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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172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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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높이로 치면 한라 지리 설악산이고. 다음이 덕유산이다.
한여름의 폭염이 며칠째 계속 되고 있다.
기다리던 설악산 산행을 위해 후배와 나는 속초를 향했다.
거의 밤 12시가 가까워 서야, 설악동 여관 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주차장 에 주차 한 차 앞에 서둘러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날이 밝자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야영장비는 차에 두고 당일 
산행에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내려왔을 때의 홀가분함을 위해 차는 두고 대신 택시를 이용하여 양양을 지나
한계령 휴게소까지 갔다. 한계령코스는 정식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휴게소만 
있을 뿐 매표소도 없고 입구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벌써부터 뚫어놓은 철조망 
개구멍을 통해 들어 갈수 있었다. 길도 좋은 편이다. 귀때기靑峰으로 가는 한계령 
갈림길에서 비로소 대청봉으로 가는 서북능선에 올라섰다 얼마나 무더운 날 인지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 한점 없었다.

겨우 땀 흘린 자 만이 산들바람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저 멀리 내설악 쪽의 공룡능선(恐龍稜線)과 용아장성능(龍牙長城稜)의 기암들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것처럼 아련히 보였다. 꿈의 코스다.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는 관련 회사의 최전방 대리점이 있다. 언제든 오라 했는데...
역시 설악은 기암들이 많아 지리산 보다는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 것 같다.
해인사 매화산의 남산제일봉의 기암절벽을 볼 때면  얼핏 설악을 축소 한듯하다.
서둘러 하산하여 설악동에 떨어지니 오후 3시 쯤 되었다.

여관 촌 앞을 막 지나는데 관광버스 한대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아 가족단위의 휴가객처럼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사장님 하고 부르는 여자의 소리가 났다.
그래도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여기고 산행후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앞만 보고 갔다.

또 다시 “사장님”하고 좀 큰소리로 불렀다. 무심코 뒤돌아보았다.
아니, 정말 우연 이 옅다. 아는 여자였다.
10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은행의 여직원 이였다.
이제 집에 돌아갈 걱정만 남은 순간에 이 먼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휴가철을 맞아 회사에서 마련해준 버스를 이용해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와보니
산행 할 사람은 자기들뿐이고, 다른 분들은 나이도 많고 그냥 가족들과 관광만 
한다하니, 막상 초행길인 산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 했다. 
다른 지점의 2명의 아가씨와 의기투합 하여 셋이 왔다 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내일 한 번 더 산행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애걸하듯 한다.
이미 다른 일행들은 배정된 방을 찾아 들어 가 버리고 여관 마당에는 우리만 
남아 그런대로 심각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하루 더 묵을 여유는 있었지만, 설악이 어느 코스든 뉘 집 뒷동산도 아닌데
“연장으로 이틀 연달아 대청을 치다니?” 이 무더운 여름날에,
일단 들어가 보자며 우리는 배정된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다른 산을 연장으로 올라 본적은 있지만 같은 산을 연달아 간적은 없는 것 같았다.
우리가 여관방을 들어서는 순간 아가씨들은 우리가 동의 한 것으로 인정이나 하듯
생기발랄하여 구세주를 만난 듯 신이 났다.

“체력은 국력이라”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산 꾼은 산행 후 절대 다음날 
에도 산행 후유증이 있어 비실거리면 안 된다.
내일이라도 건수만 있으면 어제 일은 잊고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아가씨들이 옷을 갈아입도록 우리는 방을 나왔다.
후배와 의논 끝에 “여기까지 오기도 힘든데 내일 五色코스로 한탕 더 하자” 는 
결정을 내렸다. 같은 길로 갔다 내려오는 것보다는 약간의 종주 같은 기분도 들고 
좀 가파르기는 해도 짧은 五色 코스가 무난할 것 같았다.
산사나이는 믿음과 의리를 빼고는 말을 할 수 없다.

말이 오색코스이지 온천이나 약수 맛을 보려면 산행코스와 정반대인 여관 촌이 
있는 계곡 쪽으로 내려갔다 와야 하니 여간해서 오색약수의 맛을 못 본다.
나도 산행과 전혀 관계없는 기회에 맛을 보았을 뿐이다.
1,412m의 점봉산도 멋진 산 인데, 설악이 가까이 있으니 빛을 못 보는 비운의 
산이다.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내어주어 잘 먹었다.

