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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5.08.12 21:21

자리. .

조회 수 234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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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였을까?
그 분이 그곳에 앉기 시작하신 것이. . .

먹성좋은 염소가 밭에서 제일 즐겨 먹는 것이 코스모스 어린 모종
이었다.
모조리 빼앗아 주차장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물론 몇그루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차들이 지나 가면서 뭉개고
놀러온 도시 사람들의 아이들이 장난으로 꺾어 놓고 해서이다.
그래도 정성스럽게 관리 하고 있었는데 ......
어느날 부터 인가 ? 아니다. 내가 보기 전 부터 어르신 한분이  코스모스
옆 나무에 기대어진 납작한 돌 위에 앉아 계셨던  것이다.
저 골짜기를 달리듯이 내려 오게 만들어진 좁은 길이 아마 한숨돌리게
하는 자리가 그곳이 적당해서 였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데 햇살이
바로 쏟아지는 그 같은 자리에 그분은  왜? 앉는 것일까?
바로 옆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늘  삶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부러진 등 위로 걱정이 앞선다.

조심스럽게 곁에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본다.
"아! 꽃은 안 망쳤네."
"네!  꽃때문이 아니고 왜 여기서 쉬세요? 저기 그늘도 있고 힘드시면
저희집에 시원한 물도 있고. . . "

다른 동네에 사시면서 이 골짜기에 남겨진 자신의 논밭 그리고 산을
관리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경우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저
마을의 독거 노인일까????

늘 보는 모습이지만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그 삶의 질곡이 담긴 표정과 유순한 시골 토박이의 조심스러움. . .
내일은 정말 음료수라도 대접해야지 . . .
귀중한 쉼터가 되버린 저 반듯한 돌 하나. . 절대로 치우지 말아야
하겠다.


*시골에서는 남녀가 구별없이 막걸리와 소주를 마신다.*
가끔 대문이 없는 내 집앞으로 귀신처럼[?] 작은 그림자가 지나간다.
산에 인접한 집 구조 탓에 햇살이 따가울때는 내 마당을 건네면 훨씬
쉽게 자신의 밭으로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할아버지는 심심하면
한번씩 내 집마당을 허가 없이[?} 스르르 지나 가시는 것이다.
그러다 심심하면 또 한번
"혹시 막걸리 있어?"
"혹시 소주 있어?"
시골엔 늘 여자분들도 막걸리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즐겨
먹는 편이라서 노인들은 젊은 아낙이 있는 집이면 어디든지 들어가
술 한잔을 요구하는 당당한 권리가 주민들에게 주어져 있다.[웃음]
나도 예외일 수 없어서 당하는 일이니 . . . .
그러다,
그분이 술을 드시면 안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고 지금은 멀리서 그분
이 보이면 얼른 시선을 피해버리거나 목례하고 방으로 들어와 버린다.
작은 굽은 어께를 가지신 너무나 연약해 보이는 할아버지. . .

요 며칠 계속 스르르 내 방문앞을 지나  밭으로 간다. . .
아이고 깜짝이야. . .기척이나 좀 하시지. . . ㅎㅎㅎㅎㅎ


  • ?
    부도옹 2005.08.13 00:36
    돌을 치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의자를 하나 내어드리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행복한 사람들~~
  • ?
    김수훈 2005.08.13 10:20
    나도 한 번 해보자-
    "진원 씨, 막걸리 한 병 있어요? 아니 매실주나 복분자 같은 거면 더욱 좋고.
    아무 것도 없다고?
    에이, 할 수 없지 뭐. 내 배낭 안에 있는 맥주나 마셔야지."
    그런데 어딘지 알아야 가지....
  • ?
    오 해 봉 2005.08.15 00:21
    "늘 보는 모습이지만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그 삶의 질곡이 담긴 표정과 유순한 시골 토박이의 조심스러움. . .
    내일은 정말 음료수라도 대접해야지 . . ."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답니다,
    헌데 그곳이 어딜까요,
    발발이나 진도개를 한마리 길러보세요.


  • ?
    길없는 2005.08.18 10:39
    도시의 생활에 어느새 익숙해졌으면서도 답답하고 튕겨져 나가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시골의 이야기나 여행이야기, 지리의 멋진 사진들은 마음의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문득! 지금 어지러운 마음이 듭니다.
    내가 있어야할 곳에 대한 진진한 물음으로
  • ?
    모종을사야되용~ 2006.04.24 20:30
    내일 당장 모종을 사야되는데......
    지금 이 시간 8시30분에 꽃집이 열었을이가 있어야죵~
    낼 준비물인디...............난 그럼 모종 포기해야겠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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