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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2004.02.28 21:40

나의 꿈 지리산

조회 수 293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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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의 매력에 이끌려 지리를 자주 찾게 된지는 불과 2년 남직 지리산 정보를 얻을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가 우연히 한 싸이트를 알게 되었고 또한 몇 개월전 그곳을 통해 지금의 오브넷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곳에 등장하는 식구들의 산행기,사진, 사랑방이야기를 접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답니다.^^*  
제가 처음으로 지리산을 찾은 것은 10여 년 전, 그때의 감흥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나의 꿈 지리산

화려한 누각위에서 춤추는 무희의 모습을 설악산이라 비유한다면,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거친 밭에서 김을 매는 아낙의 모습을 지리산이라 할까!

내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
여러 번의 지리산행 계획이 무산되고 이산 저산을 오른 뒤에 간절히 열망하던 나의 꿈 지리산! 사내 ○○산악회 결성 후 특별 산행으로 지리산을 계획하던 나는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떨리는 마음을 억제키가 힘들었다.

산행 일자를 잡고 참가자들을 모집하니 나와 같이 지리산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 산악회의 회원 거의 다 참석한다니 지리산의 마력은 가히 그 산의 신비함을 말하는 듯 하다.

산행 일이 다가옴에 따라 여러 개개인의 사정으로 지리산행의 참가자는 여섯명으로 확정되었지만 참석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이야 오죽 섭섭하랴!  내 오관에 지리산의 모든 마음을 담아와 참석지 못한 이들에게 전해 주리라 다짐한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토요일 한나절의 일을 어떻게 끝냈는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은 이미 지리산에 가 있는 것 같다.  오후 3시 남부터미날에 모인 우리 정예 대원 6인조 각자의 준비물을 재점검하고 버스에 올랐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도시의 삭막한 콘크리트 밀림지대를 벗어나 어느새 신록의 향기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달리고 있다.  서울과 다른 공기의 촉감에 버스에서 내려선 내 마음이 싱그럽다.  우리 일행은 원지에서 중산리행 버스로 갈아탔다.  우리 일행이 종주 산행을 중도에 포기할 경우를 대비하여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일반 코스를 택하지 않고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 정상에 올라 노고단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일반적인 코스가 아니어서 벅차겠지만 지리산의 정수를 먼저 맛보자는 우리 인간들의 셈이 작용한 것이다.

중산리에 도착하여 민박집을 잡고 늦은 식사를 마친 후 맥주 한잔에 목을 축이면서 내일 산행 얘기를 한다.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천왕봉을 향해 떠나야할 것이다.  아 서글프다, 5시 기상에 7시 출발이 되어버렸다.  서두른다는 우리의 손발의 느낌과는 달리 시간은 그리 지나가 버려 온 하늘이 뿌옇게 밝아왔다.

장터목산장과 천왕봉 코스의 분기점인 칼바위를 지나 1시간 정도 오르니 저 멀리 신비롭게 운무에 덮여 있는 천왕봉이 우리를 굽어보고 지척에 법계사가 보인다. 절의 규모는 작으나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로타리산장이 보인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후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갔을까? 아! 웬 무릉도원인가?  작은 길을 가운데로 하고 양옆으로 철쭉 지대였다. 주변에 뿌옇게 깔려있는 운무와 어우러져 그 화사함이란! 얼굴에 절로 미소가 돋고 오르막길의 힘겨움도 잊었다.  분홍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 엷은 빛 분홍이랄까?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 장면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머물고 싶은 마음을 굳건히 잡아매고 발걸음을 옮긴다.

지나온 아름다운 정경이 눈에 아른거리는데 웬 오르막길이 이다지도 힘드나, 숨이 턱에 차고 아침으로 먹은 라면이 더 이상의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듯하다.  2m도 못가서 완벽한 땡칠이 헉헉 숨을 몰아쉰다.  배낭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 웬 이른 하산 길인지 마주보고 내려오는 이들이 부러워도 이만 저만 부러운게 아니다. 일행들은 둘러보니 모두의 표정이 힘겨움이 역력하다.  

100m...  50m...   드디어 골인!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천왕봉 정상!
현재 시간 12시20분  아! 아! 아! 정녕코 감탄사 남발만이 유일하게 내가 할 일인 듯 하다.  우린 그 힘겨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가슴속 깊이 벅차옴을 느낀다.  주능선을 기준으로 왼쪽은 맑고 청명함이요. 오른쪽은 짙은 운무의 부채춤인가? 그 치맛자락에 바람이 인다.

지리산! 영험한 민족의 산 지리산, 상이한 이념에 산을 헤매던 빨치산들도 내 민족 내 동포가 아니었던가, 그 모든 역사의 서러움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웅장한 지리산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많은 상념을 남기며 정상을 뒤로 한 채 제석봉으로 향했다.