가지고 온 텐트가 있으니 텐트에 자고 내일 만나자고 하니, 못 믿어서 인지 아니면
집에도 못 가게하고 자기들만 반듯한 여관방에 자기가 미안해 그런지 좀 불편해도
그냥 “이방에서 같이 자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남녀혼숙이다, 하기야 산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한다. 민박의 환경이 언제나 
그렇다. 그래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순수하고 얌전하니깐, 괜찮았다.
방의 크기가 2~3인용인데 5명이 눕기에는 거의 빈틈이 없다.
거기에 배낭에다 각종 소지품이 구석구석 흩어져 있었다.

안쪽으로 여자 셋, 문 쪽으로 남자 둘이 누웠다. 혹시 잠결에 일어날 수 있는 돌출
사태를 대비나 한 듯, 내가 아는 여자가 여성 측 경계선을 담당하고 남자측은 좀 덜 
싱싱한 내가 경계선을 담당했다. 그리고 자세도 중요해, 행여나 발끝 하나라도 접촉 
되는 것을 염려해 그대와 나는 서로 등을 돌려 누울 수밖에 없었다. 
반듯하게 누어있으면 손만 내려놓아도 서로 닿아 굳은 언약이라도 할 듯 했다. 
비단 경계선 둘만이 아니고 전원이 이런 방향으로 돌아 누었다.
별로 예쁘지도 않는 잠자는 꼴을 피차 보기 싫은지도 모른다.

여자는 셋이 창문 쪽으로, 남자 둘은 입구 쪽을 향해 돌아누웠다. 
여자들도 복장이 겨우 반바지만 갈아입었을 뿐 잠옷과는 거리가 멀었고, 
우리 둘은 종일 땀 흘린 복장에서 겨우 양말만 벗은 정도다. 
여름철이니 티셔츠 외에 더 걸칠게 없었다.
더구나 아무리 더워도 산행중 반바지는 안 입으니, 잠자리에서는 
긴 바지가 더욱 칙칙했다.
다들 피곤한지 잠이 던 듯 적막감이 돌았다. 
여성 측 경계 담당도 잠 던 듯 하다.
“나만 긴장감이 돈단 말인가?” 갑자기 목구멍으로 침이 꼴딱 하고 넘어간다. 
男女 性대결이란 언제나 신선하고, 필요이상의 힘이 솟구치기도 하니 
긴장감이 던듯하다.

대한민국 지식인은 공동경비구역(JSA)의 돌발사태를 이병헌과 송강호를 통해 
너무나 잘 안다. 나도 지식인이다 보니 긴장감을 좀체 풀 수 없었다.
공동경비구역에는 항상 상대편 쪽에서 돌발 사고를 일으켜 우리의 국군과 UN군을 
괴롭히지 않던가. 나도 한잠이 들었는데, 무언가 답답한 듯 다리가 무거웠다.
아군의 다리인지, 적군의 다리인지 잠결에 계산을 하니, 아군은 처음 자세와 
다름없이 문 쪽을 향해 잘 자고 있는데, 나는 반듯하게 자세가 바뀌었고, 그 위에 
적군의 다리가 덮쳐 있었다. 그 뿐 아니다 한 쪽 팔까지 내 가슴위에 얹어 있었다.

무겁고 답답하든 것이 서서히 푸근한 포만감으로 변하는 듯 견딜 만 했다.
“먼 여정에 얼마나 피곤했겠냐?” 싶어 대한민국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차마 냉정히 
뿌리 칠 수 없었다. 그러면 인간도 아니지, 더군다나 날 새면 또 힘든 산행이 있잖아.
나도 한잠이 들었는데, “으악”하는 고함소리에 모두들 놀라 잠이 깨었다. 
한 아가씨가 자기도 놀란 듯 손으로 입을 막고 쑥스러운 듯 서 있었다.

“관광지에 도둑이라도...” 저쪽 경계선 여자가 “와?~ 꿈 꾸었나?” 물었다.
뭔가 망설이더니 “아니,~ 언니” 했다. 그리고는 화장실을 가는 듯 밖을 나갔다.

