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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4.04.22 12:49

17세기 과거로의 여행. . .

조회 수 186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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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잠시 내린 비로 안개 자욱한 들판을 보면서 잠에서 깼다.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참으로 사랑 스럽다.
전원에서의 잠깨임에 눈앞에 산이 없다는 것도, 너른 지평선 끝
으로 닿을 듯 잡히는 검은 숲들의 경험이 특별한 느낌일 시간이
지났나 보다.
그 풍경들에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어디선가 또 베다 경전을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과 저녁즈음에 쉬바께드리는 베다를 암송하거나 아니면 무슬렘
의 기도소리거나 하겠지. .
느낌으로 흰두교 베다인것 같다.
인도인들에게 있어서 기도는 생활이며 또한 신에 대한 경배는
미덕으로 인식되어져 있는  듯 싶다.
집에서도 장사를 하는 사람도 벽에 쉬바의 사진을 그려놓고,혹은
작은 신상이라도 놓고 늘 그곳에 시간 맞추어서 향을 피워올리고
손을 모아 경배한다.
아득한 기분으로 잠시 침대위에 누워 삶을 생각한다.


다음 여행지인 오르차는 카주라호와 잔시의 중간에 있었다.
오랫동안 감추어져 조용한 오지로 알려졌던 오르차는 현재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리조트가 꾸며지고 있었다.
마치 17세기를 그대로 남겨놓은 듯한 그곳에 돈 바람이 불기 전에
다녀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듯하다.[웃음]


오르차의 전성기는 1502년부터 시작되어 1627년 샤자한 황제와
에우랑제브 황제에게 점령당할때까지 화려한 영화를 누린 곳으로 현재의
건물들이 모두 그때의 영화를 말해 주는 곳이다.
많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가득한 동화 같은 곳으로 사람이
살아가야 할 최소한의 공간인 마을 중심가를 제외한다면 마을 전체가
어디서나 조망을 하건 간에 17세기의 왕궁건물들로 가득차 있다.
푸른 숲과 아름다운 지평선을 배경으로 드러나 있는 왕궁 지붕들이
안정감있게 배열되어 있어 이곳에서 묵는 시간은 단 하루건 며칠이건
누구던 간에 스스로 왕자나 공주가 되고 사원의 사제가 되는 느낌을
지닐 수 있다.
오르차의 가장 유명한 것은 사원이나 왕궁터에서 바라다 보는 시가지
전체의 조망을 든다.
시간을 내어 그 조망속에 솟아 사람을 유혹하는 궁전 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 또한 무척 크다.
멀리서 볼때에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더듬고 다니다 보면
오르차 주민들의 삶도 엿볼 수 있고, 걸어다닐 만 하다.
걸어다니면서 만나는 폐허가 된 성들 사원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차분한
방랑과 자유로운 정신을 느끼게 해주고,오르차의 아득한 시골풍경을
만끽 할 수 있게 해준다.


주변의 조용한 배경와 더불어 마을 한가운데에는 지금도 사용하는 작은
사원이 있어 그곳에서는 예배시간이 되면 화려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일행과 함께 그 예배의 순간을 경험하러 들어갔다.
사두들이 각각의 방에 시바신을 모셔놓고 그 앞에 사람들이 갖다 바친 떡
이며, 꽃 그리고 향신료들을 관리한다.
그리곤 꽃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작은 가루덕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물을
한모금씩 주면서 그 물을 입과 머리에 뿌리도록 한다.
조금도 위압적이거나 품위를 갖고 있거나 지배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사두들. . .
비스듬히 신상 옆에 드러눕듯 앉아서 사람들의 행위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뿐 이었다.
외국인인 우리가 자기들의 행렬에 흥미를 갖고 들어온 것에
대해 얼굴에 웃음이 만면하다.
신을 경배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일임을 여실히 드러내어 주는
광경이다.
밖에서 보는 사원의 조용함과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화려하고 부산한
행위였다.
가난한 인도인들의 삶속에는 또 하나의 삶, 신들의 삶이 잠재되어 있다.
인도는 역시 신들의 나라였다.