아! 이 무슨 선사시대의 유물인가 제석봉의 고사목 지대란 말로만 들었는데 이토록 신비로울 줄은 난 정말 몰랐어라.  흐르는 운무 속에 삐죽삐죽 자라나 있는 아니지 삐죽삐죽 자랐다가 불에 타 죽어서 그 시체가 남은 나무라면 맞나?  고사목 지대의 그 신비로운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곳에 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장터목산장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세석평전으로 향했다.  연하봉에 거의 다올 무렵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난데없이 소낙비가 쏟아졌다.  우린 서둘러 우의를 입고 배낭을 덮은 후 총총걸음으로 걸어갔다.  얼마 안가 소낙비는 가랑비로 변해 우리를 촉촉이 적셨다.  얼마 안 가서 밝은 햇살이 우리를 반기고, 마음 조이던 우리는 다행이다 싶었다.  발길은 이미 촛대봉을 지나 드넓은 평원 지대인 세석평전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30분 산장 입구에 짐을 풀고 푸른 벌판 위에 점점이 떨어져 있는 붉은 점들을 보니 마치 직물업자가 천에 채색을 한 듯 너무도 곱고 아름답다.  문득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마치 영화 “폭풍의 언덕”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죽어서까지 간절히 서로 사랑하던 두 연인이 언덕 위로 걸어가던 그 장면이......
    
세석산장에는 많은 인파로 붐벼 우리 일행이 쉴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밖에 터를 잡아 텐트를 쳤다.  4~5인용 텐트여서 여섯이 잠들기에는 힘겨울 테지만 해보기로 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 비박을 했다. 이 먼 곳에서 지인을 만나 별을 안주 삼아 한잔 술을 나누다니 신선이 따로 없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 쏟아질지 모를 비를 걱정하며 아침을 먹었다.  다행히 먹구름은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세석평전을 비출 때의 철쭉지대는 어제 황혼 때와는 또 다른 세석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우리 일행은 칠선봉을 지나 선비샘에 도착하여 목을 축인 후 벽소령으로 향했다.  지리산의 허리를 갈라놓은 벽소령(작전도로), 일반 차들이 통행할 수 없는 비좁은 길이긴 하나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것이야 말로 자연 훼손이 아닐까? 이 길이 영원히 개통되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발길을 옮겼다.  

오후 6시경 화개재에 도착하여 뱀사골 산장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세석과는 달리 호텔방에 들어선 듯 넓디넓었다.   넉넉한 잠을 잤다.

산행 마지막 날이 밝아 왔다.
우리 일행이 걸어온 그 먼 길이 무언가 가슴을 미이게 한다.  마고할미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있는 반야봉을 지나 돼지평전에 다다랐다.  푸른 초원을 연상케 하는 그 넓은 고원 위에 이름 모를 꽃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어디선가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을 것만 같다.  자욱한 운해가 갈려있는 남쪽의 산봉우리들을 조망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는 둥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진 후 노고단으로 향했다.

문명의 이기인가!  자연의 파괴인가!  잘 지어진  노고단 산장과 잘 닦여진 길을 보며 감탄 반 안타까움 반 사람이 다리는 편안해졌을망정  지리산은 얼마나 아팠을까. 상념도 잠시 우리 일행은 내친김에 그리고 컨디션도 양호하니까 화엄사로 하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서울로 가는 기차 시간에 늦을 염려가 있어 성산재에서 버스로 하산하기로 했다.  잠시나마 안타까워했던 문명의 이기에 의해 편안하게 하산한 것이다.

꿈결 같은 산행이었다. 그 운무와 고사목의 신비, 철쭉의 그 황홀함 곁곁이 산인 이 장엄한 지리산에서 난 또 다른 내 삶을 느낀다.  이 세상의 풍파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지리산, 아침부터 저녁까지 쳇바퀴 도는 일상속에 작은 일에도 마음 상해했던 내 자신이 참으로 어리석은 듯 느껴진다.  空手來 空手去, 塞翁之馬 얼마나 많은 단어들이 우리들을 일깨우고 있는가! 그리고 바라만 보아도 우리에게 나처럼 살라고 일깨우는 산이 있다. 긴 산행 시간 속에 화기애애하게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산악회의 단합된 힘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건강한 산행을 해준 우리 일행에게 더할나위없이 고맙다.

겨울에 다시 한번 지리산에 올라 또 다른 얼굴의 지리산을 보리라 다짐한다.

                                                                             1995. 6. 3­ - 6 .6



Walking In The Air -George Win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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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4.02.29 13:07
    세석고원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묵으셨군요...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대지의 여신에게 몸을 맡기다... 예... 신선이 되셨던 것이지요... 아직 모두들 꿈속을 해메는 새벽... 텐트에서 빠져나와 시린 세석의 여명을 멍하니 바라 보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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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04.03.04 14:22
    철쭉 사진도 보여주시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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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몽사몽 2004.03.04 17:12
    텐트는 안되고 지금도 비박은 가능해요. 작년가을 주능선(벽소령산장부근)에서 비박 하는데 새벽에 일찍 출발한 팀이 길가에서 자고있는 모습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산장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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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꽃 2004.03.08 17:54
    그 당시(95년)에는 지금의 잘 지어진 세석대피소가 아닌 허름한 대피소였지요. 텐트도 자유로이 칠 수 있었고요. 세석 주변에는 철쭉과 어우러진 텐트들로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 아름다운 세석의 정경을 필름에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몹네,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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