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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4.03.04 10:39

카트만두에서의 평범한 하루

조회 수 133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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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먼 나라로의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위한 것인데도 여행자들은 자연스레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나 게스트 하우스로의 방문을 먼저 택한다.
낯선 곳에 대한 정보도 듣고 일단 밤에 도착해서 어떤 곳이 어떤 곳인지
선택하기 막막하기 때문인듯 하다.
나를 포함한일행도 그런 맥락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업원들은 네팔인들이었는데 어린아이 처럼 선량하다.
잠을 청하고 내일 일정인 카트만두 돌아보기에 기대를 한다.

★뒷날 아침--포카라 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

타멜 거리는 미로처럼 얽혀서 나 같은 길치는 맨날 여기가 어디냐?
이곳이 맞니?를 연발하는 수준이다.
여행자들을 위한 모든것들이 갖추어져 있다.
우선 시내 지도를 한장 구입해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 보기로 한다.
아침 타멜거리를 헤매는 우리들을 보고
"안냐세요"라고 또렷한 발음으로 한국인을 반기는 네팔상인들의 목소리가
너무 정겹다.
정은이의 소품 가방을 하나 사고 시내 관광을 나선다.

좌:이른 아침의 타멜 거리-네팔여인    
우:건물과 건물 사이 1평도 채 안되는 곳에 차려진 이발소가 이색적이다.


큰 도로에서 한참을 미로처럼 얽혀 들어서 있는 타멜거리에 비해 시가지
는 매연과 사람들과 따가운 햇살들로 얼키설키하다.
버스를 이용하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사람들이 잘 못 알아 듣기도 하고
노선 자체가 복잡하여 포기하고 택시를 이용한다.

가장 먼저 "파슈파티낫트"라는 가트[화장터]를 보게 되었다.
듣기로 인도의 화장터에 대한 정보는 여러번 들은 적이 있으나 네팔의 그것
에 대한 정보는 처음인지라 호기심으로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망자를 위한 꽃과 장신구들을 파는 사람들--가트 입구

인터넷 자료에서 베껴온 정보에 의하면 입장료를 내고 가지 않은 방법이
있다해서 장난삼아 시도해 보았는데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웃음]
가트[화장터]는 계급에 따라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층민들의 화장터는 하류에 위치하며 상류계급의 가트는 다리로 구분되어
상류에 속해 있다.

그 장례 절차도 많이 다르다.
카스트 제도에 다라 계급이 높은 사람들의 화장터는 경을 읽어 망자를 위로
하기도 하고 시체를 태우기 위한 치장도 화려하다. 그 주변의 사원들의 규모
또한 매우 크고 오래되어 보였는데 흰두인이 아니면 절대 입장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수백년은 되었을 카스트 최고 그룹의 사원은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천민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계급이라는 오래된 관습은 인간 정신에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죽음에
대한 부분 조차 평등함을 거부 한 것이다.
씁쓸한 우수를 느낀다.


흰두인들이 숭배하는 "링가" --둘레에는 뱀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흰두신 "쉬바" 그리고 "비슈뉘"등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고 혹은 파괴와 생산의
신이라고도 합니다. 저 링가는 흰두인이 사는 곳이면 어느곳에서든 작게 혹은
크게 만들어져 다양한 색깔의 향신료등으로 늘 지저분한 모습으로 있습니다.
흰두인들은 아침과 오후에 정해진 시간을 갖고 어김없이 예배의식을 치룹니다.


자료사진. .. . 하층계급의 가트[다리 아래쪽]의 모습


카스트 제도에 따라 나뉘어지는 화장터를 구분짓는 다리 모습<자료사진>


높은 카스트의 가트[화장터]--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천으로 덮여진 시신이
보입니다. 다리의 오른쪽[위쪽]에 있습니다.


나중에 비교후 안것이지만 바라나시에서 보던 인도인의 화장 광경과 네팔
인들의 그것은 너무나 그 분위기에 있어 달랐다.
네팔인들은 경건한 과정을 통하고 시체에 불을 지피는 상주를 비롯해서
가족들이 머리를 깎고 흰 옷을 걸친다.그리고 연잎으로 만든 그릇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음식을 일일이 대접한다.
그 음식이라는것이 손으로 집어 먹어야 하는 단순한 쌀밥 정도 이기는
하지만 성실히 그 의무를 지키고 또한 망자를 위해 슬퍼하고 있었다.


사원 앞에서 경을 읽고 음식을 준비하는 망자의 가족들. .. 연잎으로 만든 그릇에
쌀밥을 넣고 간단한 커리 같은 음식을 섞어 줍니다.


