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시문학방

2004.09.16 20:05

왕시루봉 길/ 김인호

조회 수 167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왕시루봉 길

                  김인호


보란것없이 사는 일

늘 헛되구나 그랬었는데


왕시루봉 느진목재 오르는

칙칙한 숲 그늘에 가려

잘디잘고 화사하지도 않은

제 꽃으로는 어쩔 수 없어

커다랗게 하얀 네 송이

헛꽃을 피워놓고

벌나비 불러들여 열매를 맺는

산수국 애잔한 삶 들여다보니


헛되다고

다 헛된 것 아닌 줄 알겠구나


- 김인호 시집 '섬진강편지'중에서< 산 수 국 >-


토요일 거슬러 올랐던 섬진강 길을 빙 돌아 일요일 아침 다시 거슬러 오릅니다.
순천에서 백운산을 넘어 하동 지나고 악양 뜰을 지나 화개천
건너 지리산 피아골로 접어들어 왕시루봉 가는 산길을 탑니다.

지난 겨울 두 번이나 눈길에 묻혀 못 오르고 돌아서야 했던
왕시루봉을 향한 세 번째의 산행길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아침뉴스에 길 나서기를 말리던 식구들의 눈빛이 내내 마음에 걸려있는
탓인지 계곡물 소리가 유난스레 거칠게 들려오지만
계곡을 따라 맘껏 웃자란 망초꽃밭 원추리꽃밭길 지나 땀을 흘리며 세 시간쯤 오르고 나니
피나물 드문드문 피어난 칙칙한 숲길에 산수국이 정말 말갛게 피어 있습니다.

보라빛 작은 꽃으로 숲 그늘에 자라는 탓에 벌 나비를 부르기가 쉽지 않아 네 다섯 송이의 커다란 하얀, 하늘빛 헛꽃
(무성화)을 피워놓고 벌 나비를 불러들여
열매를 맺는다는 아, 애잔한 삶의 꽃이여 산수국이여
함께 간 산 길 친구들 몇 번씩 돌아보며 산을 오릅니다.
저마다 무엇을 생각하였을까요, 저마다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 작고 말간 꽃 앞에서..

왕시루봉은 지리산에서 섬진강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봉우리로 구례에서 하동포구 넘어 남해 바닷길까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름이 가득한 날이라 들고 간 사진기가 쓸데가 없겠구나
그랬었는데 왕시루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휘몰려 가는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구비구비 흐르는 섬진강의
반짝임,
오, 세 번의 구애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기쁨에 서둘러 사진을 찍고 내내 섬진강만 바라보며 내려오다 그만 왕시루봉 산장 가는 길을 지나쳐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금새라도 쏟아질 듯 하던 비도 참아주었던지 거지반 산을 다
내려오고 나니 비가 쏟아집니다.
5시간 산 길 끝에 세 명의 남자들이 벌거벗고 계곡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벌거벗고 자연의 품안에 안겨본 날이었습니다.

풀독에 오른쪽 팔이 벌겋게 부어 올라 일주일도 넘도록 고생을 하였지만..

  -하동송림<섬진강편지>연재 중에서-

-섬진강 김인호 시인은 하동송림<섬진강편지>방을 운영해 주십니다. 개인 김인호 문학서재.섬진강편지카페(칼럼)등 민족
작가회 시인으로 오브넷 지리산시 선정에 '구례사람들 눈빛'이
실어졌었습니다.  
  • ?
    진로 2004.09.17 00:03
    무재체기 폭포 밑에 피어있던 산수국이
    생각나네요..

  1. 지리산 얼굴(이기형.시)

    Date2004.09.16 By섬호정 Reply0 Views1556
    Read More
  2. 벽사 김필곤시인(如山 최화수님글 옮김)

    Date2004.09.16 By오영희 Reply9 Views2344
    Read More
  3. '노고단에 여시비 내리니' /이성부

    Date2004.09.16 By섬호정 Reply4 Views1602
    Read More
  4. 왕시루봉 길/ 김인호

    Date2004.09.16 By섬호정 Reply1 Views1672
    Read More
  5. 말 타고 신날 일 아닐세(도명)

    Date2004.09.16 By섬호정 Reply2 Views1571
    Read More
  6. 노고단 에서 1 ( 도명)

    Date2004.09.17 By섬호정 Reply1 Views1282
    Read More
  7. 노고단에서 2 (도명)

    Date2004.09.17 By섬호정 Reply1 Views1317
    Read More
  8. 천.왕.봉. 늘 그 자리

    Date2004.09.17 By섬호정 Reply3 Views1346
    Read More
  9. 그 산정에서

    Date2004.09.18 By섬호정 Reply3 Views1376
    Read More
  10. 북한산 부루스~

    Date2004.09.20 By도명 Reply1 Views1343
    Read More
  11. 가을의 소리(假題)

    Date2004.09.20 By도명 Reply7 Views1325
    Read More
  12. 임걸령 그 자리

    Date2004.09.20 By도명 Reply4 Views1414
    Read More
  13. 지리산 그 산빛

    Date2004.09.20 By섬호정 Reply3 Views1465
    Read More
  14. (1) 泉隱寺 범종소리

    Date2004.09.21 By도명 Reply4 Views1643
    Read More
  15. 가서 들어 보라

    Date2004.09.29 By도명 Reply0 Views1316
    Read More
  16. 천은사 인연

    Date2004.09.29 By도명 Reply1 Views1352
    Read More
  17. 지리 丹歌(싸줴스님~)

    Date2004.09.30 By도명 Reply1 Views1368
    Read More
  18. 천왕봉 /얼님

    Date2004.10.08 By섬호정 Reply0 Views1230
    Read More
  19. 가을 맘(마음) /시골역 님

    Date2004.10.08 By섬호정 Reply2 Views1374
    Read More
  20. 님바라기 평사리(추모시)

    Date2004.10.09 By도명 Reply0 Views148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