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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주변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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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산행은 처음으로 자가용을 가지고 가게 되었다. 갈령에서 새벽 일찍 시작해야 당일에 속리산 구간을 넘어갈 수 있는데, 갈령에 새벽에 도착할 수 있는 대중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선생이 마침 디젤차(렉스턴)을 가지고 있어서 기름값을 절약하는 목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밤 11시 45분쯤 신림동 우리 집에서 출발하여 조치원역에 새벽 2시 40분 경에 도착, 남원에서 기차로 올라온 삼봉씨와 합류했다. 조치원 일대는 "복숭아 축제"를 알리는 온갖 현수막과 플래카드들이 걸려있고 길가에는 임시 가두 판매대가 불을 밝히고 있다. 조치원에서 복숭아가 많이 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초행길이고 밤중이라서 길을 찾는데 조심스럽긴 했지만 별로 헤매지 않고 갈령에 도착했다. 주변은 짙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고 밤새 달려왔더니 너무 졸려서 잠깐 눈을 붙이고 났더니 한순간에 밝아져 있었다.
2) 예정보다 30분 늦게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번에 그렇게 고생스레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 갈령삼거리에 도착했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형제봉까지는 수월하게 올랐다. 형제봉은 큰 나무 사이로 5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가 정상인데 상주산악회에서 세운 흰 나무막대가 표지목으로 세워져 있다. 리본은 바위 왼쪽으로 바짝 붙은 길과 90도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뉘어지는데 바위를 끼고 내려갔더니 한참 돌아서 다시 왼쪽 길로 되돌아 올라왔다. 나중에 보니 두 갈래 길이 모두 중간에서 'Y'자로 만나게 되어 있는데 그 지점에서 급히 5시 방향으로 꺾어야 하는 걸 미처 못 보고 직진하다 보니 형제봉으로 되돌아 오고 말았다. 15분을 허비한 셈이었다.
3) 피앗재는 만수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보일 뿐 다른 표지는 아무 것도 없다. 667봉에서 다시 앉은 채로 30여분 졸다가 간다. 잠 많은 한선생이 밤새도록 운전하고 오더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덕유산 할미봉 올라가면서도 졸던 것이 생각난다. 잡목숲에 비스듬한 굴곡으로 별 특징이 없는 703봉을 지나 전망바위에 다다르니 북쪽(천황봉 쪽)으로는 나무에 가렸지만 다른 세 방향으로는 제법 시야가 탁 트이는 게 "전망바위"라고 이름붙일 만하다고 느껴진다.
4) 천황봉에 올라섰다. 안개가 걷혀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데 그늘이라곤 전혀 없는 돌마당이다. 북쪽으로 숲사이로 암봉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능선이 문장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땡볕에 앉아서 북경에서 공수해 온 '청도맥주'로 정상주를 나누었다. 시원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아주 그만이다.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새로이 얻게 된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 이름있는 봉우리에서 마시는 정상주- 아이스박스에 채워 가지고 온 시원한 맥주의 맛이다. 내친 김에 아침에 먹다 남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는 아무런 표지가 없어서 거기가 거기 같은 천황석문과 입석대를 거쳐 신선대 휴게소(매점 겸 음식점)에 도착했다. 하산까지 샘물이 없는 것 같아서 생수를 세 병 사서 보충하고는 제대로 한숨 자고 나서 출발한다.
5) 문장대 휴게소(매점 겸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막걸리를 먹고 가라고 성화를 부린다. 문장대 바위에는 움푹 패인 웅덩이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에 물이 고여 올챙이가 가득이다. 참, 여기에 물이 고여 있는 걸 개구리는 어떻게 알고 와서 알을 낳았을까? 종족번식의 본성이 신비하기 이를 데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장대 철계단을 내려와 문장대 안내판 왼쪽에 있는 목책을 넘어 들어가 헬기장을 지나면서 표지리본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널찍한 마당바위 같은 곳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고 기운을 돋군다. 조금 가다가 문제의 개구멍바위가 나타나더니 네발로 기고 앉아서 뭉개는 구간이 줄줄이 나타난다. 이때를 위해 30미터 짜리 보조자일을 공통경비로 마련했었는데 하필이면 안 가져왔다. 다행히도 외나무다리나 밧줄이 적재적소에 놓여있어서 무사히 지나오긴 했지만 비가 오거나 겨울에는 너무 위험하겠고, 이번 구간을 당일치기 작은 배낭으로 준비한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6) 아찔한 절벽에서 다리가 덜덜 떨려 제대로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입석바위인 듯 싶은 곳을 지나는데, 지도상의 해발고도와 고도계가 맞지 않는다. 지도의 표기가 잘못인가 아니면 고도계의 고장인가? 그도아니면 우리가 너무나 늦게 가고 있다는 말인가? 점점 불안해져 가는 가운데 해발고도가 일치하는, 진짜 입석바위인 큰 바위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예정보다 1시간, 중간 휴식을 감안하더라도 30분 이상을 지체하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일몰 전에 하산이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야간산행의 준비는 전혀 없이 올라왔는데. 스멀스멀 두려움이 몰려온다. 속도를 내자. 무덤을 보고 민박집에 전화를 한다. "10분 있으면 밤티재에 도착합니다. 차로 데리러 와 주세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0분이 지났는데 다시 무덤이 나타나는 게 아니가! 아까는 무너져 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무덤이었는데, 이번에는 비석가지 갖춘 형체가 완연한 무덤이다. 차가 와서 기다리다가 돌아갔으면 어쩌지? 허겁지겁 걸음을 재촉하여 드디어 밤티재에 내려선다. 다행히도 민박집 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사진 한 장 찍고 나니 민박집 봉고차가 반갑게 나타난다.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가게에서 아이스케익을 사먹었다. 와! 그 시원함이란!
7) 민박집 <문장대 가든>은 송어와 향어 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민박을 겸하고 있는데, 방은 웬만한 여관 못지 않게 넓고 깨끗하며 더운 물 샤워도 할 수 있는 화장실이 달려있었다. 식당 메뉴는 오직 회(송어, 향어, 역돔)만 있고 아침 일찍 식사 준비는 안 되니까, 취사 준비를 해 가지고 오는 게 더낫겠다.
8) 전날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했던 라면을 먹고 차를 얻어타고는 밤티재로 향했다. 늘재에서 갈령으로 넘어가는 단체가 한 팀 지나간다. 가볍게 날등에 올라서니 또다시 나타나는 개구멍바위는 이번에는 난이도가 한참 떨어지는, 무늬만 개구멍바위이다. 696봉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어느새 내리막으로 변한 길은 금새 늘재로 떨어진다. 지나가는 차는 있지만 모두 다 고개밑 동네로 간다고 손을 저으며 지나간다. 테라칸 한 대가 지나가더니 유리창을 내리고 "다 찼습니다."하고 얘기하는 사람이 <허영만(허영만의 백두대간 팀)>인 듯 하다고 한다.(나중에 산행기를 확인해 보니 맞다) 얻어타기를 포기하고 화북의 택시를 불러타고는 갈령으로 향했다. 갈령에는 그새 차가 세 대나 더 와 있었다. 조치원에 들어가는 길목에서 어제 지나쳤던 복숭아 판매장에서 복숭아를 사 가지고 집에 가서 점수를 따기로 한다.
9) 속리산의 휴게소 : 산장도 대피소도 아닌 것이 산 꼭대기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 것인가? 등산객은 야영을 못하게 하면서 판잣집 건물에서 음식점은 왜 허용할까? 물은 어디서 구하고(근처에 샘물은 있는 모양인데, 왜 샘물 안내판은 없을까? 매점의 매상에 지장이 있을까 봐?)  설거지등 생활하수는 어떻게 처리할까? 매점 뒷편의 화장실은 아마도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은 것 같은데, 매점 운영자의 전용 화장실로 쓰이는 것 같다. 나중에 국립공원 공단 직원에게 물어보니 땅이 개인 소유라서 공단에서 간섭을 할 수 없단다.

