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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15구간을 11월 마지막 주에 했었으니까 5개월만에 다시 대간 길을 찾은 셈이다. 예전처럼 1박 2일로 이화령까지 주파했으면 좋으련만, 암릉구간이 많아 큰 배낭이 무리가 되고 능선 상에 식수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 같아서 야영하기가 곤란하니 당일치기로 지름티재에서 끊기로 했다.
시내에서 길이 약간 밀린다 싶었는데 천안역에는 예정 시각에 도착했다. 남원에서 기차로 올라온 삼봉이를 만나서 다시 천안을 출발했는데 역 광장 앞의 갈림길을 못 보고 다른 길로 접어들어 다시 되돌아 왔다. 다시 시내를 벗어나 독립기념관을 지나서 증평으로 가는 지름길을 지나치는 바람에 진천을 거쳐서 멀리 돌아가더니 괴산을 지나서는 가은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연풍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지도(월간 산; 발행)에는 913번 도로라고 돼 있는데 돌아와서 보니 실제 표지판에는 517번으로 적혀 있다. 결국 오늘 3번이나 길을 헤매고 잠자는 시간만 1시간 가까이 허비한 셈이다.
산중이라 밤새 기온이 떨어질 것을 생각 못하고 덮을 걸 안 가져와서 추운 데다가, 옆자리외 뒷자리에서 코고는 소리에 더해 밖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 울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밤새도록 우는 걸로 봐서는 새 종류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혹시나 귀신은 아니겠지?)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자동차용 커피포트로 끓인 따끈한 커피까지 한 잔 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하늘은 맑게 개었고 바람도 잔잔하다. 아주 기분 좋은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40분 정도 올라가니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다. 출발할 때는 춥다고 셔츠 두 겹에 고어텍스 자켓까지 껴입고 왔는데, 올라오는 동안에 햇살도 퍼지고 몸도 워밍업이 되면서 제법 더워져 몽땅 도로 벗어 제낀다. 지난 2월말 지리산 산행 뒤에 무릎이 계속 아파서 걱정했었는데, 한 시간 정도 걸어본 결과는 염려하지않아도 될 것 같다.
장성봉 조금 못미처 앞봉에서는 대야산과 멀리 속리산의 능선까지 눈에 들어온다. 자료에는 <애기암봉> 갈림길이 있다고 하는데 눈에 띄진 않는다.
장성봉은 자그마한 공터에 달걀형의 자연석에 장성봉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있고 그 앞에는 납작한 돌이 앉아 쉬기에 좋게 마련되어 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세워둔 이정표에는 이곳이 속리산국립공원의 관할구역임을 밝히고 있고 막장봉을 거쳐 <절말>로 내려가는 길에는 표지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체력에 자신 없는 만큼 막장봉은 들리지 않기로 하고 지나간다.
가볍게 오르내리는 기분좋은 오솔길을 한참 걸으니 풀밭에 보도블럭으로 헬기장 표시가 되어 있는 공터에 다다른다.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실제로 헬기가 내려앉기는 곤란하겠고 지도상에도 헬기장이 아니라 <공터>라고 표시되었다. 지도상에는 네거리처럼 되어 있는데, 왼쪽의 절말로 내려가는 길은 알아볼 수 있지만 반대편 봉암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표시가 없다.
이정표가 있는 악휘봉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완전히 하산하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비탈면을 한참동안 급하게 내려가게 된다. 지도에는 암릉구간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그다지 까다로운 곳은 없었다. 괜히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아서 속으로 웃었다.
펑퍼짐한 곳을 찾아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는데 한 대여섯 명의 대간꾼들이 지나간다. 우리와 같이 버리미기재에서 시작해서 지름티재로 내려간다고 하며 부지런히 갈 길을 간다. 저렇게 여유없이 "돌격 앞으로!" 하는 식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참 이해가 안 된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은티재에 내려섰다. 여기는 수박만한 돌로 반원형의 축대처럼 쌓고 새끼줄을 친 서낭당이 있고 왼쪽에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오른쪽은 계곡인데 봉암사에서 나무와 비닐끈으로 흉물스럽게 막아놓았다. 아무리 봉암사가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는 수도장(일년에 하루, 석탄일에만 개방한다고 함)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아직 봉암사와는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 다니는 등산객들이 얼마나 시끄럽고 지저분하게 했으면 이런 식으로까지 나올까 반성도 하게 된다. 정말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의 모습이다.
은티재를 지나 주치봉으로 가는 길은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을 오른쪽에 보면서 된비알을 헉헉 대며 올라가야 한다. 자그마한 공터로 된 주치봉을 넘어서 조금 가니 비석과 상석등 석물을 잘 갖춘 무덤이 나타난다.
다시 서서히 고도를 높여 구왕봉에 이르니 잡목이 드문드문 서 있는 좁은 공터이다. 나무 사이로 희양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좀더 앞으로 나아가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거대한 암벽의 위용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계곡 건너에 엄청난 바위가 병풍처럼 막아선다. 지도를 보니 등산로는 그 바위벽 왼쪽의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되어 있다.
감동을 접고 조금 가니 10여 미터 높이의 절벽을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매어져 있던 밧줄이 끊어져 있다. 자료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곳이다. 아마도 봉암사에서 등산객의 출입을 막으려고 일부러 끊은 것으로 짐작된다. 직벽은 아니어서 전혀 못 내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는 30미터짜리 보조자일을 가져왔기 때문에 밧줄을 걸쳤다. 지난 번 대야산 하산길 절벽에서 너무 힘들었던 탓에 "8자 하강기"를 샀었는데, 그걸 한 번 실습해 보기로 했다. 책자에서 그림으로만 사용법을 보고 머리 속에담아왔는데, 실제 해보니 정말로 힘이 전혀 안 들고 속도 조절은 물론, 중간에 정지상태로 머물 수도 있는- 아주 편리한 장비이다.
원래는 안전벨트까지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가격도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것 같아서 안 사고 군용 허리띠로 대신했는데, 중간쯤 내려가니 허리띠가 탁 풀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다. 허리띠만 보강하면 앞으로 내려가는 절벽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어제 책자에서 보니 보조자일로 간편하게 안전벨트를 대신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았음)
급경사를 내려선 지름티재에도 은티재와 비슷한 서낭당이 있는데, 봉암사에서 막아놓은 장애물이나 비닐끈 경계 표시는 은티재보다 몇 배 더 엄중하게 돼 있는 것이 마치 영화에서 본 월남전 베트콩 진지를 연상시킨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다음에 와서 장애물을 넘어 진행할 "개구멍"을 찾아서 기억해둔다.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여러 갈래 가지를 많이 치고 있어서 다음에 거꾸로 올라올 때는 자칫 헤매는 수가 있을 것 같아 염려스럽다. 마른 계곡을 몇 번 건너다가 물줄기에 크게 패인 곳을 한참동안 따라 내려가니 과수원이 나타나면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마을 전체가 졸고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마을 구판장에는 그동안 지나간 대간꾼들의 낙서와 명함, 표지 리본, 산악회 명찰들이 사방 벽과 천정에 잔뜩 붙어있다. 칡을 넣었다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연풍면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차를 가지러 버리미기재로 되돌아간다.
천안으로 가는 길에 또다시 길을 잘못 들어 비포장길도 지나가고 하며 병천으로 가는 길에 오창면 직전 다리를 건너면서 11시 방향에서 마주 달려오던 카렌스와 부딪쳤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못했다.
독립기념관 못 미처 병천의 명물인 순대국으로 저녁을 먹고 순대를 한 접시씩 사 가지고 귀가길에 올랐다. 자, 한달 뒤에 이 길을 다시 찾아오자꾸나.

