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6.11.27 22:14

마음이 푸근해 지는 잡담

조회 수 172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

늦가을은 시간이 여러배로 흐릅니다..
한 순간이 다시 수천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쓰여지는듯 쉬 사라지고 있었어요.
큰 5일장이 서는 정류소에도 깊은 어둠이 깔린지 오래고 이런 저런 옷가지를
늘어 놓고 사람을 기다리던 남자의 손길이 무척 바삐 그러나 무겁게 움직입니다.
춥지는 않은데 그 느낌이 슬프고 ,서늘하고, 딱딱해서 공연히 마음이 쓰입니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제가 마음이 조급 해 졌기 때문일까요?
6-7살 되어 보이는 녀석이 승강장 자리를 내어 줍니다.
고마움에 서로 보고 웃습니다.
녀석이 다시  엄마 품을 파고 들면서 저 때문에 끊겼던 이야기를 잇습니다.
"응 엄마 커서 뭐가되면 좋겠냐고?????"
"그래 너는 뭐가되고 싶은데?"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
"그러게 그런 사람들 중  누구가 되고 싶냐고?"
"판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엄마?"
"ㅎㅎㅎㅎㅎㅎㅎ야! 받아쓰기 10점 맞는 녀석이 어떻게 판사가 되겠니?"
웃지 말아야 하는데 웃음이 터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엄마를 때리면서 울먹입니다.
"엄마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ㅎㅎㅎㅎㅎㅎㅎ
어쩔줄 몰라하는 그 꼬마 총각은 이제 눈물까지 흘립니다.
아마 낯선 아줌마가 자신의 약점을[?] 엿들었다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겠지요?
가만히 그 녀석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말 해 주었습니다.
"있잖아 아줌마 친구들 중에는 교수도 있고 의사도 있고 약사도 있는데 그 중에는
어렸을때 받아쓰기 0점 맞은 사람도 있었다? 지금부터 10점씩 더 많이 받아 오면 곧
100점 되겠네? 그러니까 안 울어도 돼! 알았지?"
별로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정확히 판사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ㅎㅎ]
우는 것은 멈추었어요.
곁에는 한 두살 위의 예쁜 누나가 안타깝게 동생을 얼르고 있고 엄마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킨 자신의 농담에 무척 당황하는 것 같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버스가 오자 일어서는 꼬마 친구에게
"열심히 공부 해서 좋은 판사 되어야 한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너무나 귀엽습니다.
순간 곁의  누나가 차에 오르기전 돌아서서 정중히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머나!
가슴이 뭉클합니다.
"한 두 살 위일텐데. . 저렇듯 어른스럽다니. .
더 가까이 봐 둘걸. . 남자아이 달래느라 그녀를 자세히 못봤네. . "
새삼스럽게 새로 산 모자를 여미면서 갑갑한 시선을 탓합니다.
"모자가 너무 커!"


*보고싶었습니다*
늘 늦은 버스를 타게 되면 드는 걱정이 있습니다.
거의 한 두 사람을 태우고 마지막 종점을 가게 되는 버스에서 익숙해진 단골이 된
저는 기사님과 짧지 않은 시간에 좁은 공간에서 맞게될 그 침묵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기 쉬운 단골[?]들은 버스가 읍내에서 손님을 거의다 비우게
되는 순간 기사님 뒷 자리로 옮겨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이들이 내리게 되는 정거정을 익숙하게 알고 중간 중간에 내려
주는 기사님께 이런 기회를 통해서 감사도 하고 가정사 까지도 이야기 하게 되는 것
을 보았기 때문에 웬지 나도 그래야 할 것같은 뭐 그런것. .. 때문에.
"혹시라도 운이 좋아서 날 모르는 새 운전기사님 일지도 몰라."
두근거리기 까지 합니다.
"어? "
하필이면 저 분이라니. . . 너무 내게 잘해주시는 분이라서 더 부담되는. . .
그러나 다행히 바로 뒷 좌석에 저보다 두 정거장 먼저 내릴 남자 분이 이미 수다를
나누고 계시는 중이라 안심을 합니다.
"그래! 저 분이대신 잘 해주고 계시니 다행이네 ㅎㅎ저분  내리시고 나면 잠깐 동안
이니 뭐 . . "
일부러 투정부리는 듯 어색하고 딱딱한-- 미리 준비한 표정으로 저는 얼굴이 뻣뻣할
지경입니다. ㅎㅎㅎㅎㅎ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을 때. .
"그동안 안보이시던데. . .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궁금합디다.  잉"
차라리 편안했습니다. 미리 맞은 매처럼. .
마치 그동안 못본 친척에게라도 말하듯 너무나 다정하고 색감이 덤덤한 인삿말임이
느껴지는 군요.
지나치게 떨고[?]있던 제가 우스워서. .
"아이고 저는 혹시 아프신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건강하시니 다행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대답치고는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하 시간이 좀 변경되어서. . . "
"네"
"근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길이 어두워서 잘 가시겠습니까????제가 버스 세워놓고
에스코트 해 드릴수 있으면 좋으련만. . "
"으하하하하하"
동시에 호탕하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참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 . . 하는 생각이 얼핏들었습니다.
지나치게 무언가에 경계를 두는  버릇이 너무나 구석구석 많이도 남아 있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렇듯 세상과에 친화력이 더딘게 많아서야. . .