화장후 망자의 영혼과 함께 떠내려 보낼 연꽃잎에 샤프란 꽃을 담는 모습
옆에 보이는 저 더러운 강에 몸을 씻고 빨래도 하고 시신의 재를 흘려 보냅니다.
대부분은 원숭이 들에 의해서 흘러가기도 전에 파헤쳐 집니다.




네팔의 화장 의식이,
비록 하층민의 행위일지라도 그 경건함에 있어 감동적이며 체계적인데
반해 바라나시의 인도인의 과정에서는 불가촉 천민의 대행인에게 맡겨져
거의 수십구의 시체를 한곳에서 태움으로 해서 경건함이나 체계적인
과정을 느끼기 힘들었다.
그것이 바라나시를 경악할 만한 도시로 여기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네팔에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허용되었으며, 인도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아무리 촬영이 허락되었다 해도 나는 먼곳에서 잠깐
한컷을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것은 망자나
그 가족들에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같았기 때문이다.


보드너트--세계최대의 라마 불탑

다음으로 간곳이 라마 불탑이었다.
둥근 돔형의 기단에 눈이 달린 특이한 탑신과 상륜부 등을 가진 멋진 곳인데
특별히 어떤 구획을 지어놓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를 걷다가 불쑥
만나는 묘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지역엔 티벳 난민들이 거의 한 도시를 이루듯이 몰려
살고 있었으면 주변에 사찰과 주거 환경을 만들어 작은 티벳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곳도 타멜 거리 처럼 여행객들에게나 혹은 순례자들에게 필요한 모든것
을 갖추어 놓고 있어 장거리 전화, 인터넷까지 할 수 있었는데 탑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미로들이 펼쳐져 있어서 자체적으로 유치원이며, 수공예 공장등
이 갖추어져 있다.
네팔 속의 티벳 자치구역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먼곳에서 이곳을 보러오는 순례자들의 신앙은  나를 감동케한다.
작은 레코드 가게에서 귀에 익은 음악"옴마니 반메홈"이 흘러 나온다.
전에 한국에서 미발매음반이라서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야만 했던 그음악을
티벳 자치 지역에서 듣는 기분은 정말 묘한 것이었다.
4사람이 모두 100루피를 주고 한개씩 사들고 나왔는데 불교와 관련이 없는
그녀들이 듣기에도 매우 평화롭고 신비한 음악이었나 보다.
시디를 담아주는 봉지가 천으로 된것인데 손수 그들이 만든것이라 더 소중
하게 여겨졌다,



거대 합니다.
돔 부분은 하얀색인데 티벳인들은 파란 하늘에 하얀 불탑을 만들기를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깊은 의미가 있겠지요?


세계문화유산--구왕궁과 올드 시티


세계문화 유산인 붉은 나무로 지은 구왕궁의 모습 . . 겉에서 사알짝 모습을
훔쳐 왔습니다.

시장에 구경은 어디서나 재미 있다.
시장을 가기 위해 찾아간 곳에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옛날 왕궁이있었다.
그런데 250루피라는 입장료에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저녁이 다되었으며,
내일 포카라로 떠날 차를 탈 장소를 미리 탐색해 놓아야 한다는 이유때문에
그곳에 입장하는 것을 거부해 버렸다.
화려하게 지어진 붉은 나무로 네팔 전통 양식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왕궁은
겉에서 보기에도 특별해 보였는데 외관으로 보이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걸어
서 타멜까지 오면서 시장을 지나 올때 였다.
그곳에는 마치 다시 중세로 돌아간듯한 건물들이 새로운 건물들과 섞여서
상가를 이루고 있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그런 오래된 문화재들이 있다면 결코 버려져 있을 수 없는
아름다운 구 시가지의 목조건물들은 화려하고 장엄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모두 현재라는 시간과 아무렇게나 펼쳐진 난장에 묻혀서 그 빛은 바래
버린 상태여서 특별히 보지 않으면 보여지지 않을 모습이다.
"여기가 왕궁이 있었으니 옛 사람들의 흔적도 당연히 있을 테지? 그러니 우리는
지금 중세건물속에서 현재를 걷고 있네?"
이들은 가난해서 이기도 하고, 혹은 그다지 특이하지 않아서 인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 어쩌면 그런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치장해놓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관광지나 만드는 그런 유적 보호 시스템 보다. . .

