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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7.03.28 14:25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조회 수 177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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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 . . 사과나무를 . .

*빚 청산받기*
정순씨가 시장 다녀 오는 길에 흥분을 했다.
"그 할머니 있잖아요. 전에 차비 1000원빌리시고 국화주신다더니 안주신분.
  오늘 장에서 만났는데도 그 일이 마음에 걸려서 . . 하여튼 국화 얻으러
  갑시다."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는데 어른이 기억을 하셨을 리는 없고. . .
아마 정순씨가 선수를 치고 할머니께 이야기를 건넨 거겠지??
그런데 잊어버리지도 않고 ?
하여튼,
준다고 할때 얼른 받으러 가야지. .

막상 들이닥치니 할머니 표정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곱게 보지 않는 눈길이 역력한  그 집 며느리 에게서 홀대 받아내면서
국화달라는 소리가 쏙 들어가버린다.
일단 정순씨가 자기가 벌인 일인지라 괭이를 빌어다 국화를 어디서 캐어 갈지
묻는다.
대문밖에서 두어덩이 주시면서 얼른 가라신다.
그러면 그렇지. .
"그거 가지고 나누어 심으면 나중에 번질거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힌 십년쯤 후에요????

많이 가져갈 수도 없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무지무지 허망하다. .
다른 꽃들을 심을 만한 환경이 아니고 이 황국은 우리 토종인데다가 겨울까지
오래오래 그 빛이 남아 있는 탓에 내가 정말 하늘채를 장식하고 싶은 차나무와
더불어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식물인데. . . 땅속으로 뿌리를 이어나가는 그
생명력이 사랑스러운 물건이다.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슈퍼에 들어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따뜻하다기에는
공포스러운 봄 햇살아래 재잘거리면 집에 왔다.
아쉽고 허전한곳 주변에 나누어 심으니 마음이 든든한데 아쉬움이 더 큰게
주신분께 사알짝 미안. .  .
그래도 이게 어디여???

3월12일
이상하게 그 날일이 잊혀져야 할 시간인데도 더 또렷한것이 마음이 아프다. . .
원래 내 성격이 당시에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을 더 받거나 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약간은 과거에서 빨리 탈피를 못하는 느림보 인지능력때문인가????

3월들어 2월부터 이른 봄을 느끼는 성급함에 오히려  내내 우울했다.
날씨는 날마다 흐릿해서 춥고 으스스한 하늘채의 이른봄 분위기를 그대로 사람이
전해 받는 그런 날들이 계속되면서 가끔은 작은 종이 쓰레기를 태우면서 보던 불길
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점에 착안 그동안 눈에 가시였던 물건 하나를
태워 버리기로 했다.
가져다 쓸사람도 없고.
쓰레기 최대 용량 봉투에도 들어가지 않고,
방에 틀어 박혀서 먼지만 날리는. ..
으라!!
바람이 어디선가 돌풍이 되어 주변을 덮쳤는데 조용히 바라보면 마음을 정화시켜
주던 그런 매혹적인  불길이 아니었다.
닭장을 태우면 바로 산으로 이어지는 시골 지형의 특성상 그 산불이라면 내가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죄악시 하던 사건이었는가????
여기서 멈추게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는 바람에 불길이 사람에게 달려들어 사람이
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불길을 잡고 나니 다리에 통증이 시작되고 얼굴이 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
얼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급하게 전화를 해서 정순씨에게 감자를 부탁하고 20여분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나
길었을까????
택시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정말 불길이 태운 것 같지는 않고
열을 받은 듯 물집 같은 것을 생기지 않은 듯해서 일단 감자를 갈아 붙여 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컨데 그동안 병원이라는 장소를 지겹게 다니던 기억이 웬만하면 병원에 안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쩌면 심각한 상태가 되었을 그 상황을 방치한 결과인 듯도
싶다.

예전 섬 여행시 그렇게나 청명하던 햇살을 즐기는 바람에 귀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수포가 생기고 나서 바로 손을 대자 껍질이 벗겨지던 그 때를 상상하건데 지금은
그런 상태는 아닌듯 해서 가까운 읍내 약국에서 화상거즈를 사다 붙이고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흉터는 안생기겠지만 흔적은 남을 듯해요. .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 . 로션을 잘 발라
주시고 햇볕을 보지 마세요."
그 흔적이라는것이 어떻게 생길지 짐작을 할수 없다고 했다.
2주가 지난지금 검게 그을은 것 처럼 얼굴이 짝짝이다.
한쪽 얼굴의 색상 침착이 전부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아 의사도 나도 소홀했던 상처가  
눈 두덩이와 눈밑에 보기 싫게 흉터를 남겼다.
아슈라 백작이라고 스스로를 웃고 놀리고 있는 여유속에  사실 우울한 4월의시작을
알리는 징조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을까???
햇볕을 멀리하라고 ? ㅎㅎㅎㅎㅎㅎㅎ
불가능한것을 주문하던 의사도 사실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일테지. .
하긴 그토록 통증으로 걷기 불편할 정도의 다리 화상은 햇살을 보지 않은 부분이라
그런지 흔적이 남지 않고 멀쩡해진 것을 보니 생명의 근원이라 여겨지는 이 햇살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 실감난다.
새삼 그을려 있는 다른쪽의 얼굴을 보니 상처입지 않은 다른 한쪽의 얼굴이 상대적
하얗게 보인다. . . 그래서 가진 것에 늘 만족하고 즐겁게 여기라고 하지 않던가??
破.顔.大.笑
시간이 지나고서야 오히려 꿈속을 덮치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어쩔뻔했어????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기라도 했으면????
뭐 할수 없지. ..그래도 . .
가슴이 떨린다.
그리고 더 우울해졌으며 의욕도 사라졌다.