전열을 가다듬고 처음 자세로 취침했다. 언니는 전혀 몰라도, 나의 추측으로는 
아마 화장실을 갈려고 일어나보니, 언니의 평화스러운 자태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런 
것 같았다. 좋았는데, 견딜 만 했는데 날은 아직 안 샜는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꿈은 이미 날 샌 것 같다.
뒤에 알았지만 저쪽 경계선 여자는 이미 결혼을 한 유부녀 이였다.
결국 숙달된 프로와 프로가 경계선을 담당 했던 것이다. 습관적으로 평소의 프로
근성이 나타났을 뿐이다. 취중이나 잠결에 생긴 일은 무죄다. 저쪽 두 아가씨와 나의 
후배는 아직 다 미혼 이였다.

6시 전원 기상이다. 전날 씻어 널어놓은 양말이 잘 말랐다. 우리는 양말 신는 외에는 
별 할일이 없었다. 언제나 같이 뽀송뽀송한 발을 위해 양말 속과 발에 베이비 파우다를
듬뿍 쳤다. 향기도 좋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양말도 두 켤레 던 최대한 신어, 
신축성을 좋게 하고, 신발도 비브람 창이 부착 된 신발을 신는다.
누가 보면 좀 엄살스러운 듯하지만, 산행후의 쾌적함을 보장한다. 

그리고 처음은 좀 이질감이 나도 정말 효과가 탁월한 무릎보호대를 양쪽에 다 했다. 
처음엔 시큼한 한쪽만 했는데, 그 효과에 이제는 양쪽 다 한다. 이 덕에 산행 후 
후유증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신경외과에서 재활용으로 
판매하는 것이 부드럽고 보온력과 신축성도 좋아 이질감이 적다.
무릎, 발목, 허리, 어깨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부분만 이상이 와도 확대된다.
심지어 머리도 아프다. 비상용으로 꼭 챙겨 다닐만하다. 발목용, 팔꿈치용 없는 게 없다.
무릎관절은 자동차 타이어와 같아 나이를 먹을수록 닳게 되어있다.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한 번 닳은 연골은 절대로 자연 재생은 안 된다. 
특히 산꾼은 누구보다도 무릎관절의 손상이 많이 온다. 
건강할 때부터 잘 관리함이 좋다.

배낭을 둘러메고 먼저 나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흐른다.
해장국 한 그릇하고 시원할 때 빨리 쳐올려야 하는데, 여자들 셋이라 안보아도 안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찍어 바르고 문지르고 하는 시간이 여느 때보다 더 길다. 
아마 어제 밤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며 배꼽을 잡고 웃는다고 더 늦는지 
모른다. 어떤 표정으로 나를 볼지 궁금했다. 아마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시침을 
뗄 것 같다. 식당에서 밥이 나올 때 까지 3:2 로 마주보며 잠간 기다렸다. 
아무도 어제밤일을 말하지 않았다. 첫 산행의 즐거움에 가슴만 설레는 것 같다. 
나만 날 새었지만 아직까지 몽롱한 것 같다.

모두가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우리 덕분에 잘 갔다 왔다고 감사히 여겼다.
“연장으로 대청봉 두 탕” 이란 기록도 남겼다. 나는 배낭을 멘 양쪽 어깨에 
땀띠만 생겼는데, 이것이 몇 년 동안 여름만 되면 해마다 재발했다. 
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여관방에 머물며 하루 더 있기가 싫다며 인솔자에게 
이야기하고 우리와 함께 같이 가고 싶어 했다. 마침 좌석도 5명이 딱 맞다.
그리고 내려가는 도중에 바닷가 좋은 곳에서 저녁으로 생선회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모든 게 흐뭇 할뿐이다.  2002. 7. - [疊疊山中]




  • ?
    부도옹 2004.07.08 22:41
    ㅎㅎ 습관적인 프로근성....
    첩첩산중님은 역시 프로(?)다우십니다.
    '연장으로 대청봉 두탕' ^^*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허허바다 2004.07.09 01:13
    JSA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탕에 설악동의 잠 못 이룬 밤
    대단한 체력이십니다. (정말)
  • ?
    솔메 2004.07.09 14:17

    風流佳客 疊疊山中
    復登大靑 到處春風
    呵呵大笑 不亦樂呼
  • ?
    오 해 봉 2004.07.13 20:22
    좋은산행을 하셨네요,
    지난번 태백산 산행기보다 더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솔메님 한시가 정말로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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