여지없이 시장 한 복판에 오래된 힌두 사원이 보였다.
북적대는 힌두인들은 여전히 그 곳에 꽃을 바치고 향료를 바르고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한다.
잠시 그런 새로운 것과 옛것의 혼돈속에 즐거워 하고 있을 때에. . . .
어디선가 대나무에 불을 붙인 일단의 청년 무리들이 구호를 외치며 사원 앞에
원을 그리고 서서 힘차게 사람들을 선동한다.
내전이 한창이 네팔은 곳곳의 국왕 동상앞에 호위병이 서 있을 정도로 경계가
삼엄한데 이들은 군인들의 추적을 피해 이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로 보였다.
그런데 한 두번 구호를 외친 그들은 불이 꺼진 대나무를 사원 앞에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시위는 그것으로 끝이다.싱거우리 만치 단순하고 , 어이 없으리 만치 순하다.
싱거운 시위 행렬에 과격하고 폭력적인 우리의 시위 현장을 오버랩 시켜 본다.
이들은 시위 조차 선량하게 하는가 보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걸어 걸어 타멜로 돌아온 우리는,
저녁엔 타멜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레스토랑 발코니에서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티벳전통 음식이라는 것을 시켜놓고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나중에 음식이 좋았느냐는 종업원의 말이 "전혀"하고 말했더니 대단히 미안해
한다.
장난처럼 지나 칠수 있는 말에 진중하게 미안하다고 하는 바람에 위로를 하느라
혼났다.[웃음]
낯선 곳에서, 맛잇는 음식을 먹는 재미. . .
입가에 미소가 인다.


타멜거리의 교통 수단인 릭샤의 화려한 무늬.


그런데 왜 세계문화 유산인 그 왕궁을 보지 않았을까?
신기루처럼 그 어리석음에 대한 의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참 어이도 없지. . .



  
장례식을 행할 수 있게 마련된 사원과 사원을 지키는 소의 동상--여지없이희두인들의 손길로 목 부분이 더럽혀져 있습니다. 향료를 발라 준 흔적입니다.

info
카트만두에서 장거리 버스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로컬, 투어리스트,그린라인
그러나 시간은 같이 걸립니다.
로컬은 짐을 도난맞기 쉬운 전형적인 원주민들을 위한 차이고 투어리스트는
여행객들을 위한 차입니다. 그린라인은 고급차이므로 연로한 단체 관광객들
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더군요.
터미널이 따로이 없어 거리에서 차를 탑니다.
"파티 팟"이라는 거리에 오전 6시 30분 발 버스가 있는데 식사는 그 시간에
거기의 작은 식당이 문을 엽니다.
샌드위치나 차등을 팔고 있습니다.짧은 시간에 주문해서 차안에서 아침을
때우기에 좋습니다.
  • ?
    솔메 2004.03.04 17:23
    독특한 火葬의 습속이 궁금하구만요.
  • ?
    산유화 2004.03.04 17:50
    사회 관습중에서 가장 더디 바뀌는게 그 나라의 장례 문화라데요. 죽은자의 명복을 빌고 산자를 위로하는 축제(?) 공서고금 떠나고 보내고 맞이하며 치르는 경건하고 진지한 의식이 숙연하네요..


  • ?
    길없는여행 2004.03.05 15:10
    티벳음식 무엇을 드셨길래... 맛이없다구 종업원을 당황케하시다니...ㅎㅎㅎ. 대체적으로 기름끼가 많아 느끼할 수 있습니다. 진원님 입맛에 딱 반대로겠군요. ㅎㅎㅎ. 제가 다니지 못한 곳이 많아 흥미롭습니다.
  • ?
    들꽃 2004.03.06 21:26
    ..그렇게 기다리던 사진과 글인데..시간이 많지 않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흥겹게 사진과 글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진원님... 안부 여쭙고 갑니다.
  • ?
    허허바다 2004.03.08 10:08
    여행을 하면서 짜투리 시간에 이것저것 둘러보는 즐거움... 그때가 바로 자유의 한가운데라는 것을 전 종종 느낍니다. 네팔의 살아 숨쉬는 듯한 분위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
  • ?
    바람꽃 2004.03.08 17:18
    네팔의 풍속을 자세히 담으셨습니다. 진원 님의 기행문을 읽자니 마치 제가 그곳에 가 있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거든요,^^* 다음편의 기행문도 기대가 됩니다.
  • ?
    happ 2004.03.14 22:01
    사람들의 삶의 순간 순간 행동 하나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망자를 위해 기도하고, 샤프란 꽃을 바치고, 정성들여 음식을 대접하고 ... 하나 하나가 다 명상입니다. 여행은 나와 다른 것 새로운 것의 받아들임이겠지요. 이러한 것이 많이 부족한 happ의 마음까지 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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