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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8.06.20 18:43

연꽃주에 취한 사연

조회 수 5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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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홍삼 보냅니다. 어머님하고 형님 두분것 보냅니다.
꼭 드세요. . "
동생댁은 서울 토박이 이다.
서울토박이의 편견을 깨고 깍쟁이 기질이 적다.
나이에 비해 너그럽고 현명하고 지혜롭다.
송편을 빚어도 남도 출신인 다른 올케들보다 더 잘 빚는다.ㅎㅎㅎㅎㅎ
서울 깍쟁이의 뭐 그럴 법한 여성의 허영심도 없다.
검소함이 몸에 배어나는 것으로 감동 받을때는  동생댁으로는
너무나 잘 배려된 배우자 라는 숙명을 느끼게도 된다.
갑자기 대기업에 편안한 입사 기회를 거부하고 뚱딴지 같은 신학으로의
방향전환을 감행한 동생에게  황당하고 놀랐던 시간들을 같이 견디어 준
모습에는 존경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 .
동생의 아내인 막내 올케가 내 몫까지 챙겨서 보낸다는 홍삼. . .
녹용도 안먹고 냉장고에 버려졌는디. . . 이제는 꼼짝 없이 지루한
여름과 함께 더 지루한 숙제가 생겨 버렸다. . . ㅎㅎㅎㅎ
그런데도 숙제가 싫지는 않네. . .

내가 사는 도시의 주변은 6개의 군이 합쳐진 거대 토지를 가진 농촌형
지역이다. 따라서 문화 전시 공간의 다양한 복합시설이 개인 소유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땅을 소유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의미다. .
그들의 부모들이 농촌의 부를 지닌 역사를 지닌탓에. . .
갑자기 세계 3대  연안습지라는 타이틀을 얻은 00만은 국립공원화가
추진이 가시화 되고 있다고 해서 그 주변과 더불어 도시 전체가 들썩 거린다.
예술인 지인들이 벌써 두 곳에다 갤러리를 세우고 있는데 그 규모가 기가
질린다. 한 곳은 이미 개관해서 몇번의 전시회가 열렸고 한곳은 현재 공사
중인데 00만이 내려다 보이는 높다란 언덕위에 멋지게 지어지고 있는 갤러리
주인의 모습에서 "명소"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의가 강하게 느껴진다. . .
옹삭하기 이를데 없던 태초의 모습을 벗은 언덕은 한눈에 세상을 보듬은
명당터가  되어 가고 있다.
썩 나같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사업들은 아니다. .
결국은 자연의 훼손을 동반 할테니. . .
"차라리 시내에 건물지어 건물 세나 받으면서 편안하게 살것을. . . 괜한
짓 하는거 아닌지 몰라. . "
후회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만한 푸념을 늘어놓긴 하지만 곁에 서있는 작업복
차림에 막일을 몸에 걸치고도 얼굴에 만연한 행복감은 감추질 못한다. .
"선생님은 그렇다 치고 이제 사모님은 큰일났습니다. 일은 남자들이 저지르
지만 뒤치닥거리는 다 여자분 차지가 될 것 같은데. . "
"어머나 어쩜 그렇게 제 마음을 잘 알아 주세요??? 호호호호"
뭐지?
茶마시다 드는 거칠한 느낌이 드는 장 의자를 내려다 보니 으아~~~~누더기가
되어 가고 있는 오래된 의자가 터억하니 군데 군데 입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이거나 하나 새로 구입하소"
"뭘 새로 구입해? 쪽물들인 천 쪼가리로 꿰매서 다시 10년을 쓸건디.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쫑긋했던 마음꼬리가 저절로 내려가 버렸다.
"멋이 있는 마음을 버리진 않았네. . "

우리가 예술이라는 부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예측하기 어려운 감성의 진행
방향때문이 아닌가 싶다. . . 어떤땐 고통마저도 자유스러운 영혼으로 승화되는
고도의 기술 말이다. . .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예술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고
즐거이 담당할때 생기는 늘 새로운 표현인 것 같다. 그래서 예술가는 딱히 정해진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
작가들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데 신경을 쓰느라 모든 조명 시설이 수입품이라
들었는데. . . 소파를 더덕더덕 꿰매어 사용하려고 계획하는 그 분의 궁리가
마음에 들다.

경치가 상반되는 아기자기한 화가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비오는날 먹는 시골
자장면이 어찌 이리 맛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주인장이 만들었다는 두 잔의 연꽃주때문에 목소리가 높아
지고 웃음이 헤실 대며 말이 많아지는 황홀경으로 빠져 들었다. .
"오늘 갑자기 외로워져서 저기 쌍계사 까지 홀로 드라이브 하고 지금 마악 돌아왔어요. . ."
"예술하는 사람이 그럼 외로워야지. . "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 . 밤이 소리없이 곁에  와 젖는다. . .
가만!!미미한 슬픔도  곁에 있다.

                                                              




Claude Choe  


  • ?
    중봉 2008.06.20 22:04
    지리산 인터넷 1세대 동기로 진원님께 화이팅을 보냅니다.
    한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아마 오래전에
    지리산에서 만난 인연이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순천시는 지리산 지인 덕분에 몇번 가본적이 있습니다.
    진주와 함께 앞으로 살고 싶은 도시로 생각됩니다.
    장마철에 마음과 몸 모두 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래글로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ㅎㅎㅎ...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겸손하게 받아드릴 준비는 되어 있다.
    진정 내가 가야 할 그곳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기에...
  • ?
    moveon 2008.06.20 23:57
    중봉님의 오브넷에 대한 배려에는 깊은 감사 밖에 드릴게 없습니다.
    주신 말씀 깊이 새기고 인연의 소중함도 다시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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