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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조회 수 234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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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공부를 하겠다며 지리산 화엄사 계곡 어느 암자에 숨어 버린 후, 우리는 그애를 지도에도 없는 오지에 사는 원주민이라고 불렀다. 한 계절이 지난 어느날 사뭇 조심스러워진 목소리로 먹을 것 좀 사서 찾아오라는 편지를 받고서야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자동차 뒷자리에 과일이며 쌀이며 두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의 식료품을 사서 지리산으로 향했다. 시월, 산중은 짙어진 가을로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어둠이 가을보다 더 짙게 깔리고 있었다. 자세하게 그려보낸 약도를 꼭 쥔 채, 우린 산속으로 성큼 들어섰다.

조각 조각 맞춰진 듯한 풍경, 그 속에 놓여진 작은 길은 블랙홀처럼 우릴 빠르게 안내했다. 10분쯤 걸었을까? 위 앞으론 울울창창하게 대숲이 펼쳐져 있었다. 가끔 잊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에 대숲은 일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살포시 내려 앉은 구월 보름달의 은빛 조명은 춤사위를 더욱 신명나게 했다.

우린 약속이나 한 것처럼 멈추어 섰다. 그렇게 보고싶어 했던 게 친구였는지, 눈앞에 펼쳐진 낯선 세계인지, 혹여 풍경이 친구의 모습은 아닌지, 홀연히 떠나버린 친구가 달이 되어, 대나무가 되어, 바람이 되어, 아니면 지리산이 되어 우릴 불렀던 것은 아니었는지...

어디선가 엷게 아주 엷게 귀뚜라미의 소리가 귀를 스쳐 지나 갔다. 그제서야 우린 체면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대나무 사이로 세어 나오는 백열전등이 보였다. 백열등 앞으로 친구가 손을 들어 보였다.

유주미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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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녀 2003.01.17 13:55
    글이 아름다워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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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3.01.17 17:10
    이어지는 스토리도 있나요? 기다려 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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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lu 2003.01.18 11:35
    ^^무척 긴장하고 읽고 있었는데,딱 끊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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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영호 2003.07.29 22:25
    공부하시는 분을 그리워하다,드디어 상봉하는 찰라 였네요,참으로 주옥같이 아름다운 이별과 만남 仙景(선경)이 그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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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후 2004.12.08 20:25
    "조각 조각~이어지는, 길지 않는 글인데도 퍼 올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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