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진정한 山 사랑은,
어느날 그 호기심이 잠자는 자리에서 싹이 틉니다.
산에 왜 오를까?
산에 오르는 그 모든 행위 속에는 인간의 호기심이 담겨 있습니다.
호기심 !
그거야 말로 진짜 우리가* 처*음* 산을 오르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 이상의 어떤 이유도 생각해 낼 수 없습니다.[웃음]
엣날 옛적에[?]
산꾼이라고 할 만한 차림으로 산에 혼자오르는 이들을 그 당시에는 가끔
아주 가끔 보았습니다.
존경심이 일었던 이유는 그들의 짐 속에 최소한의 것들만이 들어 있는 점
이 었습니다.
그 최소한의 것이라는 것이 그 때에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서 지금
보다는 많이 원시적이 었습니다.
그 최소한의 것을 넣고 보면 여유의 산물인 술, 담배, 혹은 고기 등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숨은 산꾼의 모습은 지금도 그러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요즈음은 그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부피를,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에 얼마나 행복한지요?
홀로 다니면서 보면 가끔은 몰려오는 산꾼[?]들을 봅니다.
서넛 혹은 다섯이 넘기도 하지요.
그들은 어떤 때엔 무법자 같이 보입니다.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요.
산을 조금 안다는, 혹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다닌다는, 혹은 다른
명분의 그 산꾼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산을 거스리는 행동을 선동하는 것
같은 모습도 서슴없이 보이곤 합니다.
모여 앉으면 거나한 먹거리 자리가 펼쳐지고 술도 곧잘 한차례 오고 가고
무엇보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 할때도 있습니다.
어디서든지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소리가 나고 시끄럽습니다.
아마 금지된 은밀한 행보에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산의 민감함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 산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더 겁이 납니다.
산에 다니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은 정말 어려운가 봅니다.
정말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마르고 건조한 시기 였습니다.
삼신봉에서 단천골로의 길은 내내 숲을 돌아나가는 지루하고 낙엽으로 뒤덮인
길이 호젓합니다.
그 때까지 "나 만큼은"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담배도 안하고 술도 안먹고 고기구어 먹을 일 없고, 몰려 다니지도 않고
모범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 고 자신을 여기고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아주 간혹 금지된 산행을 하며서도 자신을 위로 하곤 했습니다.
그 단천 길을 가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저 아름다움에 취하면 다른 절제의 요소들은 잊곤 했지요.
그 날, 그 길은 사람이 다니지도 않아서 너무나 원시적으로 보존이 잘 된
길 이었습니다.
"'이런 길에서 아마 불이 나나 보다. 내내 조용하던 숲속에 이방인의 자극은
마찰을 충분히 생기게 할 수 있겠구나,"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드는 이 생각에 스스로 전율 했습니다.
그리곤 발걸음 하나하나가 너무나 조심스러워 졌었지요.
생각을 더듬다 보니,
실제로 산불이 나는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등산로 쪽 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말하자면 비 지정 길에서 난다는 사실이 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생계를 위한 심마니 들의 길에서 발화가 잘 된다고 알고 있었
습니다.
산불이 발생하는 과정은,
극도로 마른 자연의 산물들, 낙엽 혹은 나뭇가지들이 어떤 자극에 의해서 마찰을
하면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인이 모르는 산불은 대개가 자연 발생적이라는 통계도 읽은 적이 있구요.
사람들이 실화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그 자극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여지 없이 불은 나게 되어
있겠지요.
바로 내가, 여러분이 그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렇게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홀로이면 그냥 지나칠 곳에서도 사람들은 모여서 산행을 하면 자연스레 주저
앉아 주변에 흔적을 남깁니다.
나뭇가지를 꺽어서 주변의 앉을 장소를 넓히기도 하고, 낙엽을 쓸어 버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여튼,
그 오래 시간을 소요하는 숲속 길에서 저는 생각을 제대로 다듬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무에는 "절제와 지킴"이라는 항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결국 산행은 자신의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하게 됩니다.
산에 올라서 국립공원에 돈을 마련해주거나, 산을 위해서 식목을 하기 위해서
산행을 하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웃음]
늘 다른 길을 오르고 싶은 것도 그 호기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간단한 호기심을 위한 산행때문에 만일에 ,만일에, 말입니다.
수십년 자라나서 아름다움을 일구어 내고 있는 저 지리산의 숲들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된다면 그 때에도
산꾼 인것에,
몰려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마는 일에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지. . . .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지리산행을 처음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복종의 교훈"입니다.
산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은 일은 영원한 불가능 일까요?
공자의 도를 배우지 못한자가 노자의 행을 닮으면 안되는 것처럼 자칫 산꾼들의
모습이 산행을 좋은 삶의 벗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법을 어기는 기쁨"으로
비추어 질까 염려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진:세석에 텐트 물결--최화수님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