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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4.12 10:11

식구가 늘었어요.

조회 수 185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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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안쓰는 땅이 놀고 있어서 주인에게 빌려 염소를 두마리
들여다 놓았어요.
그런데,
길들이기 여엉 쉽지 않습니다.
거위하고 한동안 씨름하던 솜씨로 그녀석들과 친해지려고 노력
중인데 중간에 잠시 몸이 좋지를 않아서 그저 사료 조금 주고
돌아오곤 했더니 이 녀석들이 아직도 나만 보면 음메에~~~~
하며 도망가려고 야단입니다.
단단히 묶어 두긴 했지만 도망갈까봐 요즈음은 얼굴 익히기
기간으로 잡고 하루에 한번씩 그녀석들 앞에서 쇼[?]를 합니다.

주변에서 도와줘서 오이씨,호박씨등도 심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심을 장소를 정하고 흙을 만지는 그 느낌이 너무나 생동스럽습니다.
시골 친구들이,
위에 좋다는 칡도 구해다 줘서 잘 다듬어 조금씩 보리차 대신 끓여 먹고
보약으로 흑염소 한마리 고아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 잊을뻔 하다니. . .
아는 사람 말로는 집안 작은 창고에 난 창을 통해 새 한쌍이 둥지를
틀기 위해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는데 요즘들어 뾰로롱 거리는 소리가
수선스럽더니 드디어 오늘 너무나 곱게 지어놓은 새 둥지를 발견했습니다.
세상에나. . .
작은 나뭇가지들을 어디서 그리 주워왔으며 그 짧은 시간내에
그렇게도 안온하고 단단하게 지어 놓았는지 . . .
태어날 아기들을 위해서 안쪽은 자신의 깃털로 보온을 위한 장치
까지 해놓았답니다.
쉬쉬 거리며 방해를 안하려고 얼른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아침을 여는 소란스러움이 생명의 탄생을 위한 수고로움에서
였다니 참 산다는 것에 또 한번 감사를 느낍니다.

꽃비가 내리듯 매화가 스르르 지더니 일주일만에 나가본 세상은
온통 꽃잔치 더군요.
모든 꽃이 한꺼번에 후두둑 급했나 봅니다.
이꽃이 피고 지고 저꽃이 이어피고 또 저꽃이 가고 다른꽃이 이어
피는 그 찬찬하고 부드러운 순환을 잃어버린 요즈음의 기상상태에
주변의 산하가 몸살을 앓는 듯 여겨졌습니다.
진달래가 푸른 나무 싹들에 묻혀버리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늘 낡고 퇴색한 마른산에 해를 등지면 바로 핼쓱해지듯 투명한
그 처연함을 느낄 시간을 잃어 버린것에 화도 조금 났답니다.

음~~~~
오브넷 가족분들은 이미 봄 구경 꽃구경을 마친 상태 이시겠지요?
이제 신록을 기다릴 차례인가요?
그전에 산들마다에 피어나는 봄단풍의 매력에도 한번 빠져 보세요.
나무들의 새싹들은 저마다 그 색깔이 달라서 순이 오를때 즈음엔
역시 다양한 색깔로 단풍 숲을 연상케 합니다.
온통 초록이 되기 전인 이때 만이 봄 단풍을 볼 수 있답니다.
활엽수가 많고 단풍이 잘 드는 곳은 특히 더 그러합니다.

생활의 작은 발견이 새삼 행복한 시간 입니다.
아참!
국화 주시기로 한 할머니 집은 늘 비어있어서 아직 국화를 얻어다
심지 못했답니다.
빨리 얻어다 심어야 할텐데. . .

  • ?
    허허바다 2005.04.12 11:05
    도연명이 따로 없습니다!... 좋으시겠다...
    많이 아프셨나 보네요. 쯔쯔...
  • ?
    진로 2005.04.12 12:37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에 아프긴 왜, 아픔니까?
    아푸지 말어요.
    빨리 국화나 심어요....ㅎㅎ
  • ?
    김수훈 2005.04.12 15:45
    국화는 우리 집에도 있고, 염소는 공수한테 물어보면 될 텐데
    왜 어느 외진 시골에서 혼자 고민하고 있다요?
    그 새들 혹시 제비 아니던가요? 삼짓날이 지났는 데도 강남제비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녀석들이 있는 걸 보면, 몇 놈이 진원님 걱정돼서 중간에 샛길로 빠졌나 싶습니다.
  • ?
    부도옹 2005.04.12 21:05
    나중에 흑염소를 어떻게 잡을라나....
    걱정돼네.^^*
    얼굴 익히면 나중에 힘듭니다.
    냉정해지세요. ^^;;
  • ?
    오 해 봉 2005.04.12 22:54
    날씨가 좀이상해서 여러 꽃들이 갑자기 만발했네요, 남쪽과달라서 서울쪽은 진달래까지는 활짝피었어도 푸른나무 싹들에 묻힐정도는 아니랍니다, 어제 대관령을 지나다보니 산꼭대기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있데요, 염소는 IQ가 개의 1/10정도로 미련하니 길들일 생각은 마세요, 숫놈은 moveon 님이고 대현이든 승식이든 누구한테든 해이딩(박치기)을 해버리니까 조심 하세요 (^_^), 더 궁금한것은 공수님이나 털보님한테 문의하세요.
  • ?
    야생마 2005.04.13 01:09
    식구가 늘었군요. 넉넉한 느낌이 드네요. 때까오도 궁금하고...참 글을 역시나 잘 쓰시네요. 봄단풍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볼수가 있습니다만 남도의 그것과 비교조차 안되겠지요. 오이와 호박이 자라고 새집에 아기새 우는소리, 활짝핀 국화꽃도...오해봉선생님의 댓글또한 참 구수하고 정겹네요. 건강하세요. 칡과 흑염소 잘 드셔서 힘내셔서 건강 문제 없으시길 학수고대 합니다.
  • ?
    김용규 2005.04.13 09:31
    '행복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거야 !' 하며 노래한 지리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영자 시인의 행복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꼭꼭 숨어 있는 시골의 정취와 아름다움을 캐어내고 만들어 내시는 진원님의 글은 그 어느 글보다 값져 보이고 감동적입니다.
  • ?
    happ 2005.04.13 10:13
    초하룻날 오른 산엔 산동백향기가 어찌나 짙던지요.
    짙고 엷은 새싹들의 도드라지지 않은 아름다움이 꽃보다
    먼저입디다.
  • ?
    선경 2005.04.14 10:26
    오이꽃...호박꽃을 생각하다보니....하이얀 박꽃이 생각나는군요
    진원님 심으실때 박꽃모종도 하셔요....진원님과 같이할
    달빛에 하이얀박꽃이 그려집니다....건강하세요
  • ?
    아낙네 2005.04.14 13:11
    곧 태어날 아가새들도 진원님의 식구가 되겠는걸요~
    식구들 거느리고 마실나서는 진원님의 모습 그려보니
    한편의 동화를 접한 듯 하네요.^^
  • ?
    신 후 2005.04.15 00:03
    안녕 하세요?모든님들이 진원님 건강하시길 기원하는거 잘 아시죠?때론 좀 답답합니다.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상황을 안다면
    요사이 말로 길라잡이를 하고 싶을 때가 있던데...
    늘 건강 하시길 빌며,아기자기한 신변잡기의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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