*들보를 허공에 던지나니*
뵈올때마다
"그 옷 언제나 버리실란가요?"
"뭐하려고 그는 만날때 마다 묻는고?"
"버리시면 제가 주어다가 꿰매어 입으려고 그럽니다."
"나도 기우고 기워서 천 조각이 올이 될때까~~~~지 입을 참인디.. "
노 스님을 뵈올때 마다 졸라 봅니다.
승려에게서 옷을 받아내는 것은 재산의 일부를 덜어 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익히 아는터라, 절대 졸라대는 일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 터인데도 혹여 낡아 더는 입을
일 없어  버릴일은 없을 건가?????망상에 가까운 바램을 들고 삽니다.
"여기서 부터는 내 걸어 갈터이니 내려두고 갈길 가거라."
"그러시지요. 밤 기운을 벗삼아 걷는 기쁨을 빼앗을 수는 없지요."

"들보를 허공에 던지나니 푸른 연이 향기를 뿜고~~~~"
어느 고찰의 상량문에서 나왔다는  주옥같은 詩 한귀절이 칠흑어둠이 배인 붉은 단풍과
어울려 허공에 떠돌고 있습니다.

들/보/를/허/공/에/던/지/나/니



                                                      










                            

                                         




                                                                             

추신: 베에토벤--아델라이데 작품 46
        비토리오 몬티의 -  czardas[차르다시]-- 헝가리의 민속 무곡.

  











  • ?
    중봉 2006.11.28 00:16
    진원님이 말하는 시내와 오일장 서는 읍내 풍경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그리고,버스 타고 돌아오는 인정이 넘치는 훈훈한 정경도...
    하늘채도 이젠 낙엽지는 늦가을 이네요...
    김이 나는 차한잔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 ?
    moveon 2006.11.29 21:28
    저 황국을 여기저기 늘려 심어야 할텐데. . 꽂꽂이로 하는 방법이 있다던데. . 모르겠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국화하고는 그 질과 생명력이 너무도 다릅니다. 모양도 많이 다르구요. 차밭과 국화밭 그리고 지리산에사는듯 느낄 구절초등을 적절히 심어서 내내 행복해지는 하늘채를 만드는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ㅎㅎㅎㅎ차 한잔 중봉님과 이미 나누었습니다 그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이야기 티벳--가장 낮은 곳에 있는 神 3 moveon 2006.08.13 2144
61 이야기 티벳--표정 3 moveon 2006.08.21 2069
60 이야기 티벳--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2 moveon 2006.08.27 2075
59 이야기 티벳--아!!!!간덴 간덴 간덴......... 7 moveon 2006.08.30 2135
58 이야기 티벳----염화시중의 미소 2 moveon 2006.09.16 1847
57 이야기 티벳--짜시좀과 에베레스트 4 moveon 2006.09.21 1826
56 이야기 티벳----라체에서 생긴일 4 moveon 2006.09.25 1825
55 이야기 티벳--하늘호수를 지나 일상으로. . 4 moveon 2006.09.30 1852
54 이야기 티벳---마지막 보고서. . 5 moveon 2006.10.11 1796
53 이야기 하늘채 소식.. 7 moveon 2006.10.12 2129
52 이야기 옛 사랑을 기억하나요? 5 moveon 2006.10.18 2249
51 이야기 call 11 8 moveon 2006.11.01 1861
50 이야기 어머나 어떡하니? 4 moveon 2006.11.06 1787
49 이야기 나무위의 남작 3 moveon 2006.11.17 1631
» 이야기 마음이 푸근해 지는 잡담 2 moveon 2006.11.27 1720
47 이야기 어머니와 엄마 9 moveon 2006.12.05 1902
46 이야기 So. . . . . . 5 moveon 2006.12.22 2608
45 이야기 지리산 작은 음악회 4 moveon 2007.01.03 1843
44 이야기 雲上 3 moveon 2007.01.24 1463
43 이야기 ㅎㅎㅎㅎㅎ 프로필 사진 말이군요. 8 moveon 2007.01.29 195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
/ 1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