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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섬진강. 가뭄에 물은 줄었지만 '어느 후레자식이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는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강'이듯 굽힘 없는 물줄기를 유유히 흘려내리고 있다.


강따라 물따라 - 섬진강


겨울에 잠자는 듯 고요한 자연의 모습은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여느 토굴 속의 수도승과 같다. 겨울 자연이 주는 `겸허와 인내 라는 화두를 안고 겨울 산하를 둘러보면 다른 계절의 화려함이 주지 못하는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산행'이라는 말 대신 `강행'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배 타고 강물을 따라 오르내리며 답사하는 것이다. 또는 강변길을 따라 걸으며 강의 생태와 그것이 인간의 삶에 주는 생명력과 강마을에 끼친 문화적 향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다. 인류의 문화를 낳은 강가는 `강행'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여가를 한결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방학과 휴가철에 즈음하여, 그리고 주 5일제 근무를 앞두고 `강행'을 새로운 여가형태로 제안하며 한국의 주요한 몇몇 강을 따라 `강행' 을 해본다. 섬진강과 낙동강 금강 강행에 이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북녘 땅 두만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최초로 북한과 중국 양쪽에서 직접 살펴본다.

  

눈 덮인 강변길을 걸어간다. 아무도 가지 않은 순백의 시루떡에 발자국을 내며 나홀로, 친구나 연인과, 방학중인 아이들 손잡고 가족과 `강행'을 하며 육신을 드러낸 자연 속에서 나를 본다.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아름다움과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도리를 생각해 본다. 이때의 간식은 밥 위에 찐 감자나 군 고구마 몇 덩어리가 좋다. 음료수는 강과 산이 만나는 계곡의 얼음장 물을 퍼 담으면 된다. 약간 시장끼를 느낄 무렵 굴뚝 연기 내뿜는 강마을에 들러 `머슴밥'을 얻어 먹으면 좋겠다.

겨울철 강행에 좋은 강은 강변길의 서정이 남아있고, 자연이 움트려는 기색이 살아있고, 겨울 길손을 맞아주는 강마을의 따뜻함과 상업주의에 오염되지 않은 인정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어야 한다. 섬진강은 겨울에 얼지 않아서 강물 소리를 들으며 `겨울 강행'을 할 수 있다.

섬진강은 `민족의 성산'이자 빨치산들의 넋이 잠든 지리산과 임실 순창의 회문산, 광양 백운산을 거느리고, 고찰 화엄사와 쌍계사, 구례 산수유마을, 광양 매화마을 들을 앉히고 있다. 섬진강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하동 포구 팔십리'를 두고 있고, 섬진강 강변길들은 가는 곳 마다 걸죽한 토박이말들을 걸치고 있다. 섬진강은 백제와 신라의 접경으로서 두 번의 왜란과 동학농민혁명의 상처를 안고 있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한양기획)와 신정일(황토현문화연구소장) 지음 <섬진강 따라 걷기>(가람기획)를 참고하여 기자가 걸어가 본 겨울 섬진강 이야기를 풀어본다.

섬진강은 남도 오백리(212.3㎞) 길, 세 개의 도(전남북, 경남)와 열두 개의 군을 거쳐 간다. 큰 도시나 넓은 들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좁은 계곡을 지나는가 하면 갑자기 툭 터진 작은 들판과 들끝 산자락에 걸린 산마을을 평화롭게 물 아래에 드리운다. `이제는 끝인갑다' 하면 불쑥 수줍은 듯 몸을 드러내는 산골 색시 같은 강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이다. 강 이름은, 1385년(우왕 11년)경 왜구가 강 하구를 침입하였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蟾津江)이라 했다고 한다. 두꺼비 비석이 지금 하동~광양을 잇는 하동교 옆에 있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마령면 원신암리 팔공산 자락 작은 옹달샘 데미샘에서 발원한다. 데미샘은 신암리 찻길 끝머리에서 내려 60미터쯤 올라가면(걸어서 15분) 나온다. 다행이 자연미를 훼손하지 않고 돌만을 쌓아 샘을 잘 보존해 놓았다. 데미샘물 한 모금 마시고 백운면 운교리 매사냥 구경으로 섬진강 따라 가기를 위한 기를 채워둔다.

데미샘을 떠난 실물줄기는 여러 마을을 흘러오다가 마이산 수마이봉에서 생긴 또 한 가닥의 도랑을 만나 비로소 시내를 이루며 진안군 성수면을 지나 임실군 관촌면 용포리를 넘어 방수리를 지난 관촌 사선대에 이른다. 사선대에서 그 근방 물을 불러 모은 섬진강을 사람들은 오원천이라 한다. 오원천은 다시 굽이를 틀어 신평면을 지나 다시 운암면으로 들어서는데, 이 근방 사람들은 자기식대로 운암강이라 부른다. 운암강은 섬진강 상류여서 맑은 물에 노는 고기가 특히 많다. 운암강은 강진면 옥정리로 들어 섬진댐에 줄기가 꽉 막힘을 당하면서 `옥정호'(운암저수지)가 된다. 섬진댐이 있기 전 은 구댐이 있었는데 저수량이 적어 작은 비에도 늘푸른 강물을 흘려 보냈었다.

