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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4.03.15 12:38

안나푸르나로 가는길

조회 수 188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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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i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소개한 포터를 아침에 사무실에서 만났다.
생각보다 나이가 너무 많은, 그리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듯이 피부가
일그러진 그를 볼때, 추한 느낌을 탓할 생각은 없었지만 문제는 너무
왜소한 체력에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침낭과 옷가지가 전부인 우리짐은 포터가 한 사람이면 충분할 양이었
으므로 한사람의 포터만 구하였다.
인간 기중기라 불리우는 포터들의 짐 꾸리는 솜씨에 비해 우리들 짐
이라는 것이 별것 아닌듯 여겨 졌었는데. .


앞쪽이 자격증이 있는 포터 아저씨

우리 앞에 나타난 포터는 오히려 우리가 짐을 지어 주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중년남자이었던 것이다.
주눅들고, 딱딱한 표정의 그.
더군다나 눈빛이 여린 것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
었다.
500루피.
그분이 우리에게서 받는 하루 노동의 댓가인데,
그 돈에서 100루피씩을 커미션으로 소개소에서 차출해 간다고 하고,
또 100루피는 회비로 내여아 한다고 하니 실제로  그분이 받는 돈은
1일에 300루피정도 밖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어디든 그러하겠지
사람사는 곳에서는 늘 이런 원칙들이 있을 테지. .
그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고생한 댓가를 모두 그분들이 가졌으면 하는 바램때문에. .
하긴 그런것 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는데 . . . 마음이 간다.

나야풀이라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기점마을은 포카라에서 1시간 정도
택시로 가야 한다.
넉넉한 앞자리에 오히려 포터가 타버리는 바람에 우리 네 사람은 좁은
뒷 좌석에 겹쳐서 타야 했다.
"이게 뭐야? 지금 누가 누구를 부리는 거야?
왜 우리가 이렇게 고생스레 택시를 타야 하고 포터는 앞자리에서 편하
게 가는거야? ㅎㅎㅎㅎㅎ"
가는 도중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알아 듣지 못하는 포터를 가리키면서
불평을 늘어 놓았다.
근데
저 사람이 짐이나 제대로 지겠나?
아니다. 나름대로 자격증이 있는 오랜 경험의 소유자라고 하니 걱정
안해도 될 것이다.
분위기를 살리는 운전기사 덕분에 포터와 친해지려고 우리는 노력을 다
했다.
그런데 도무지 말이 없으신 포터분은 그저 웃기만 하신다.
아이고 앞으로 6박 7일의 일정을 저 사람과 어찌 보낼 것이냐????


히말라야!
말로만 듣던 곳이고 늘 눈덮인 그림만 생각하던 나로서는 초입부터
그 기대와 다른 평온한 모습에 조금 다른 느낌을 가졌다.
푸른 나무와 눈이 부시게 풍요로운 히말라야 계곡 물 소리를 벗삼은
나야풀이라는 마을은 안나푸르나와 푼힐 트레킹 코스의 기점이 되는
작은 마을이다.
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작고 초라한 판자촌 즈음으로
생각하면 좋을 곳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실제로 무게로는 얼마되지 않은 우리 짐들이 갯수가 4개이다 보니 그것을
하나로 묶지 못해서  짐을 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에 대는 끈을 사달라고 버티고 있어서 그 끈을 사주었는데도 짐을
단단히 묶는 것에 실패를 한다.
커다란 바구니나 커다란 가방을 빌려서 그곳에 하나로 짐을 담았다면
쉽게 짐을 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몰랐고 포터 역시
알려 주지를 않아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적은 짐인데도 지금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체격이 왜소한 분에게 지워놓은 짐을 보니 젊은 포터가 지고 가는
것에 비해 훨씬 힘이 들어 보인다. 젊은 포터들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건만
우리는 오히려 우리가 짐을 걱정하며 그 시작이 늦어지고 있었다.
설상 가상으로 짐지고 오던 짐이 도중에 풀려서 아저씨 혼자서 그 짐을
다시 엮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이 되고 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격증이 없이 나야풀 입구에 살면서 즉석에서
짐꾼이 되는 주민 한 사람을 섭외해야만 했다.
다행히 포터 아저씨와도 아는 사이 같아서 쉽게 구해졌다.
엄청난 무게의 짐을 거뜬히 홀로 지고 가는 젊은 포터들을 보면서 우리의
포터 운이 없음을 씁쓸하게 생각했다.ㅎㅎㅎㅎㅎㅎ

그러나,
짐을 지는 힘이 약한 것을 제외 하고 두분의 순박함때문에 우리 일정이
오히려 편안했음에 이제는 감사를 하고 있다.


