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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1.04 18:51

눈 오던날

조회 수 217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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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도 눈이 오면 외출을 한다."

24일 첫눈이 내렸습니다.
펑펑 눈발 날리는 등성이를 올라 거위 먹이를 주러 갔었지요.
마당에 쌓인 눈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려 많이
애를썼어요.
왜냐구요?
이제 곧 아실거예요.[웃음]

"거위야! 거위야!"
먹이를 줄때 늘 제가 부르는 호칭입니다.
안보이는 군요.
둘러보니 저 아래 빈들에서 한참 마실 중인 듯 싶습니다.
손짓을 하며 계속 불렀습니다.
하늘을 쳐다 보면서 눈을 받아 먹던 그녀석들. . 제 목소리에
꾸욱꾸욱 하면서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뒤뚱뒤뚱 저를 향해
달려 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내가 자기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먹이를 주는 사람이라는 즉, 자기 편이라는 믿음이
생긴 증거랍니다.

오늘은 혹시 내 손바닥에 음식을 얹어 주면 먹을라나?
꼭 15센티 미터를 유지한채 먹이만 달랑 먹어대는 녀석들에게
야속해서 행여나 오늘쯤은 눈도 오고 하니 기분이 좋아 내 손위
에 얹힌 먹이를 먹어주면 참 좋을 텐데. . .
하고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역시 꼭 그자리 15센티앞에서 결국 고개만 꾸욱 내밀고 먹이를
먹습니다.
얄미운 지고. ..
그러나 요즈음 기특하게 마당에 내려와서 실례를 하는 일이 줄었
답니다.
배가 고프면 주변을 돌면서 그냥 꾸욱 거릴 뿐이니 이제 겨우 저랑
마음이 통한것이겠지요?

*마음의티끌이란 원래 없음이니*

마당을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 누군가가 저 희고 찬 비단위를 걸어
들어서서 나랑 차 한잔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 마당을 고이 보존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놀러 온다 연락이 오는 군요.
음! 역시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의 아침을 보던 가을의 그녀를 생각
해 낸게 정말 다행입니다.

차를 세우는 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에 뛰어나가 맞아야 하지만
일부러 방안에서 소리만 지릅니다.
"널 위해 남겨둔 선물이니 그 흰 눈에 첫 발자국을 네가 남기렴!"
"정말 이예요? 우와~~~~고마워요."
이런!
벌러덩 눈위에 누워 버립니다.
이 추위에 말입니다.
찻물 끓는 소리가 더욱 흥에 겹습니다.
마음에 티없는 자! 늘 행복하리니. . .

*마지막 만남*

한해의 마지막 날 또 한번의 함박눈이 내립니다.
오래된 크림색 코트를 걸치고 모자와 머플러를 챙겨 시내로 향했습
니다. 이것 저것 살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합니다.
이것도 꼭 필요하진 않지?
저것은 없어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
어느새 행복치는 않으나 부족함이 없는 시골 생활에 적응되어 버린
듯 그다지 꼭 필요한게 없습니다.
아마!!가는 시간에 마음이 허전했던 게지. . . . .

산사 한귀퉁이의 僧房에 의지해 마음이라도 녹이려고 전라도 사투리가
일품인 스님을 찾았습니다.
다른 여러 손님들과 함께 거침 없이 펼쳐지는 웃음 잔치에 잠시 마음
두다가 스님께 저녁을 대접하고 후배를 배웅하고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무엇을 만나러 갔을까?
내 자신을 이곳에 두고. . . . 쯧쯧

그림: 지리 갤러리의 달님의 "눈이 그리운날"

네티즌 여러분!!!!
내내 행복하고 활기찬 한해 되세요.





  • ?
    야생마 2005.01.04 22:01
    때까오와의 마음의 통화가 조금씩 깊어지는게 정겹네요.
    흰눈쌓인 마당 고이 보존해 감동주려 하신 아름다운 마음과
    벌러덩 눈위에 누워버린 방문객 또한 참 멋집니다.
    함박눈속의 외출...가는 시간에 허전한 마음...
    찻물 끓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듯 합니다.
    시골 고향의 향기 느끼러 자주 오렵니다. 자주 소식 주셔요.
  • ?
    부도옹 2005.01.04 22:21
    음, 구미가 땡기는 선물입니다. ^^*
    누가 눈밭을 선물로 받을 줄이나 알았겠습니까??
    저는 乙酉 새해를 맞아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그 마당에 발자국 찍을 때까지 열심히 살겠다는....[삐짐]
  • ?
    선경 2005.01.05 13:01
    첫눈 마실가는 뒤뚱이 때까오...귀여운친구들...
    순수함의 결정체 ...그아름다운 하이얀 뜰안을 가슴가득
    안은 정겨움...마음의 티없는자! 늘 행복하리니...
  • ?
    허허바다 2005.01.05 13:17
    글을 눈으로만 읽을 뿐...
    어떤 마음으로 저 글들 풀었는지 도체 알 길 없습니다.
    "무엇을 만나러 갔을까? 내 자신을 이곳에 두고.."라는 구절이나
    붙잡고 매달려 봐야겠습니다.
  • ?
    오 해 봉 2005.01.05 14:17
    moveon 님 말귀도 못알아듣는 때까오란놈보다 말잘듣는 개를 한마리 기르세요,
    먹이도 때까오란놈보다 덜먹고 마당에 똥도안싸고 moveon님
    보디가드도 할것이니까요,

    "널 위해 남겨둔 선물이니 그 흰 눈에 첫 발자국을 네가 남기렴!"
    "정말 이예요? 우와~~~~고마워요."
    이런!
    벌러덩 눈위에 누워 버립니다."

    moveon 님 살고있는곳은 눈이 그렇게 많이왔군요.
  • ?
    솔메 2005.01.06 11:39
    조용하고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
    이곳에도 흰눈이 10여센티가 내려 雪國을 이뤄냈지요...
  • ?
    편한신발 2005.01.06 16:39
    글을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재미있게 쓰실수있나요?! 칭찬아닙니다...질문입니다.^^ 마당의 소복한눈. 기다리는 손님, 아름다운 소설속 이야기 같습니다.
    2005년 한해동안, 건강하고 즐거운 이야기만을 기대해봅니다. 건강하세요..
  • ?
    길없는여행 2005.01.07 13:37
    진원님께서 허허바다님께 화두 하나 던져주셨네요. 덕분에 저도 잠시 생각해봅니다. 거위와의 놀음이 재미있습니다.
  • ?
    섬호정 2005.01.19 13:13
    진원님 댁,흰눈의 이야기가 무대가 되는 날,
    동물도 방문인도 초자연의 연기파들이시군요
    진원님의 고운눈빛, 환한 웃음에 흰눈같은 마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즐거운 산골마당에서
    건강한 겨울을 보내세요 합장
  • ?
    산사랑 2005.02.14 22:32
    진원님! 진 짜 올만입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소식을 접할수 있으니..., 우리들이 만나지가 꼭 일년되었네요.ㅎㅎㅎ
    진원님의 시골 얘기 넘 그리워요, 글을 읽고 있으니 넉넉한 스님과 대화 나누것 같아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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