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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4.28 11:52

감잎차 만들기

조회 수 196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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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일하느라 검게 그을린 얼굴을 늦게서야 월남 처녀 모자로
감싼 산장 이모. . .


집 주변을 좀 정리하고 얼굴도 다치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는
봄날이다.
벌써 살다보니 언니 동생 하면서 친근감있는 이웃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도 반가운일이다.
냉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어린애 같은 내 내면을 간파한 시골
아낙들은 이제 너무 스스럼 없어서 그게 좀 내겐 불편할 정도이다.[웃음]
아직 고사리를 끊으러 가자는 요청은 들어 줄수가 없다.
가파른 산 등성이 아래 숲도 없이 내리 쪼이는 햇살을 감당하기엔
아직 내가 미숙하기 때문에. . .

그녀들의 내 집 방문 목적은 이렇다.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 숙제가 있을때,
오다 가다 힘들어 쉬고 싶을때,
그리고 가장 유력한 원인은 시골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을 내가
가끔씩 맛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웃음]
가령 시내에 다녀오는 날은 피자같은 인스턴트 식품과 제과, 혹은
오렌지, 샐러드 등 시골에서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이 많은 터라
자주 먹을 수 없던 음식들이 항상 내게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최근에는 시내에 사는 후배들과 지인들을 다그쳐서 잘입고 깨끗이
남겨둔 헌 옷들을 수거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아이들이 커가면서 작아진 옷들을 부탁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파트를 옮기면서 내 말을 명심했던 후배가 옷을 5보따리를 가져 왔다.
아이들 옷뿐만 아니라 전혀 입어 보지도 않고 유행이 지난 어른 옷들까지. . .
여인네들을 불러 나누어 주었더니 너무 반가워 한다.
내게 있는 안 입는 옷마저 가져가고 싶대서 주어버리고 나니 이제 내가
입을게 없다.
항상 그렇다. 내가 하는 행동이라는게. . 거절을 못해서. . . ㅎㅎㅎㅎ

"언니! 저기요 저희 밭 가에 있는 감나무를 한그루 베었는데요. 언젠가
감잎차 만드시고 싶댔잖아요? 지금 와서 감잎 가져가세요."
부리나케 가서 나누어 가지고 왔다.
깨끗이 씻어서 찌고 널고 5월경의 감잎은 아직 여린 터라 많은 가공이
필요 없다. 그래서 만들기도 조금 쉽다.

내일 모레 장날이 되면 오골계를 한마리 사다 길러야 겠다.
키워서 보신하게. . .

너무 푸르다. 아직 지지 못한 산벚꽃의 핑크빛 여운이 저멀리서 날
지켜본다.
우리 거위 밥주러 가야지. .

  • ?
    허허바다 2005.04.28 13:25
    삿갓모자 아래 축 늘어진 긴 머리가 정말 월남 처녀 같네요 ^^* 일주일동안 일을 하셨다구요? ㅎㅎㅎ 전 또 아프시어 드러누운신 줄 알았지요. 선입관이 참 무섭죠? 그러고 보니 그런 선입관 들도록 이리 많은 날을 아프신 것이네요... 봄 햇살이 다정합니다. 왠지 편안해집니다. 이제 책상 위에 쌓인 일 해야겠습니다...
  • ?
    아낙네 2005.04.28 14:58
    소박한 이웃과 나누며 생활하시며 즐거워하시는 모습
    그 어느때보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
    봄날같은 푸근한날 계속 되시길..
  • ?
    김용규 2005.04.28 19:03
    지리산 중턱엔 조릿대가 아주 많습니다. 조릿대 잎을 따다가 물에 씻은 후 그늘에서 3일정도 말려 가위로 알맞게 썰어서 보통 차처럼 마시면 성인병(암, 당뇨 모두 모두) 예방약으로 쓰여진다고 합니다. 조릿대 잎의 효능에 대해 검색을 해 보시면 잘 나옵니다. 조릿대 잎 차도 소개해 봅니다.
  • ?
    오 해 봉 2005.04.28 22:15
    월남 모자를쓰고 감잎 을씻나요,
    건강하해 보이는 모습을보니 좋습니다,
    베트남에서 저모자는 여대생부터 시골 할머니까지
    다쓰는 모자랍니다,
    마을 사람들과 잘어울린다니 흐뭇한일 입니다.
  • ?
    부도옹 2005.04.28 23:27
    앗, 피자도 드시나요?
    아니 '보신'이라는 단어까지....
    ^^* 산장이모 아자! 아자!!
  • ?
    오늘은 바람 2005.04.29 01:14
    어딘지 모르는 그곳에서 여전히 사랑방 역활 두둑히 해 내시는, 그러면서도 가진것 아낌없이 나누려는 진원님!아름답기만.
    산장이모님 월남모자 쓰시고 뭘 하시나요?또 성벽같은 돌담은 뭔가요?
  • ?
    moveon 2005.04.29 21:19
    오늘은 바람님! 나무심고 난후 손을 씻는 모습이구요.성벽같은 돌담은 이번에 공사를 한 축대 입니다.
  • ?
    야생마 2005.04.30 01:46
    남도에 성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거군요.
    베푸는 삶과 몸을 아끼지 않는 솔선수범의 모습으로
    민심은 많이 얻어가고 있고...
    가족은 하나 둘 더 늘어가고...
  • ?
    선경 2005.05.01 07:57
    산장이모님의 거위들은 이제 많이 친해지셨나요...^^*
    특이한모자모습에 저도 즐거운시간이었답니다...이제 산장이모님건강도 많이 좋아지신것같아 참 좋군요...진원님이
    타주시는 감잎차 ....마시고 싶은날에...
  • ?
    김현거사 2005.05.03 10:38
    오골계는 세마리쯤 먹어야 기운이 팍 날틴데...
  • ?
    길없는여행 2005.05.06 10:15
    시골의 아낙이 다 되셨습니다. ㅎㅎㅎ
    그곳의 잔잔한 삶이 그대로 느껴져
    평온한 마음! 받아갑니다.
    삶의 동경이랄까!!!
    속히 저에게도 그런 시간을 고대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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