비렌탄티라는 첫 산골마을에서 산양들의 무리를 만나고 가벼운 짐만 몸에
지닌 우리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길을 따라 히말라야 마을로의 여행 시작을
설레임으로 맞고 있다.



이른 아침 히말라야 산속으로 몰려 나가는 산양들

평화롭고 아름다운 히말라야 마을들. .
콧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숲과 계곡의 조화로운 풍경속에 강한 햇살을
맞고 걷는 기분은 천상의 행복감 이었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 속에서는 한국인들이 당연 많았는데
포터의 말로는 겨울 비수기 시절을 "한국사람 시즌"이라고 한단다.
마치 안나푸르나는 한국땅이라도 되는듯 겨울에 방학을 하는 특성상
겨울에 유난히 한국인이 많다고 해서 그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돌아오는 한국인들 입에서도 지금 안나푸르나에는 4-500여명의 한국인
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내 만나는 사람들중 외국인 두 서너명, 일본인,대만인 몇을 제외하곤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언젠간 우리가 망령이 나서 "안나푸르나는 한국땅"이라고 우기기라도
하면 어찌될까?라는 가정을 하곤 일행들이 소리 높여 웃었다.

사울리 바자르에서의 점심은 비교적 다양했다.
워낙 여행자가 많은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음식도 국제적이다.
비록 그 맛이나 모양새에 부족함은 많을 지라도. .
언제부터인지 "나마스테"라는 인사가 오고가는 신의 땅 히말라야속에
우리가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 시작후 점심시간 즈음에 처음 만나는 마을--사울리 바자르
이곳에서 대부분 점심을 먹습니다.


사울리 바자르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급경사와 완곡한 경사를 이루면서
길들이 이어진다.
"김체" 즈음에서는 아름다운 경치가 배제되고 오르고 내리는 돌계단에
지친 몸을 추스리기가 힘들어진다.
그 깊은 산중에 아무런 기구 없이도 히말라야 사람들은 트레킹 로를
일일이 돌로 다듬어 놓았다.
더군다나 경사도가 지리산능선길과는 비교가 안된다.
금방 보이는 마을인듯 해도 걸으면 하루가 걸리는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록을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 즈음에서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또렷이 보였다. 그래서 인지 롯지에서
사진을 팔고 있었다.


마차푸차레[물고기 꼬리] 봉우리--네팔인들이 신성시하여 아무도 오를 수 없는
히말라야의 봉우리 인데 김체 부근에서 가장 저 모습으로 뚜렷이 나타납니다.
그 이후 부터는 숨겨져서 안보이거나 베이스 캠프 즈음에서는 다른모습으로
보입니다.




히말라야의 높은 마을에 짐을 실어다 주는 나귀들. .



히말라야 사람들의 손으로 닦여진 길. . . .이틀이상 걸리는 지점까지
이런 돌길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이어집니다. 그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은 여름엔 거의 견디기 어렵다고 합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데 변화 무쌍한 날씨 탓인지 맑은 햇살
아래서 인데도 멀리 보일 듯도 한 설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푸른 산록까지를 경계로 구름 속에 숨어 버리는 것이다.
내리는 비때문에 부실한 채로 포터의 등에 있는 침낭이 젖을 것이 걱정
되어 잠시 쉬어 갈곳을 찾지만 숲이라고는 없는 산길에서 마땅히 비 피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포터들의 표정엔 급한 마음이 없다.
침낭이 젖으면 밤에 고생할 것을 걱정하는 나의 조바심만이 그들의 뒷
덜미에 걸리고 만다.


