 절에서 수도한 까닭으로 곳곳에서 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만해를 붙인 건물도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그 꽃"
시인 고은 님의 시비에 새겨진 전문이다. 이 외에도 몇 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걸음 멈추고 되새겨 보기에 좋다. 앞쪽에는 넓은 백담계곡의 물이 흐르고 계곡에는 수 많은 바위와 돌들이 아주 길게 깔려 있다.

백담사를 돌아보고 일주문을 나서며 걸음을 재촉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걸음을 내려 선다. 주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백담계곡을 내려다 보며 걷는 발길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셔틀버스 승강장을 지나고 양쪽으로 코스모스 만발한 아스팔트 길을 지나 용대리에 이르니 18:30시가 되면서 긴 산행은 그 끝을 마친다.

용대리에서 산행 들머리인 한게령으로 돌아가는 길을 참고로 적는다. 백담사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홍천의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요금이 비싸다. 28,000원~30,000원쯤의 요금이 나오지만 택시 기사들은 20,000원이 조금 더 나온다 하며 미터 요금으로 게산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믿고 택시를 이용하면 생각보다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니 버스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용대리의 도로를 건너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민예단지에서 내리지 않는게 훨씬 편하다.
차편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은 민예단지에서 내려 한계령 가는 차편을 이용하라 하지만 내가 직접 이용해 보니 용대리에서 버스를 타고 원통까지 간 다음 원통에서 양양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이 버스는 설령 직행버스라 해도 장수대, 한계령, 오색에서 다 정차를 하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요금도 택시 요금의 거의 1/10 수준이면 된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에 올라 용대리로 내려서는 이 코스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설악의 대청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어느 곳이나 다 그렇지만 이 코스도 급경사를 내려서야 하고 (특히 소청봉에서 봉정암까지) 용대리까지 기나긴 계곡을 거의 무한정 걸어야 하니 산행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그 만큼 산행 맛은 각별하다.

--- 산이 하나의 예술품이라면 이 땅에 설악만한 걸작은 달리 없다.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에 올라 그곳서 지척인 향로봉과 금강산을 바라다보고 동으로는 발 아래 창파에 휘몰리는 동해가 펼쳐지는 장관을 보라. 그리고 서쪽과 남쪽으로 펼치는 기치창검의 산세를 보노라면 제 아무리 강인하고 오만한 사람일지라도 스스로 작아지는 미적 카타르시스를 맛볼 것이다. 그 대청봉의 정상에 서서 산은 크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작다" 는 어휘를 문득 떠올릴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설악의 아름다움을 제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예술가가 된다. 그 과장과 허세조차도 대청봉이나 설악산의 여늬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조망 앞에서는 전혀 과장되지 못할 뿐 그것조차 표현 부족이 되고 만다.
설악산의 특징은 금강산이 그러하듯 필설로 다할 수 없이 오묘하고 다양한 산세에 있다. 산굽이를 돌거나 능선에 올라설 때마다 선보이는 기암괴석의 정교한 예술품을 감상하는 일 이야말로 설악 산행의 백미다. 그만큼 다양한 산세를 지녔기에 계곡에는 수십 길의 폭포와 웅덩이가 줄을 잇는다. 따라서 능선에서는 설악의 수석미를, 계곡에서는 폭포와 웅덩이가 어울려 빚어낸 수묵화를 즐겨야 한다. ---
                             (사람과 산의 설악산 중에서)    
                                                                        (끝)



산행코스:한계령-서북능선-대청봉-봉정암-구곡담-용대리 까지



설악루에서 출발하며 이른 새벽의 숲속을 찍었더니...



06:00시 끝청을 약 20여분 쯤 남겨둔 곳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먼 동이 트여오고 있었다.



점봉산과 서북능선 중간 쪽을 바라 보았고
끝청(해발 1,604m)에 서 있는 표지판이다.
지나온 서북능선
점봉산 방면이다.



끝청갈림길이니 대청봉과 중청으로 길이 갈리는 삼거리이고
용아장성능선이다.



중청산장(07:00시)의 모습, 어둠을 뚫거나 산장에서 밤을 새운 인파로 북적 거리고 있다.



중청산장에서 올려다 본 대청봉, 이미 단풍이 상당히 물들고 있었다.



대청봉 정상의 표지석, 언제 표지석 글씨의 색깔이 검은 색으로 바뀌었지? 전에는 붉은 글씨였는데...



정상 표지석 옆에 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양양 방면의 동해 바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봉과 중청 산장의 모습.



중청산장 일대에 심어져 있는 "눈잣나무"
맨땅이 드러난 곳이 소청봉 정상의 모습이다. 간이 매점이 새로 생겼고
소청봉에서 계단길을 잇는 숲에는 단풍의 빛깔이 진하고
소청산장의 모습이다.



