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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조회 수 293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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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하늘에 별들 좀 봐'
  
  반야봉아래,
  시간은 저녁 10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벌써 몇번째 시계 바늘을 쫒으며 초초해 하고 있었나,
  마음은 불안하면서도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기절수준이었다.
  아마도 반야봉이 우리 두사람을 위해 축제를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
  
  시간은 제작년 가을 추석 전날밤,
  지리산이 맺어준 인연을 반야봉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아주 걸죽하게 하는 그사람은 지리산이 좋아 남원에 사는
  서른일곱 노총각이다.
  " 꺽정하지마, 그 시간까지는 뭔일 있어도 갈것잉께 꼭 그기 있어라"
  그랬던 그가 약속한 시간이 3시간을 넘어서고 있어도 나타나질 않았다.
  아무 대책도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만한
  그 어떤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불안하고 초조했다.
  허나, 반야봉이 우리를 위해 펼쳐주는 축제를 어찌 외면하겠는가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고, 매트리스는 카펫트로 변신하고, 침낭은 이불 삼아
  별보고 소주한잔, 달보고 소주한잔,
  캬~~인생의 참맛은 이런거겠지..ㅎㅎㅎ
  
그렇게 또 한시간이 흐르고....
이제 더는 안될 것 같아 배낭을 꾸리고 마지막으로 능선 아래로
후레쉬를 깜박깜박 해보니,  저 아래서 그가 소리친다.
"어이~ 어이~"
"최도령 여기 여기"
서로를 확인하고 안심이 되니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나올뻔 했다.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늦어졌다고....
105리터 되는 배낭을 메고 한쪽손엔 자바라 물통을 들고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 한시간만에 왔다니... 이게 사람이야.
최도령은(내가 그를 부르는 호칭)지리산을 제집처럼 찾아도 산장을 잘 찾지
않는다, 산장을 찾을때는 딱 한가지 이유 뿐이란다.
밥을 해먹을때뿐. 그를 따라 우리도 그날밤은 반야봉에 머물렀다.  

추석날..
산행내내 놀라운점, 가는 곳마다 최도령의 지인들을 만났다.
그날밤,
벽소령산장
또 하나 놀라운점,
전국의 노총각들은 다모였다.
집에서 외면당한(?) 혼기 놓친 쏠로들은 지리산으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나두 몇년전부터 명절에 지리산을 찾았지만 늘 혼자 왔던 탓에 이런 재밌는
풍경은 처음이었다.
벽소령 마당 돌밭에 앉아 1.5리터 소주병을 빼니 여기저기서 스리슬쩍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려~ 전국의 노총각 노처녀들 다 한번 모여보자' ㅎㅎㅎㅎ
최도령은 명절날 지리산을 찾을때면 꼭 이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했다.

산이 좋아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는,
술을 마시면서 이런말을 했다.
"산에 서 죽은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여"

  
  • ?
    하해 2004.01.30 19:00
    하하하 생각해보니 명절날 산에 드는 젊은 분들은 대개가 노처녀노총각이네요^^ 쏠로들의 벽소령 모임이라니 착상이 재미있습니다. 들꽃님은 부럽게도 지리산에 좋은 인연을 많이 두셨나 봅니다. 음 새삼 손꼽아보니 산장에 머무르지 않은지가 참 오래되었네요.
  • ?
    해연 2004.01.31 20:10
    저도 이젠 명절엔 산으로 갈랍니다. 작년 설에 지리산에 있었다가 집에 돌아와 매장당할 뻔 했지만, 올해부턴 다르지 않을까... 들꽃님 이야기 읽으니까 명절에 산에 가는 것이 '또다른 기회'가 될수도 있음을, 엄마한테 설득시켜야겠네요...ㅋㅋㅋ
  • ?
    희망 2004.02.02 11:01
    ㅎ가들이 모여드는군요.^^ 지난해 추석 때랑..2주전 설때랑...그러고 보니 근래의 명절이면..산에 있었네요. 명절이 언제 오려나?ㅠ
  • ?
    이영진 2004.06.04 22:02
    참~멋있는 추억이네요 저도 그런추억 한번만들고 싶네요
    정말 멋있고 부럽네요
  • ?
    이영진 2004.06.04 22:03
    "참~참" 나도 노총각인데 나는 왜 거기없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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