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6월3일자 칼럼]
-한상훈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장의 글입니다.
반달가슴곰 복원은 이제부터
현재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반도 자연생태계 회복을 목적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환경부의 98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종복원기술개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복원 가능성 확인을 위해 네 마리 어린 곰을 대상으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자연적응 실험을 수행한 것이다.
그 결과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인간 각인 현상에 의해, 다른 한 마리는 자연 부적응에 의해 실패하고 현재까지 두 마리(장군.반돌)가 남았으나 이들 방사곰을 통해 충분히 반달가슴곰 복원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들 방사곰은 2001년 11월 연구사업 종결과 함께 회수할 예정이었으나 반달가슴곰 기초 생태자료 구축을 위해 계속 방사하는 게 좋겠다는 환경부의 결정에 따라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의 모니터링을 통해 곰의 성격, 행동, 좋아하는 먹이, 서식환경, 배설물의 형태, 인간과의 관계 등 향후 본격적인 복원을 위해 귀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초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장군'과 '반돌'이가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물론 자연적응 훈련 중 인간에 의해 이유되고 길들여진 그들이라 사람은 자신을 해치지 않을뿐더러 사람이 있는 곳에는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산간 마을에 접근해 벌꿀을 섭식하는 등 주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곰 복원사업은 자연적응 훈련 과정에서 처음부터 인간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해 야성을 갖고 자연에 적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두 마리의 행동들에 일희일비하며 성패를 따지기도 하나, 본격적인 복원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군의 존속 가능성과 복원방안을 연구한 전문가들의 결과에 따르면 약 다섯마리 내외의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만으로는 자체 번식이 불가능해 향후 20년 이내에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멸종하지 않고 계속 번식.생존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유전적으로 건강한 개체를 도입해 그들과 교류해 증식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와 기존 방사곰 모니터링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부터 한반도 반달가슴곰이 속해 있는 동북아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cus ussuricus) 중 연해주산(産) 반달가슴곰에 대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동일 아종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며, 동일 아종으로 검증될 경우 이를 도입해 본격적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행될 것이다. 아울러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북한 곰을 포함한 이입개체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한상훈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