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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유락에서 / 도명
비오는 오후 다유락에서 수제차들을 마십니다
향기를 찾는 사람들의 방인지라 시 몇편 낭송하며
주섬 주섬 꺼내시는 방장님의 차 울구는 분위기에서
그 다락방 에 비치는 인사동 길이 참 아늑하여 좋아
보이더군요 .
'동방차의 연구가'이시라 '동방미인' 백암차' '철관음'도,
또 새로이 창제한 화개 잭살과 다질링을 섞은차의 향이
참 잊혀지지 않는군요
'무이에서 화개를 보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
9월들어서 덴버의 동포신문에 차 이야기를 올립니다 .
화개 벽사 김필곤시인의 차시조론(육당, 가람, 노산..)을
특집으로 연재해 드리거든요...
차마시기 좋은 때입니다.
이곳 저곳에들 흩어져 차와 함께 살아가는 인연있는
차담 벗이 보고싶고 차를 향음하던 그 자리들이 그립습니다 .
아마도 차 향에 홀로 취하여 하마 나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을터,
차를 마시는 자리에 한 자리 비워두고 손짓하는 마음들이
이 가을처럼 깊어가는데, 발길은 선 자리에서 좀 처럼 떼어지지가
않는군요.
아직, 나를 창공에 훌 훌 날으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한채 ,
산처럼 물처럼 살겠노라고 입술로만 마음에 거짓소리를 울립니다
부끄러운 차인 하나가 , 어설픈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차를 마시는 그 찻잔의 심오함을 못 만나고,
혀 끝으로 물맛만 느끼는지, 향기에만 취하는지,
눈으로 부실한 실눈을 뜨며 차의색을 분별도 못한채 ,
아 ,헛 잔을 들고 마음 담지 못한 그 잔으로 차의 세상을
꿈 속에서만 맴 돕니다 . (계속)
저두 조금 얻어와 후라이팬에 덖어 손으로 비비는데 찻잎에서 나온 진이 후라이팬에 다 엉겨붙어서 엄마한테 얻어듣고, 손바닥에도 그 진이 찐득찐득 붙는 바람에 결국 아홉번 덖어서 좋은 차 만들어 부처님께 공양하겠다는 결심이 바로 꺾이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그 법우가 흰 봉투로 반쯤 되게 차를 만들어 왔더군요. 처음이라 제대로 된 차가 안됐다며 굉장히 미안해하며 순창 강천사부처님께 차공양을 올리는데 뭉클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그랬지요.
그때 맛본 차맛,, 약간 씁쓰름하긴 했지만 고소하고 부드럽고 무엇보다도 정성이 담긴 그 맛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겁니다.
참,, 지난번 생일때 우리 스님께서 보내오신 좋은 차가 있는데 생각난 김에 그거나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선생님이 옆에 계시면 같이 우려 마실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