포터 아저씨가,
갑자기 뒤돌아 보면서 손가락을 하는 그곳에 비를 피할 마을이 보였다.
간드룩
일정상 1박을 해야 하는"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뜻의 마을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중 가장 큰 마을이다.
아울러 사람답게 지낼 수 있는 한게선에 있는 마을 이랄까?
이 이상 부터는 물도, 전력도,모든것이 절제되어 버리는 것이다.
간드룩은,
게스트 하우스 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둘러보면 재미가 있다.
비수기 여서 문을 닫은 게스트 하우스들이 많았는데 다행히 식당이
흘륭한 곳에 짐을 풀었다.
Trekker's inn
때마침 내린 비로 풍경은 안개에 싸여 별다른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히말라야라는 느낌을 가지고 묶는 작은 롯지의 매력이 충분한 곳이다.



롯지 내부. . 이곳까지는 아직 전기가 들어 오고 있었답니다.




산하나를 돌아서서 바라다 본 간드룩 마을의 전경


홀로 여행 왔다는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가시는]한국남자분한분과 그의 가이드,
캐나다 출신의 미남 청년과 그의 가이드, 그리고 우리 넷 [우리 포터는 식당에
들어오질 않는다.]은 잠자리 보다 열배는 훌륭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한참을
떠들었다.
정은이가 마침 영어학원 강사여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캐나다 청년과
긴이야기가 이어졌고, 한국 남자분 한분은 아내와 함께 오지 못한 외로움
을 토로하면서 가지고 온 김치의 일부분을 내어 놓아 저녁 식사 자리가
마치 파티 자리처럼 풍성해졌다.
정은이가 영어를 잘하다는 그 사실은 내게 무척 도움이 되었는데, 피곤
함때문이기도 하고 원래 말하기를 즐기지 않는 내가 일일이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저 편안히 방관자가 되어 즐기기만 하면 되는 위치. .
편안한 일정이 될거라는 직감과 함께 속으로 은근히 즐거웠다. [웃음]

info
포터나 가이드는 포카라에서 정식으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구하는것이
좋다.
나야풀에서 즉석 포터나 가이드를 구할 수도 있으나 만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한다.
포터에게 여러개의 짐믈 맡길 경우엔 침낭 대여점에서 커다란 가방을
빌려 그곳에 짐을 하나로 담는게 중요하다. 아무리 무거워도 짐이 하나
로 통일되면 짐을 지는 사람도 편하고 맡기는 사람도 덜 불편하다.

트레킹을 할 경우 반드시 스틱 두개가 필요하다.
험난한코스는 없으나 산을 하나 넘을때마다 오르고 내리는 경사도가 심해
스틱이 없이는 체중을 견디어 내기 힘들다.
첫째날은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마을과 삶들의 나마스테 인사를 들으며
비교적 편안한 산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돌로 다듬어진 등산로가 발을 피곤하게 한다.
이 돌길은 산행시작후 2틀째인 "촘롱"까지 이어진다.
다음날의 일정을 생각해서 롯지를 선택할때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입구에서
더 올라가서 마을의 끝에서 잠잘곳을 잡으면 좋다.
마을의 제일 높은 곳 끝에 자리잡은 게스트 하우스 이름이"샹그릴라"인데
경치도 좋고, 이른 아침 출발할때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 ?
    허허바다 2004.03.15 14:52
    전 500루피도 필요없고, 앞좌석이 아니라 짐칸에 타도 좋으며, 짐은 꽤나 질 수 있는데... ㅎㅎ 이번 여행의 동행분들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ㅎㅎ 그건 그렇고 아! 깊은 산록의 아침! 저런 트레킹 코스 시간을 잊고 몇날이고 다녀 봐야 할 것인데... 아이고~ 아이고~ 내 인생이여...
  • ?
    길없는여행 2004.03.15 15:17
    1월이면 추웠겠습니다. 전 4월 파릇파릇한 계절이어선지 우리의 따듯한 봄날이었습니다. 간드룩마을에서 후발로 오는 일행들이 오지않아 랜턴들고 비맞으며 그들을 찾아 이곳 저곳 헤메었던 곳이 간드룩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찾았는데.. 얼마나 애달프고 걱정했던지 여자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전
    그만 긴장이 풀리자마자 탈진했답니다. ㅎㅎㅎ 잊지못할 간드룩입니다. 참 간드륵 마을전경 찍은 그 위치가 선명히 땡겨지는데요. 기억납니다.
  • ?
    섬호정 2004.08.27 11:45
    마차푸차레~!!! 피쉬테일~!이라 일컬으며 포카라에서 페와 호수에서 한없이 바라만 보다 기냥 온 나그네 여기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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