오르차의 주민들은 살갗이 조금 더 검고 그러나 이목구비가 좀더 브라만
쪽에 가까운 외모로 여성들도 아름답고 남자들도 잘 생겼다.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지이며,.가장 평화로움이 가득한 여행지다.
오르차,
이곳에서 나는 17세기 이름모를 나라의 이방인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오르차


강이 둘러쳐진 천혜의 요새같은 제항기르 성---비르싱 데오 왕은 오르차로 피난
온 무굴제국의 왕자 살림을 도와 그가 이곳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살림은 무려 7명의 아내를 거느릴 정도의 호사를 누렸다. 시간이 흘러 살림은
황제가 되었는데 그후 22년간 이곳은 황제를 피신 시켜준 공로로 화려한 전성기
를 누린다. 그러나 샤자한 황제에게 살림[제항기르]이 피살 당하고 다시 오르차
는 수난의 시대를 겪게 된다. 아울러 13세인 아루랑제브 황제때는 완전한 몰락
을 하고 만다.
비르 싱 데오 왕이 무굴제국의 왕자 살림을 위해 지어준 성이 지금의 제항기르
성인데 그 화려함이 대단했다고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성은 3개인데 BETWA강이
둘러쳐진 배경으로 아름답게 현존하고 있다. 또한 그곳은 제항기르 왕자의 7부인
이 쓰던 방의 벽화가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다른성에서 바라다 본 제항기르 성벽





베트와 강변의 다른 면에서 본 오르차마을의 왕궁들. . .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palki mahal 전경
오르차의 왕 BIR SINGH DEO의 아들 DINMAN HORDOL은 그의 형수를 사랑했다는
오해를 받자 이곳에서 투신 자살 함으로써 그의 결백을 밝혔다고 한다.







RAMRAJA 사원의 지붕에서--이곳에서의 일몰은 환상적이다. 걸릴것 없는 깨끗한
지편선으로 동그란 해가 발갛게 사그러 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미로로
된 사원으로 들어 서는 길 때문에 전등이 없는 것을 고려해서 해가 지평선에
닿자 마자 관리인으로 부터 쫒겨난다. 해가 져 버리면 어두워 져서 미로로 된
사원의 길을 찾아 내려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른한 오르차에서 스릴을 맛보고 싶으면 이곳 사원의 미로를 들어서서 꼭대기로
오르는 맛을 느껴보면 짜릿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좁은 미로를 통해 사람의
이동이 어떻게 가능했을 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인도의 건축물에는 그렇게 묘한 매력이 숨겨져 있다.





람라자 사원의 입구--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 미로에서 헤매다
우연히 아래로 아찔하게 내려다 보는 작은 창문이 있다.





벽화. .1





벽화2





인도의 시골마을에는 이렇게 베다를 음악 형식으로 외워주는 모임이 자주
열린다.무대위의 사두는 계속 마이크에 대고 베다를 암송하고 여인들은 그
암송내용으로 신에 대해 배우고 감동한다. 사두는 작은 오르간을 가지고
한손으로는 오르간을 연주하며 베다 암송 중간중간에 그것을 다시 음악에
맞추어 노래하듯 들려준다. 반드시 사원앞에 이런 모임의 장소가 있다.





사원 입구에 늘어선 성구들을 파는곳. . . 빨갛고 노오란 색소가 담긴 모습
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고 신에게 바치는 장신구 또한 가난한 인도인을 연상
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그들은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마음으로 이 장신구들을 사서 바친다.






신전에 바칠 꽃을 사는 곳. 한번 사람들이 손으로 만진 꽃은 부정을 탄것으로
다시 같은 무리의 꽃에 올려 놓을 수 없다. 사지 않더라도 그 꽃을 주인이
버려 버린다.








