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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7.12.15 15:54

타트라에서 쓴 일기

조회 수 93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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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버스를 기다리는 폴란드 아침 출근 모습을 마주한 것을 끝으로 우울하던
기분과 인사를 할 즈음 상쾌한 풍경이 차창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하늘을 가릴 듯이 곧게 뻗어오른 침엽수들이 간간이 크리스마스 카드 속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가 곱지른 작은 계곡을 지나면서 숲으로 달려들어
가는 버스를 밀어내듯 버티고 있었다. 처음으로 거대한 산 능선에 굴곡
을 드러낸 골짜기가 보이면서 타트라라는 알프스의 작은 골짜기 산맥으로
들어섰다는 실감을 했다.
차갑고 맑은 '동쪽나라'의 사랑스러운  자연이 거기 있었다.
커브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풍광 때문에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창가에 바짝 몸을 붙였다. 그러다 며칠 째 불면으로 지친 눈꺼풀이 잠기는
듯 잠을 청하다가 다시 깨어나고 했다.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 더 허망한 것
이 세상만사다. . 하물며 스치는 경치야 . . .

손에 잡힐 것처럼 차창밖으로 이어지는 타트라의 봉우리는 태고(太古)의
신비를 담고 침묵한다. 눈으로 두텁게 덮인 산정(山頂)위로 드리운 거대한
구름의 그림자가 서서히 흘러간다.
순간,
한적한 도로, 면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구들의 밀도가  행복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사람과 차들로 북적이는 내 나라가 더욱 더 멀어지는 슬픔이
안타깝다.

정적과 아름다움만이 있는 세계로 들어서버린 것인냥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농가를 가운데 놓고 깊은 침엽 숲에서 들쑥 날쑥 스키를 즐기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 그 때다. .  
007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Nothing to declare !!" 하며 애인과 함께 나라와 나라를 넘어 스키타고
도망가던 제임스 본드. .그 옛날 영화다. . ㅎㅎㅎㅎㅎㅎ

소박한 리프트 시설과 눈비탈만으로 이뤄진 스키장  4월 말까지 자연설이
쌓이는 타트라 산맥에는 이처럼 자연 그대로의 스키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타트라 산맥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공유하는 국립공원이다.
슬로바키아는 우리가 예전에 체코슬로바키아 라고 부르던 나라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새로 생긴 나라다. . . . 작은 나라지만
아름답다.

오후 3시30분 경이면 해가 지려고 하는 동유럽의 겨울 날씨는 밤문화가 거의
없는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밤의 도시를 아름답게 하려는 의지와 함께 맞물린
듯 싶다.
공원내가 아닌 스키장내의 산 정상 소박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처음
으로 먹는 생선 커틀렛과 작은 닭고기 훈제 튀김과 쌀밥.
호사스러운 만찬이다.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어디야?"
"슬로바키아"
"거기가 어딘데? 좋아 ?고모?"
"응 스키장이다. 좋아"
"스키장 싫어 하잖아."
"그런 스키장이 아니다.할머니께 안부해라. . 어디를 가셨다냐???"
"응"

이렇게 건강한 숲이 있는 곳에 사는 이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
극적으로 시설지구가 생겨난 다음부터 우리나라 산 주변을 얼씬거리기 싫어
져버리게 된  병적인 나의 집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여기서 이루어 지는가
보다. .

국민소득의 숫자가 행복의 조건이 아닌 것..사회주의가 성공적으로 복지를
이행해 온 동유럽의 국가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걱정 근심을 덜 수 있는 곳
이 많다고 한다.. . 오래전 냉전의 구도에서 공산정권이 존재할 당시에도
늘 그런 문제는 토론의 자리에서 나를 반 체제에 동조하는 인물로 만들어 버리
기 쉬운 주제 였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 진다. 나는 어떤 면에서 깊은 병을
가진 환자인지 모른다. 헛 웃음이 나온다. .부질 없기는. . 어쩔 수 없는. .


신선한 저녁 공기 속으로 노래가 흘러 나온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란다.
윤도현이라는 가수의 곡이라는데 처음듣는 곡인데 어려운 곡임에도
목소리만으로 잘 소화해낸다. . . .
"잠들때 까지 아는 노래 다 해주세요."
별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조용히 흐르는 노래에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



폴란드 마지막 모습---시선이 마주치자 이상한 듯이 보던 소년. .




해가 빨리 진다.






저기 멀리가 슬로바키아 . . .




숙소 창문으로 본 타트라. .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라라라
티벳에서도 불렀던 것 같다.. . 이 노래. .



이곳도 개발의 어둠은 밀려 든다. 벌목한 현장이 여러 군데 보인다. .  
시설지구가 들어서겠지. . 그래도 믿음이 간다. 우리나라 같지는 않겠지. .


헝가리 쪽으로 들어서면서 다시 푸른 들이 보인다.들쑥 날쑥 날씨












헝가리 교통 카드 선전 문구 인가 보다. . .


  • ?
    야생마 2007.12.20 19:16
    폴란드의 자코파네 지역인듯한데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버스, 기차에서 본 창밖 풍경이 최고라니까요.^^

  • ?
    moveon 2007.12.22 10:40
    ㅎㅎㅎㅎ 늘 목적지 보다는 여정이 더 좋은 거 . .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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