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일하느라 검게 그을린 얼굴을 늦게서야 월남 처녀 모자로
감싼 산장 이모. . .
집 주변을 좀 정리하고 얼굴도 다치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는
봄날이다.
벌써 살다보니 언니 동생 하면서 친근감있는 이웃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도 반가운일이다.
냉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어린애 같은 내 내면을 간파한 시골
아낙들은 이제 너무 스스럼 없어서 그게 좀 내겐 불편할 정도이다.[웃음]
아직 고사리를 끊으러 가자는 요청은 들어 줄수가 없다.
가파른 산 등성이 아래 숲도 없이 내리 쪼이는 햇살을 감당하기엔
아직 내가 미숙하기 때문에. . .
그녀들의 내 집 방문 목적은 이렇다.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 숙제가 있을때,
오다 가다 힘들어 쉬고 싶을때,
그리고 가장 유력한 원인은 시골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을 내가
가끔씩 맛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웃음]
가령 시내에 다녀오는 날은 피자같은 인스턴트 식품과 제과, 혹은
오렌지, 샐러드 등 시골에서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이 많은 터라
자주 먹을 수 없던 음식들이 항상 내게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최근에는 시내에 사는 후배들과 지인들을 다그쳐서 잘입고 깨끗이
남겨둔 헌 옷들을 수거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아이들이 커가면서 작아진 옷들을 부탁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파트를 옮기면서 내 말을 명심했던 후배가 옷을 5보따리를 가져 왔다.
아이들 옷뿐만 아니라 전혀 입어 보지도 않고 유행이 지난 어른 옷들까지. . .
여인네들을 불러 나누어 주었더니 너무 반가워 한다.
내게 있는 안 입는 옷마저 가져가고 싶대서 주어버리고 나니 이제 내가
입을게 없다.
항상 그렇다. 내가 하는 행동이라는게. . 거절을 못해서. . . ㅎㅎㅎㅎ
"언니! 저기요 저희 밭 가에 있는 감나무를 한그루 베었는데요. 언젠가
감잎차 만드시고 싶댔잖아요? 지금 와서 감잎 가져가세요."
부리나케 가서 나누어 가지고 왔다.
깨끗이 씻어서 찌고 널고 5월경의 감잎은 아직 여린 터라 많은 가공이
필요 없다. 그래서 만들기도 조금 쉽다.
내일 모레 장날이 되면 오골계를 한마리 사다 길러야 겠다.
키워서 보신하게. . .
너무 푸르다. 아직 지지 못한 산벚꽃의 핑크빛 여운이 저멀리서 날
지켜본다.
우리 거위 밥주러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