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비행기안에 있겠군요. 달님은...
지리산도 그립고해서 함께 한 사진을 찾아보는데
그렇게 함께 했으면서도 같이 지리에서 찍은 사진은 별로 없네요.
작년2월에 치밭목으로 오를때의 모습입니다.
이날 정말 많은 비를 맞았던 기억과, 눈위를 걷는데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것처럼
아슬아슬 했던 기억이 납니다.
걸을때마다 허벅지까지 푹푹 들어가는 길 위에서 우린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 즐거워했던지...
제 배낭 옆에 끼워져 있는 소주병 보이시나요?
정말로 사연이 깊은 술이랍니다. ㅎㅎㅎㅎ
대원사로 오르던중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날도 추워지자 도로가 전부
얼어버리더군요.
워낙 시멘트 도로라서 아이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해서 겨우 거북이
걸음으로 엉거주춤 걸어가다가. 제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그만 바닥에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답니다.
배낭이 무거웠던것도 있었고, 운동 신경이 둔한것도 있었겠지요.
그대로 머리가 먼저 빙판길에 키스를 하더군요.
팔도, 다리도 그때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구요.
어찌나 소리가 컷던지 세사람이 동시에 돌아보는데...얼굴 팔리는건 둘째치고
정말 별이 보이더군요.
근데 중요한건 아무도 어찌할바를 모르는 그 상황에 달님이 제게로 달려오더군요.
아니 미끄러지듯 엉거주춤 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친구는 다르다 했는데 웬걸요.
엎어져있는 제옆을 유유히 지나면서 '괜찮아?' 이 한마디 툭 던지면서
계속해서 달려가는거예요.
무슨일일까... 나보다 더 급한게 있단말인가??
그때 달님은 저보다는 떼굴떼굴 빙판위를 굴러가고 있는 소주가 급했던 모양입니다.
그 소주를 잡고 나서야 제 상태를 파악하더군요. T.T
우린 가끔 그때 그 얘기를 하면서 달님을 못살게 한답니다. ^ ^
술을 참 좋아했죠. 특히 지리에서 마시는 술을...지리에 오를때
쌀은 못가져가도 술은 꼭 가져가야 하는걸 보면 아시겠죠?
그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때 마시던 그 술이 그립습니다.
달님이 보고싶어 우울했는데... 이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그때 달님과,신랑,그리고 친구하고 그렇게 올랐었습니다.
이 사진은 신랑이 찍어준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