섬진댐 틈새를 지난 물줄기는 회문산 줄기의 물을 받으며 전북 임실군 강진과 청웅면에서 흘러 나오는 물과 함께 물 좋기로 유명한 구림천을 이룬다. 구림천은 김용택 시인이 난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앞에서부터 활등같이 휜 산구비들을 계곡으로 돌며 물을 얻는다. 이 계곡엔 집채같은 바위들이 앉고 눕고 업드려 있고, 봄이면 강기슭에 토기풀꽃 별나물꽃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난다. 또 산토기 오리 소쩍새 가물치들이 계절따라 거동을 달리해 가며 사람들의 삶에 장단을 더해준다.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는 장산리에서 순창군 동계면 귀미리까지 30여리에이르는 계곡에 사는 산마을 강마을 사람들이 자연과 버무려지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순창 동계에서 계곡을 빠져나온 강물은 순창 적성면 적성리에 이르러 적성강이라 불리며 제법 넓은 들을 이뤄 놓았다. 적성강은 무척 순하게 흐르면서 날라온 모래를 강가나 강 깊은 곳까지 부려 놓았다. 이 넓고 고운 모래밭에서 예전엔 은어를 바작(발채)로 망태로 한 짐식 잡았다고 한다.

강은 적성면을 휘돌아 옥과에 이르러 한숨을 내쉬며 한국 최대의 `강 독살' 하나와 넓은 들을 부려놓고, 남원군 대강면으로 머리를 돌려 예쁜 계곡을 만들다. 김용택 시인에 따르면 이 계곡만큼 한적하고 적막하고 고요한 계곡을 보지 못했 단다. 물가운데 수없이 박혀있는 검은 바위들, 깎아지른 산비탈 바위들, 그 위에 아스라히 서있는 소나무들… . “산 사이에 눈이라도 펄펄 내리는 날의 고적함이라니…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18쪽).

강물은 이 고적한 계곡에 머물지 못하고 전남 곡성을 향해 더 큰 몸짓을 한다. 몸을 불려가는 물줄기는 남원 금지들과 곡성들을 가로지르며 남원을 지나온 요천강을 곡성 고달에서 껴안는다. 여기서부터 섬진강 맨 첫 줄나루인 호곡줄나루가 있는 데까지를 동네 언니 이름같은 `순자강'이라 부른다. 순자강은 아름다워서 김용 시인은 또 탄성을 지른다. 강가엔 깨끗한 자갈들이 깔려있고 그 굽이에 그림같은 정자 두 채가 서있다. 순장강은 지금 눈내리는 곡성들녘 비닐하우스안 딸기들을 한창 살찌워 익히며 지나고 있다. 섬진강이 굵어지기 전 이쯤에서 시가를 곁들여 여정의 멋을 더하자.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걸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없는 후레자식들이/ 떠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김용택 <섬진강 1>).

곡성 호곡리에서 줄나루의 운치를 얻은 물줄기는 배를 띄우고 다리를 얹으면서 강하류의 두툼한 풍모를 갖춘다. 강물은 철길과 함께 달리면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역 풍치를 곡성 압록역에 부린다. 압록은 승주에서 내려오는 보성강 줄기를 얻어 `청둥오리 목 색깔'처럼 푸른 물을 새하얀 백사장에 뿌려 합수머리에 천하제일의 강변욕장을 이룬다. 그 아래 구례 들머리 구례구역 앞에서 강물은 몸을 지리산쪽으로 구부리며 멀리 노고단과 눈맞춤을 한다.

구례 상사벌을 적시고 천하 제일의 명당 운조를(구례 토지면 오미리)을 앉힌 강은 오른쪽으로 광양 백운산을 거느리며 이제 훨씬 우람한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화개장과 악양들과 건너편 광양 다압 매화골에 향취 그윽한 이야기들을 부려놓는다. 피아골에서부터 하동까지 팔십리길은, 지금은 양쪽 강변길이 포장되어 운치를 잃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 `하동포구 팔십리'였다. 지리산 여느 계곡에 잠들어 있을 빨치산들의 넋을 만나고 온 강

물은 이 길을 따라 내려가 오백리 `강행' 길 끄트머리에 광양제철소라는 현대물을 앉히면서 광양만과 남해바다로 몸을 푼다.



최성민 기자sm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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