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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2003.09.23 13:04

대청봉 등반기(中)

조회 수 145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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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

'서북주능선'에서 보이는 끝청은 신기루다.가도가도 끝 없는 산길을 코 끝에 쇠똥내 풍기며 터지려는 심장박동 참고 한걸음 한걸음 오르니,땀은 비오듯 떨어져 눈에 들어가 따갑지,후덜후덜 떨리는 다리는 중심 못잡아 너덜지대 젖은 돌에 미끈미끈 스키를 타지,돌진 가재마냥 등짐은 왜 그리 어깨를 누르는가?
'선배님 배낭 내가 메고 갈까요?'
눈 감으면 송장 염해도 될 얼굴 하자,장교수가 배낭 달란다.

거대한 주목(朱木)을 만났다.
누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 했던가?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거대한 주목을 손으로 쓰다듬고 연인인양 팔로 안아보았다.설화(雪花) 핀 겨울산에서 꼭 봐야할 정취는 주목의 푸른 침엽과 심홍(深紅)의 열매다.

갑자기 산길이 왜가리떼 몰려온듯 하다.
자배기 깨지는 소리 난다.
시끄럽기 일등인 내고향 경상도 여자들이다.
'아저씨 끝청까지 얼매 걸립니꺼?'
사십대 아주머니 부대는 씩씩하다.
'반시간 정돈데,어디서들 오셨소?'
'울산요.'
'울산?온 김에 울산바위 좀 가져가시지.'
'좋지예.빽에 넣어만 주이소.'

등산은 달리기를 위해 하는가?보려고 하는가?
숨가쁘게 질주하는 아줌마들을 잠깐 세웠다.
'속초가 왜 속초요?'
그러자 조용하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만든다는 소식에 울산바위가 날라오다가 완성됐다는 소릴 듣고 이 산에 선 이야기는 다 아시지요?
그 뒤 울산사람이 속초에 와서 '울산바위를 울산에 도로 갖다놓아라' '그리 못하면 울산바위를 재로 새끼줄 꼬아 묶어달라.그러면 도술을 써서 가져가겠다'면서 시비를 걸었어요.
그래서 속초사람들이 고민고민 끝에 한 도인의 가르침을 받아,기름 묻힌 새끼줄을 울산바위에 묶어 불을 질렀지요.줄이 재로 변하자,재로 꼰 새끼줄로 바위를 묶은 셈 아니요?
거기서 묶을 속(束)자.풀 초(草)자 속초가 된거요.'
'오매 우야꼬!빽도 필요 없구마.새끼줄로 묶어모 되니.'

중청(中靑)대피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던가.끝청에 오르자 중청대피소 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이라 돛 달고 노젖기다.
백색 공 모양의 통신시설 아래 대피소에 닿으니,평상 위에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 귀를 번쩍 뜨게한다.
국 끓자 해 지고,속초시 먼 등불 어둠 속에 아련한데,
'건배'
독한 꼬냑 한모금 목줄기 넘기자 피로가 싸악 가신다.

대청봉(大靑峰)

냉기 품은 강풍을 뚫고,아침 8시 대청에 올랐다.
봉황대(鳳凰臺),봉정(鳳頂),청봉(靑峰),청산봉(靑山峰)이라 불리는 대청봉은 해발 1708미터로 금강산 비로봉이 1638미터니 그보다 높다.산신 모신 제단은 지금 없고,날씨는 문자 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산과 바다는 운무에 덮혀있다.

희미한 안개 속으로,북쪽 공룡릉 세존봉 울산바위 황철봉과 서쪽 중청을 겨우 보았다.진동계곡 안고 있는 남쪽 점봉산은 연하(煙霞) 좌대 위에 수석처럼 뚜렷이 앉아있고,권금성 너머 동쪽 구름은 금빛 일출 몇가닥 비친다.

대청봉 산신(山神)은 오야붕답게 함부러 얼굴 보이질 않고 쌀쌀한 강풍 속에, '대청봉'.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1'.라고 새긴 각각의 돌 앞에서 빨리 사진 몇장 찍고 가란다.

설악은 왜 대청 중청 소청 끝청 뀌때기청 봉마다 '청(靑)'자 돌림 작명인가?'청(靑)'이 흰빛과 가장 어울리는 색이기 때문이다.백설(白雪) 백운(白雲)의 설악에 가장 어울리는 빛은 짙푸른 에메랄드색 하늘이다.설악은 미해군의 멋이다.내비불루 청바지에 흰모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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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09.23 15:52
    "국 끓자 해 지고,속초시 먼 등불 어둠 속에 아련한데, 독한 꼬냑 한모금 목줄기 넘기자 피로가 싸악 가신다." 캬! 그 맛 오랜만에 맛볼 것 생각하니 소름이 다 끼치네요..
  • ?
    정진도 2003.09.24 11:13
    중청봉산장에서 하루묵으셨군요.
    일찍불끄는 산장에서 기나긴 초가을밤을 어찌지내셨는지?
    격조있는 산행기 잘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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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9.27 03:25
    P-38님. 정진도님이 내가 할말을 다 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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