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산도둑같은 고사목
불현 듯 나타나서
한 발 앞서 걷는다
그리움으로 가슴에 퍼런 멍이 들고
진실한 것들이 난장을 틀고 되살아 난
간전면 흥대리
외갓집을 지나
연곡사에서 피아골 오르다가
샛길로 빠져서 한적한 산길 꺾어들면
산이 달아 오르고
풀향기가 숨길을 막고 있는 곳
출렁다리를 건너 가면
풍류로 다져진 힘까지 풀어버리는 원시림
다람쥐처럼 오르락 내리락
그네를 타며
걸어도
자꾸 걸어도 길은 끝나지 않고
풀과 돌과 바람
후덥지근한 햇볕
아무 걱정도 없이
냇물과 함께
살고 있는
고로쇠 나무 아픈 몸짓이
길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