≪기록≫  
8월 8일(금) 23:50 신림동 출발
8월 9일(토) 조치원역 도착(02:40), 남원에서 23:48발 기차로 올라오는 삼봉 씨 합류, 출발(03:00)
갈령 도착(04:50),
산행 시작(05:33) → 갈령삼거리(06:22/07:12) 아침식사 → 형제봉(07:31/07:47)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옴 → 피앗재(08:40) → 천황봉(12:42/13:23) 정상주와 점심 식사 → 신선대 매점(14:52/15:30) 휴식 → 문장대(16:05/16:20) → 입석바위(18:32)  → 밤티재(19:18)
8월 10일(일) 밤티재(06:50) → 개구멍바위(07:30) → 늘재(08:33)  
산행거리 18.5km/백두대간 구간 17.0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267.4Km)

≪정보≫
ㅇ 신선대 휴게소 음료 10,500원(음료수 1,500원 * 3개, 물 2,00원* 3개)
ㅇ 아이스크림, 음료 4,800원
ㅇ 민박집 50,000원(송어회 16,000원, 소주 3,000원, 매실 1,000원, 식사 2,000원, 맥주 3병
9,000원 방 20,000) 1,000원 깍아줌
ㅇ 조식 7,000원 (라면 3개, 공기 1,000원)
ㅇ 택시 10,000원 (늘재-갈령)
ㅇ 아이스크림 1,500원
ㅇ 이상 합계 \83,800/3=\28,000

▣ 민박집 : 문장대회가든(054-533-8934~5)  2만원, 송어 및 향어회 전문집, 다른 메뉴는 없음.
▣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없음. 단, 신선대와 문장대 매점에서 파는 것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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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 2003.08.29 09:43
    문장대 매점에서는 파는것도 있지만 주인장 되시는 분이 계속 주전자로 물을 나누어 주시던데.. 저만 그랬나요. 이후로는 물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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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 2003.08.29 09:44
    신선대 매점의 불친절은 거의 죽음이었습니다. 어떻게 독점이라고 그렇게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땅이었군요..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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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당지기 2006.06.07 19:06
    저도 6/6일 가족과 함께 법주사 문장대 신선대 법주사코스로
    산행을 했는데 국립공원내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매점이 여러군데
    난립을 하더군요. 어서빨리 정리되어 속리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오래오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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