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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수 농작물 망쳐… 경남 산간지역 밤샘 경계

밤마다 멧돼지 ·고라니들이 내려와 수확을 앞 둔 쌀 ·콩 등을 훑어 먹는다. 배불리 먹고는 뒹굴며 놀기까지 해 못쓰게 된 농작물이 수두룩 하다.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된 농민들 중 일부는 밤새 조수들이 오지 못하게 지키는 등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행정당국은 포획허가를 내줘 야생 조수를 잡도록 하고 있지만 조수를 잡을 장비가 제대로 없는 농민들에게는 별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피해 급증=16일 오후 7시.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구양리 등구마을.마을주변 논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른다.

마치 봉화 불처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연기기둥들이 40여 개나 된다.주민들이 밤새 몰려 올 멧돼지들을 쫓기 위해 타이어를 태우고 있었다.주민들은 멧돼지들이 타이어 태우는 냄새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둠이 깔리자 전조등으로 논을 비추는 경운기 엔진소리가 요란하다.이 경운기들은 새벽까지 불을 밝힌다.

“베어 봤자 헛일이지만 집에 있으니 잠이 와야지.이렇게 지키면 나락 한 톨이라도 더 건질 수 있겠지.”

1천여 평의 논을 지키기 위해 장화와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서명덕(徐明德 ·64) 씨가 내뱉는 말이다.徐씨의 벼는 멧돼지가 이삭을 훑어 먹어버려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있고 논바닥은 멧돼지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徐씨는 “농사가 잘되면 1천여 평에서 나락 50여 가마(2백50여 만원) 를 수확할 수 있는데 모두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한숨 지었다.

황매산 자락인 거창군 신원면 와룡리와 산청군 오부면 왕촌리 등에서는 주민들이 움막을 지어 밤마다 지키고 있지만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멧돼지들이 새벽에 도심까지 나타나고 있다.지난 10일 오전6시쯤 진주시 평거동 한 과수농장에는 멧돼지 4마리가 나타나 2백여 평의 묘목 밭을 뒤집어 버린 뒤 사라졌다.

이러한 피해는 경남도 내 도시지역을 제외한 10개 시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경남도 내에서 발생한 야생 조수 피해는 1백14만 여 평에 29억원으로 집계됐다.야생 조수 피해 집계를 시작한 1996년 1백30만여 평에 2억1천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천7백47만여 평,37억여 원으로 4년만에 면적은 29배,금액은 18배 가까이 늘어났다.

농민들의 포획허가 건수도 96년 3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백80건으로 늘어났다.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2백23건 신청됐다.

◇근본 대책 없다=현재로는 피해농민이 신고하면 야생 조수 포획허가를 내줄 뿐이다.포획허가가 나온 지역에 한해 등록된 엽사들이 와서 잡을 수 있다.하지만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주로 낮에만 총기사용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야간에 활동하는 야생 조수를 잡기는 힘든 상황이다.

경남도는 올무 ·덫의 사용허가도 검토하고 있으나 안전 사고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조수 외의 야생 조수까지 잡을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도는 농민들은 피해보상 요구를 받아들여 환경부에 건의했지만 피해면적이 큰데다 예산도 많이 소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환경부는 야생 동·식물보호법을 제정해 생태계 보전지역이나 공원 등 조수포획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에 한해 부분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은 어떤가=외국에서도 조수피해에 대해 정부예산으로 직접 보상해주는 국가는 거의 없다.네덜란드는 기러기 수렵에 의해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농가를 보상해 주고,일본은 두루미 생태관광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보상해 주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피해신고가 있으면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현장을 확인,특정 야생 조수가 적정밀도를 초과했다는 판단이 서면 포획허가를 한다.잡은 야생동물는 질병 감염 여부 등의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 처리한다.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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