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시골선비 조남명'
'시골선비 조남명'
남명 조식(1501~72)은 세상에 나오지 않고 꼿꼿한 선비의 길을 걸었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학자였다. 임금이 불러도 벼슬을 마다하고 두류산(지리산)의 산천재에서 성리학 연구와 후진 양성에 전념하여 독특한 학문을 이루었다.
연희단거리패가 10월6~14일 서울 대학로 동숭홀 무대에 올리는 역사극 <시골선비 조남명>(사진)은 이 조식의 삶을 통해 시끄러운 오늘을 돌아보는 `문화적 대안'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씨는 이 케케묵은 유학자를 무대로 불러낸 까닭을 “말이 지니는 지성의 힘, 말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정서와 미학적 율격을 회복하려는 단서를 한국 전통 지식인이었던 선비의 존재에서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올해는 남명 탄생 500돌이다. <시골선비…>는 연희단거리패가 경남 산청군 남명학연구원과 손잡고 만든 기념공연도 겸하고 있다.
이윤택씨가 쓰고 연출하는 <시골선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 앞마당보다는 뒷마당에서 쓴소리를 하다가 간 재야지식인들이다. 주인공인 조식을 비롯해 토정 이지함, 민속학자 서기 등이 당쟁과 암투로 혼돈이 극에 달했던 조선 중기 명종조를 돌아보게 만든다. “왕후는 궁정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고아일 뿐”이라는 상소문을 올린 조식은 정치적 혼돈과 환멸을 이겨내려는 오늘에 되비추어도 부족함이 없는 `실천하는 지식인상'을 보여준다. 그가 임금에게 하는 말, “글 읽는 선비를 가까이 하십시오. 글은 곧 마음이니 마음이 통하는 글을 만나면 인재를 만나게 되고, 그 인재가 전하를 외롭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선비문화양식을 되살리기 위해 빌려온 시조와 영가 등 `소리양식'과 풍류도의 중심을 이뤘던 양반춤과 택견 등의 `몸짓양식'으로 드러날 연희단거리패의 새 무대도 관심거리다. 평일 저녁 7시30분, 토 오후 4시·저녁 7시30분, 일 오후 3시·6시. (02)909-0943.
한겨레신문/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