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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의 백두대간 동대산-두로봉을 거쳐 상왕봉-비로봉 약 18km의 오대산 종주길,
하나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또다시 이 길을 걷게 될것이다.
- 나무를 만났으니
이제 시인이 되었다
우리모두 시인이 되었다
텅빈 대나무 속처럼
시를 모르는 시인이 되었다
- 한때 나도 하늘이었지요
그시절을 그리워하냐구요
아닙니다
누군가의 꿈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 옹이가 어찌 생기는 지 아시나요
은은한 달빛아래 별들의 속삭임을 담아
바람에게 전하는 말들이 옹이안에 있음을 아시나요
더 많이. 깊게 사랑한 사람에겐 그 사랑이
아픔도 상처도 아님을 옹이를 들여다보면 알게됩니다
- 바람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제가 바람통입니다.
-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다름의 낮설음과 같음의 익숙함
세월을 지켜온 나무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하나입니다
- 긴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이 나를 있게 합니다
- 나무의 시 /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 오래된 벚나무 아래
나무의자 하나를 내어놓았다
시집(詩集)을 덮어두고 차를 끓이러 들어온 창문 너머
쓸쓸해 보이는 나무의자의 풍경
그래, 예전엔 너도 나무였구나
성장 멈춘 관절마다 쐐기 옥 다물어
잎눈 틔우던 수액의 향을
힘겹게 잊어냈을 마른 옹이들
맨발로 듣는 벚나무 숨소리
직선의 어깨위로
눈길 없이 바람은 먼 숲에 다다르고
김 서린 창문 너머 오래된 벚나무 아래
손길 익은 한 사람의 체온과 무게를 감내하는 기다림
그리워 할 일 하나로 저기 서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자 한 그루.
- 나무 의자 / 용 혜 원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 생각에 빠진다
어느 숲 속의
나무였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몇 번이나 지냈을까
어느 새가 날아와 앉아
울고 갔을까
어떤 짐승이 보금자리를
틀고 싶어했을까
나무는 자라가면서
무엇들을 바라보았을까
나무는 여름날 그늘을
잘 만들어 주었을텐데
목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만들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의자에 피곤을 기대고 앉아
잠이 들어버렸다
꿈 길에서 큰 나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