소청산장의 간이 매대.
그리고 사면의 숲 가을 모습.
이 등산로아님 표지판을 넘으면 용아장성능선으로 이어진다.
설악의 단풍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숲, 그리고 기암봉 사이에 들어앉아 있는 봉정암.



봉정암 부근의 기암봉과
봉정암 들머리(소청에서 내려올 때 기준)의 표지판
봉정암의 아름다운 샘
한창 불사중으로 헬리콥터가 계속 드나들고 있는 봉정암은 부산했다.



봉정암의 현판 글씨 그리고
봉정암의 옆 모습이다.(날이 흐려서...)



사리탑으로 올라가는 운치있는 돌 계단 길,누가 쓸었을까 나뭇잎 하나 없었지.



산신각으로 오르는 돌계단길과
사리탑과 기압봉 사이의 불빛 단풍.



봉정암의 기암봉위에 날렵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리탑.



사리탑에서 바라본 봉정암과
사리탑 윗쪽의 멋진 소나무와 바위가 절벽에 면해 서 있다.



보이는 저 암릉이 바로 그 유명한 용아장성능선이다.



사리탑위의 헬기장에서 바라본 사리탑의 모습.



헬기장에서 내려다 본 가야동계곡.



사리탑에서 내려 오면서...



봉정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험하다,철계단도 있고 로프도 있으며 무척 가파른 경사 너덜길이 이어진다.
작은 고갯마루(해발 1,180m)에 서면 사자바위 표지판이 있다. 사자를 쏙 빼닮았다.
기암괴석과 타는 듯한 "가을단풍" 또, 가을이다, 가을,가을,가을,...
올라본 사람은 다 안다. 사자바위의 고갯마루를 오르는 그 힘겨운 경사길을, 되돌아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봉정골 입구다. 여기서 백담사는 10,1km이고 대청봉은 2,8km다.
이제 부터 이런 철다리를 수 없이 건너야 한다.



폭포.



쌍폭중 오른쪽에 있는 폭포다. 두 개의 폭포가 합쳐지는데 왼쪽의 폭포는 찍을 수가 없었다. 먼저 자리잡은 사람이 비켜주지 않아서...



쌍폭(오른쪽 폭포)의 윗 모습과
또 다른 폭포, 수없이 많은 폭포를 만난다.
올려다 본 암릉.
구곡담 계곡의 모습.



폭포와
폭포.



수렴동산장의 모습.



수렴동산장의 매점인데 도토리묵(6,000원)이 맛있다.
암반위로 옥류가 흐르는 계곡과
수렴동 계곡의 모습이며
간혹 지나는 원시의 우거진 숲 길.



"영시암"의 앙증맞은 샘 모습. 무척이나 정겹다.



하얀 구절초 만발한 영시암에서는 다 팽개쳐두고 며칠 묵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수렴동계곡.



수렴동 계곡의 물속에는  열목어와 버들치등, 물고기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백담사의 샘 모습과
백담사의 일부 모습(한창 불사중이었다)



만해 한용운님의 흉상과 백담사의 모습이다.



내설악 백담사의 일주문을 나서며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용대리까지 무지하니 많이 걸었다.
새벽 2시 2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무려 열 여섯시간을....
그런데 어찌하랴?
지금 또 가고 싶은 것을...
  • ?
    parkjs38 2003.09.29 14:44
    10/9 저두 그 코스를 역방향으로 갑니다. 아! 이리 먼저 정보를 주시니 정말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열심히 읽고 기억하여 좋은 산행되도록 하겠습니다. ^^*
  • ?
    오 해 봉 2003.09.29 16:58
    단풍이 물들고 있는 대청봉.
    나도 따라 걷는 것같은 산행기 참 좋으네요.
    그 험한 산길을 신새벽 부터 16시간을.
    참 대단한 우리 ofof. net 의 대표선수 이영진님.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10월 18, 19 피아골에서 뱀사골을 갈려는데 뵐수 있을련지요. 18일 뱀사골에서 1박 할렵니다).
  • ?
    이 영진 2003.09.29 17:06
    봉정암에서 오선배님의 생각을 했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오르셨던 길을 따라 저는 내려 갔지요. 지리산에 오신다니 반갑습니다.
    제 일정이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이 가을에는 초암릉과 황금능선을 가고 싶은데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지요.
    항상 좋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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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9.30 09:11
    산을 이렇게 잘 타시니,존경스럽습니다.
  • ?
    정진도 2003.09.30 11:29
    수고하셨습니다. 한오년전 똑같은 코스로 12경 출발하여 중청에서 일출을보았는데 그장관이 다시생각납니다. 다음코스가 어딘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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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03.10.07 10:24
    89년 이 즈음에 봉정암에서 잠을 자고 이른 아침에 암자에서 내준 절밥(짜장면 그릇에 미역국에 밥을 말아 숟가락 하나 담가)을 무척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나서 대청봉에 올라 동해일출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때 사진을 한 번 찾아봐야 겠네요. 기억에 새롭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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