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99년 9월경으로 기억됩니다. 일본 유학이 10월1일로 결정되고 나서 이제 언제 올지 모를 지리산이 한없이 그리워 계획도 없이 찾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노고단에 가서 운해나 보고 오자고 해서 떠났으니까 준비물이라곤 튼튼한 몸 밖에 없었습니다.
신발도 그동안 신어서 익숙해진 구두와 청바지, 초코파이 하나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지리산을 갔지요. 노고단에 서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 가장 짧은 코스인 피아골이나 갔다오자' 그동안 지리산 산행은 몇 번 있던 터라 자신은 쬐금 있었습니다. 물 하나, 빵 조가리 하나 없이 피아골 코스로 갔습니다. 중간에 길을 잃어 1시간 연장,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난 2시가 넘어 겨우 피아골이라고 적혀있는 표지를 발견, 계속 내려갔습니다. 다리는 후들후들, 배는 엄청 고프고, 인적이라고는 하나 없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 하나에도 촉각을 세우며 이 근처 어디에 산장이 있을 텐데 하는 기대감 하나로 걸어내려 갔었습니다.
4시가 넘어 겨우 도착한 피아골 산장, 산장이라고 하기에 너무 황량하고 스산하기 그지없었던, 혹시 폐쇄된 건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너무 배가 고파 걸어갈 힘 마저 다 소비된 난 문을 두둘겼습니다. 한참 만에 할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인사도 못하고 초코파이 있어요? 대뜸 물어본 나에게 할아버지는 "자살하려 왔슈?"하고는 쯧쯧쯧 혀를 치시고는 초코파이를 건네주셨다.
하나로는 부족해 하나 더 먹고 값을 지불하려니 만원 짜리 밖에 없었다. 거스름돈이 없다며 할아버지는 그냥 주셨다. 산의 해는 금방 지니까 빨리 서둘러 내려가지 않으면 그야말로 자살길이라며 할아버지께서는 빨리 나의 길을 재촉하셨다.
사람의 인적이라곤 느낄 수 없었던 몇 시간의 산행, 사람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던 그때...
어쨌건 난 할아버지가 주신 공짜 초코파이 덕분에 힘을 내서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난 일본에서 돌아왔고, 다시 한번 지리산을 가볼 계획을 하고 있다.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산, 보고 있었도 보고 싶은 산... 지리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직도 그 분이 피아골 산장에 계신다면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정말 그때 너무 감사했습니다.
  • ?
    지리 2002.08.22 23:09
    저는 99년 8월에 피아골 산장 할아버지 덕분에 살았죠.... 고맙습니다. 꾸벅

  1. 지리산의 추억

    Date2001.09.15 By운영자 Reply4 Views9607 file
    read more
  2. 게시판 변경하였습니다.

    Date2001.09.15 By운영자 Reply0 Views2993
    Read More
  3. 비가 오는 지리에 어느 청년을 기억하며...

    Date2001.09.15 By홀로서기 Reply0 Views3472
    Read More
  4. 옛 산과 사람

    Date2001.09.15 By박용희 Reply0 Views2802
    Read More
  5. [re] 살아있는 훌륭한 기록입니다 그려...

    Date2001.09.15 By솔메거사 Reply0 Views2331
    Read More
  6. 살아오는 산

    Date2001.09.15 By박용희 Reply1 Views3877
    Read More
  7. 치밭목 산장에서 만났던 대구 영남대출신의 젊은 사나이.

    Date2001.09.15 By최규식 Reply0 Views3294
    Read More
  8. 내마음의 고향..

    Date2001.09.18 By영희 Reply0 Views3302
    Read More
  9. [re] 생각 또 생각

    Date2001.09.18 By382 Reply0 Views2428
    Read More
  10. 생각 또 생각

    Date2001.09.18 By이완 Reply0 Views2811
    Read More
  11. 세석산장에서..(세석산장 근무원 아저씨중에서...^^*)

    Date2001.09.18 By지선이 Reply1 Views3651
    Read More
  12. 생각나네...........

    Date2001.09.21 By이영은 Reply0 Views2816
    Read More
  13. 언제 또 가 볼까.....

    Date2001.09.24 By전종율 Reply1 Views2987 file
    Read More
  14. [re] 보고 싶고...고마웠다고 말 한 마디 못한 언니..

    Date2001.10.03 By오은주 Reply0 Views3141
    Read More
  15. 보고 싶고...고마웠다고 말 한 마디 못한 언니..

    Date2001.09.24 By김은숙 Reply0 Views3278
    Read More
  16. 향적봉 허의준 할아버지.

    Date2001.09.26 By김명희 Reply0 Views2924
    Read More
  17. 피아골 산장 할아버지 그때 초코파이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Date2001.10.02 By이수진 Reply1 Views3321
    Read More
  18. 잠들지 않는 산의 연인들이여!

    Date2001.10.10 By배태완 Reply0 Views2824
    Read More
  19. 감사하다는 말도 못하고...

    Date2001.10.31 By싱클레어 Reply0 Views2126
    Read More
  20. 우천회상

    Date2001.11.07 By산골나그네 Reply0 Views2603
    Read More
  21. 보고 싶은 이명철님

    Date2001.11.15 By춘화 Reply0 Views257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