≪기록≫  
4월 23일(금) 20:30 신림동 출발 → 천안역에 22:00 도착. 남원에서 18:32발 기차로 올라오는 양삼봉 합류, 출발
4월 24일(토) 01:00 버리미기재 도착, 차 안에서 앉은 채 취침. 04:30 기상, 도시락으로 아침식사
산행 시작(05:40) → 장성봉(06:56/07:20) → 헬기장(09:40) →악휘봉 갈림길(10:05) → 점심식사(10:50/11:47) → 은티재(12:15) → 주치봉(12:40) →구왕봉(13:55) → 은티마을(15:50)
산행거리 14.3km/백두대간 구간 12.3km(지리산에서 누적거리 315.3km - 포항 셀파산악회의 자료를 기준으로 수정했음)

≪정보≫
ㅇ 자가용 기름값 \30,000/3+\10,000   막걸리 \10,000   택시(은티마을-버리미기재) \30,000
    저녁(순대국)  \12,000     비용합계(인당) \37,300

ㅇ 식수 구할 수 있는 곳 - 능선 상에는 없음.
ㅇ 구왕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밧줄 필요.
ㅇ 연풍 개인택시 - 백종석 043-833-5693/011-459-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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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04.04.30 16:36
    역시 막걸리는 안빠지시는군요.저도 침이 맴돕니다. 다음에 저도 이 구간을 갈테지만...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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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4.05.01 15:03
    다행히 접촉사고로 끝낫군요. 늘 차조심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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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성 2004.08.09 23:53
    아~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여의치 못한데..
    제가 산행을 하는 듯한..
    백두대간 산행기 잘 보고있읍니다.
    다음의 산행기가 기다려 집니다. 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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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하빛 2004.09.14 21:39
    이번 추석에 고향인 본코스에 도전합니다
    님을 생각하며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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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 2004.09.22 21:58
    버리미기재에서 이화령까지 하루에 등반이 가능할까요
    몇시간 정도 소요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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