그러다
이런 복잡하고 불쾌한 상황[하늘채에도 문제가 있어서]에서 갑자기 시들해진 하늘채
대청소를 앞두고 그래도 국화를 분주해 심는 심정을 감히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의
교훈과 어울리게 대입해본다.

내일 아니 모레 이곳을 떠날지라도 하늘채를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불미나리*
휴경중인 논바닥에 붉에 올라오는 식물을 보고
"불미나리다"
현옥이가 반긴다. .
귀한건가???
음! 간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초고추장 소스에 절여 먹으면 새콤달콤 미나리 향기가
일품이여. .
머위가 어렸을때 채취하여 씁씁한 맛을 된장과 어울리게 해서 먹으면 참 좋다고 해서
어린 머위를 캐러 돌아다니다 더불어 불미나리를 캤다.
바닥에 겨우 붙어 있어서 흙이 묻을까봐 조심스럽게 캐야 했는데 국화하고 쑥을 구별
못해서 쑥캐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 하는 것을 아는 그녀라서 여러번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는 전부다 불미나리 뿐이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 "
"그래도 흙 안캐려고 다듬어 캐는 바람에 더 힘들다야.. . "
아무리 해도 들여다 보고 캐는 집중력에 있어서는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까 머위를 캘때는 머위가 구분이 쉬운 나물이라 재미있더니만. .
"나 그냥 갈란다. . "
요즈음 들어 얼굴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밖에 있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 .

입안에 도는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마음 상태에 잠시 놓여 나면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겠다 그치?????
그러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즐거울텐데. . "
홀로 중얼거린다.
생각이 많다.
놓아버리고 싶은 부분이 여럿있다.
음!!!!!
이렇게 밑바닥을 들어내는 번뇌덩어리가 있으면 곧 해결책이 생길 것이다.
편안하게 맞이하지 않으면 다시 봄을 즐길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도 이 봄을 즐기자!!!!!


*토종 병아리 *
텅하니 비어있는닭장이 시끌벅적해졌다.
큰 닭들이 옆에서 으르렁대는 가운데 의기 소침하던 병아리들이 다행히 기운을
차린듯 보인다.
닭장을 이용해 토종닭을 길러 보겠다는 사람에게 닭장을 빌려 주었다.
그래도 내 관할 하에 있으니 그녀석들을 위해 전기 난로를 들여 놓고 하는 번거
로운 절차는 내 몫이다. ㅎㅎㅎㅎㅎㅎ
한 50여마리 된다. 키우다 보면 주변의 야생 짐승에게 먹히는 사례가 발생하는
시기가 바로 요맘때이다. 아직은 어리고 그러나 거친털이 있는 토실토실 어른스러운
요때.  . 닭장 주변을 정비하고 먹이통과 물을 보충해주는 작업이 끝났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에 전기 난로를 이용해 보온을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생명들의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 볼 것을 생각하면 늘 지치고 힘들때에도 땅과
함께 씨름하는 농민들의 가슴속을 조금이라도 닮아 있다고 착각이 들때가 있다.
ㅎㅎㅎㅎㅎㅎㅎ
시골에서는
어느 순간까지는 날마다 손이 가야 하는 일이 많아 어느사이 꽃이 피고 지는지를
오히려 놓치고 만다.
나물캐면서 둘러본 바 시냇물이 맑아 지고 모래톱에 다슬기가 알송달송 모습을 드러
내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아진다.
음 봄향기~~~~ 눈에 보이네~~~
이모님댁 오라버니가 다슬기를 잡아서 보내 와서 맑은 다슬기 탕을 끓여 먹었다.
그 초록색 국물이 아름다워서 된장을 넣지 않는 것이 나의 다슬기 탕끓이는 방법
이다. 어린시절 때가 되면 아버님은 사람들을 시켜서  계절에 맞는 먹거리를 대량
공수하게 하는데 돈을 많이 들였다. 그 기억속에서 소금이외에 절대 다른 양념을
못넣게 하시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나도 다슬기를 요리할때 다른 것들을 넣지
않았다.처음 끓여 보는데 성공이다.

*보살도를 이루기 보다는 성불이 쉽겠다*
새록새록 봄이 다가오고 마음에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석가 탄신일이 또한 봄에
있다. 맞닥뜨려지는 것들에대한 감동이며 절망이며를 산뜻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의 계절이기를 벌써 서원하여 부처님 앞에 내어 놓는다.
"겪되 끄달리지 않는" 속세에 사는 비승비속의 처연한 발원이 이루어지기를. . . . .


  • ?
    부도옹 2007.03.28 23:53
    좋지않은 사고였지만 천만다행한 일이었네요.
    넓은챙의 모자를 사용해서 직사광선을 피해야지요. ^^
  • ?
    중봉 2007.03.29 00:12
    얼굴에 화상이면 손발과 함께 잘 치료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오염,햇빛,사우나,찜질방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얼굴 보다는 손이 더 중요하지만...ㅎㅎㅎ...
    하늘채 생활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


  • ?
    오 해 봉 2007.03.30 10:41
    진원님 큰일 날뻔했군요,중봉님 부도옹님이 당부 드린데로하면
    곧 좋아 지겠네요,돌미나리 머위대 다슬기 많이먹고 힘내세요.
  • ?
    선경 2007.04.03 09:38
    정말 큰일날뻔 하셨네요~~진원님~~많이 좋아지셨는지요
    빨리완쾌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중봉님말씀대로 조심해서 생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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