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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시문학방

2004.09.16 03:50

심원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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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길보다 더 급하게 내려가서야
골짜기 사이로 흘린 밥알 같이
띄엄띄엄 젖은 집들이 있었네
반가움보다는 천 길 높이 되올라가야 돌아갈 수 있는
이승이 외려 걱정 되었네
급한 김에 발부터 벗고 첨벙 담그면
이가 시릴 물 속이야 신선의 일 아닌가
하늘 아래 첫 동네, 옛 풍취는 많이 가셨지만
노고운해(老姑雲海)의 관망이야 내일 일로 미루면 좀 어떤가
화톳불 사이로 모여 앉아 진짜 깊은 심원 속에 잦아들면
독한 소주도 도무지 불붙지 못하네
그제야 우리는 모두 제 마음 속 깊이 들어앉았던
비밀 하나씩을 끄집어 내는 것이니
이런 깊은 곳에서느 까마득히 마음을 비우기도 쉽거니와
사랑이나 행복 따위도 참 가깝네
분명 반야선경(般若仙境)과 노고단의 그윽한 정취와 풍경이
서로 곁들여져 심연 속으로 빶게 하고 만 이유려니와

내가 나를 참 오랜만에 독대하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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