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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166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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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고요한 산속에서
다정하게 속삭이던 새들의 노래 소리에 잠에서 깨어
몽유병환자처럼 산장 밖으로 무작정 나가서
뽀얀 안개에 취하고..
신선한 공기에 취하고...
새들의 노래소리에 취하고...
밤새 내린 비에 물을 머금고 있는 싱그런 나무와
청초한 야생화들에 실컫 취하고나니... 오전6시

취사장으로 가서 어제 해놓은 밥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자유를 맘껏 누리게했던  삿갓재호텔을 한장 찍고서
7시에 산장을 나섰다

밤새도록  내린 비로 흙과 풀과 나무...모든 것이 젖어 있다
밀림같이 빽빽이 늘어선 나무들을 헤치며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바지가 비맞은 것처럼 흠뻑 젖는다
아침에도 불구하고 높은 습도 때문에 땀이 비오듯하며 한시간을
오르락 내리락하니 헬기장이 있는 무룡산이다

전망이 안좋아  잠깐 목만 축이고 다시 오른다
한참을 걷다보니 햇님이 방긋히 고개를 내밀더니
굽이굽이 산골짜기와 산 언저리에 솜이불 같은
포근한 하얀 구름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발길을 멈추랜다

넋을 잃고 고귀한 구름사위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감탄의 감탄을 하다보니 이른 아침이 부실했는지 배가 고파
친구에게 밥먹자고 조르니 혼자만 먹으라고 궁시렁거리며
김치를 내놓는다 하기야 밥 먹은지 두어 시간 밖에 안된는데...
멈추지 않는 이 식욕을 낸들 어쩌란 말이니 이 친구야...C

배도 부르고 좋은 구경도 하니 발걸음이 가벼워 씩씩하게 오른다 .
오르는 길 옆에는 이름 모를 햐얀색의 야생화가 넘 많다
가끔씩 노란 원추리꽃과 보라색 비비추도 보이긴 하지만
담엔 이 꽃들의 이름을 알아와서 다정하게 불러줘야지....

능선 하나를 훌쩍 넘어오니 동엽령이다
뜨거운 태양에 내 몸 하나 가릴 그늘이 없을 만큼
커다란 나무가 거의 없고 드넓은 푸른 초원만이 펼쳐져있다

내려다보니
넓디넓은 푸르른 대초원에 우리가 가야할 황톳길이 구불구불
정겹게 그려져 있을 뿐 우리와 싱그런 자연의 선물외에
아무도 없는 덕유자락에 묻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성호를 긋고.. 하느님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감사...또..감사....
더 이상의 단어는 떠오르질 않는다
친구가 가자는 소리에 잠시 침묵이 깨지고 발길이 또 바빠진다

사방 훤하게 펼쳐지는 산새들이 꽤나 우람하다
하얀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산들과
구름 그림자들이 드리워진 진초록의 산물결을 보며...
저 구름 위에 올라
구름을 배 삼고 산을 바다 삼아 힘껏 노~져어
어디론가 멀리멀리 흘러가고 싶어진다

중봉으로 가까워지면서 야생화가 지천이다
지리산 세석평전을 연상케하는 나무계단과 평원이
더 넓게 펼쳐져있고 바위들의 어울림이 그대로 그림이 된다
덕유평원아...옹졸한 이 내마음.. 너를 조금이라도 닮게 해주라....

분홍색의 아이스바같은 야생화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넘 예쁘고 귀엽다
나중에 알고보니 꽃과 이름이 쫌 안어울리는 "범꼬리" 란다
아고산대지대에만 자란다는....

향적봉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걸으니 더 길게 느껴짐은 왜 일까...
아마도... 목적지가 보이고
이미 여러번 왔었던 곳이기에 신비로움이 어느새
뇌리에서 탈색되어 지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함인가...

범꼬리... 원추리...나즈막한 연보라꽃...
야생화가 더욱 만발한 아름다운 북덕유평원과 향적봉...

정상 바위에 앉아
한참 밑에 두고온 함양의
영각사~남덕유~월성치~삿갓재~무룡산~동업령 ~중봉~북덕유산 을...
머리 속에서 꺼내 마음 속에 그리며 넉넉한 덕을 가진
덕유산을 빙~~~둘러본다

아......진정 산은 너무도 내게 주는 것이 많아 이토록 벅찬데
과연.. 난...
이 아름다운 산과 자연을 위해
어떤 생각과 말과 행위를 했는지에 대하여 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 ?
    해성 2004.08.07 20:47
    산에 대하여 느끼는 사람에 따라 주는것이 다른 산?
    잔잔한 산행기 잘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의 덕유산행이 생각나는 군요...
    그때는 육십령까지 가는 산죽길이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지던것이 그립군요..
  • ?
    수리산 2004.08.08 17:46
    깔끔한 산행기..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동안 바쁘셨나 봅니다.
    2편을 많이 기다렸거든요...
  • ?
    산유화 2004.08.12 17:41
    덕유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야생화가 지천인 아름다운 북덕유평원과 향적봉 참 좋지요.^^
    중봉 부근의 넓다란 지형 특히 좋아하는데 너무 오래 안찾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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