다른곳의 인도인 보다 얼굴색이 검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오르차의 인도인
그녀들은 아이를 결코 안거나 업는 법이 없다 허리에 아이를 걸치고 다닌다.
카주라호의 흰두사원에 여인이 아이를 허리에 감은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수천년의 풍속인 듯 하다.사진을 부탁하자 아이를 잠시 안아 올리고 포즈를
잡아 준다.


info
오르차는 아직 모든것이 관광지화 되지 않아서 오히려 숙박비가 비싼 편이다.
대도시나 유명한 관광지의 2배를 예상하면 된다.
숙소들이 만들어 지고 있고, 생필품도 부족한 것이 많으며, 아직 이렇다할
여행자들을 위한 갖추어짐이 없는 마을이다.
그래서 더욱더 매력적인 마을이다.
아름다운 17세기의 인도 공주가 되어 보시고 싶다면 오르차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혹 번거로운 도시 여행에 지친 사람들도 이곳의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만나면
행복해 질 것이다.

이곳도 한국인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가 높아서 온통 작은 식당들의 이름이
한국이름이다.
한국인들이 마치 이곳을 처음 발견해내어 관광지화 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장면이다.
원빈 식당,총각식당 등등 이름도 최근여행자들에 의해서 지어진듯. .
다른 나라 음식이름은 없는데 왜? 한국 음식 이름은 저리도 많은지. . . .
음식은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데 사람들은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먹어준다.
나중에는 인도에 가는 외국인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올런지 걱정이다.[웃음]
그러나 역시 형편없는 수준들이니 좋은 식당들이 있는 곳을 찾아 국적이
분명항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를 권한다. 사원앞의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그나마 온전한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는데 서양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음식이 맛이 좋다.






  • ?
    허허바다 2004.04.23 00:47
    좋은 포도주 먹고 벌건 얼굴하고 PC앞에서 낮에 읽은 이 글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 참 어떨 땐 어렵고 힘든 일이죠...
    아름다운 글에 항상 감사드리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또 이렇게 신세를 졌습니다...
  • ?
    야생마 2004.04.23 21:23
    내년에 네팔로 가기전에 꼭 가봐야겠네요..같은 힌두국가이고 이웃하고 있어서 많이 비슷할거라 생각해서 굳이 갈필요 있을까 했었는데..많이 달라보입니다..어떤가요..근데 인도는 너무 넓어서..태국 인도대사관에 비자신청하면 6개월비자 받을수 있다던데요..그나저나 인도얘기 들으면서도 네팔병이 도집니다..점심에 카레덮밥 먹으면서도..가수 이문세도 히말라야 트레킹 갔다네요..ㅎㅎ 야생마..
  • ?
    moveon 2004.04.24 09:36
    인도와 네팔은 확연히 다르답니다. 근데 가수 이문세씨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다구요? ㅎㅎㅎㅎㅎ재미있네요.
  • ?
    길없는여행 2004.04.24 13:07
    도시가 다른 곳에 비해 정갈히 잘 정돈되어 보이는데...
    도시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는데..아직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아닌가봅니다. 제가 왜 이곳을 지나쳤는지...
    강건너에서 바라본 오르차의 왕궁이 멋져보입니다.
    그런데... 인도어로 "마할"이라는 말은 묘지를 의미하나봅니다.

  • ?
    섬호정 2004.09.15 16:47
    오차는 폐허된 궁안에서 외부 도시를 조망는 것이 더 좋았다
    사우넝앞에선 예배를 위한 작은 장터가 즐번하고 신발들을 벗어두고 입궁하던일.. 정원처럼 아름답고 아담한 곳,고급 서양 레스트랑에서 모처럼 고급 식사를 하는데 우리 일행과 서양인 몇 팀 뿐, 그날의 레스트랑 정원을 전세 낸 기분이었고 여행중 휴식을 간만에 고급스레 즐겼다
  • ?
    섬호정 2004.09.15 16:52
    히말트레킹 팀을 네팔의 식당(에베레스트)에선 매일 만났답니다/전국 각지에서 6, 8, 10. 여명씩 팀들이..은행팀. 학교교수진팀. 기업가팀. 젊은 동창팀... 가족팀도..부천쯤 산다ㅡㄴ 젊은 처자 홀로 트레킹을 포칼라 한길에서 만나 참 걱정이 되었습니다..잘 끝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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