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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雪樂園에 살았던 부부 화가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한계령 雪樂園에 살았던 어느 부부 화가 이야기이다. 며칠 전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강원도 부동산 안내를 보다가 한계령 필례약수 근처 부동산 매물을 보고, 동우대 장 교수에게 그 매물을 카톡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즉시 전화가 왔는데, 그와 나 두 사람은 필례약수 근처라면 모르는 곳이 없고, 특히 거기 雪樂園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나눌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곳이다. 설낙원은 대한민국 고개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한계령 근처에 있는데다, 거기 살던 화가 부부는 장 교수와 나의 친구였다.

나는 속초에 가면 대포항에서 꽁치를 사 가지고 간혹 찾아갔고, 장 교수는 겨울이면 눈이 사람 키 보다 많이 쌓이는 데라 미리 가스를 충전해주곤 했다. 우리 두 사람은 산을 좋아했고, 장 교수는 서예, 나는 유화를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다. 그래 자주 가서 그림 이야기와 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당시 모 그룹 계열사 대표를 은퇴하여 매주 한번 속초 동우대 겸임교수로 가서 네 시간 강의하고, 강의 끝나면 코스를 바꾸어 강원도를 구경하면서 돌아오곤 했다. 당시 속초에서 서울 오는 고갯길은 네 개가 있었다. 첫째는 고성에서 진부령 황태 덕장을 넘어 인제로 오는 코스이며, 두 번째는 속초에서 바로 미시령을 넘어 인제로 오는 코스이다. 세 번째는 양양에서 한계령 넘어 인제로 오는 코스이며, 네 번째는 양양에서 갈전을 거쳐 구룡령 넘어  홍천군 내면 상남면을 거쳐 오는 코스다. 그중 44번 국도를 타는 한계령 코스가 가장 아름다운데, 그 한계령 코스도 둘이 있다. 하나는 한계령 정상을 넘어 바로 인제 쪽으로 가는 코스이고, 두 번째는 정상 못 미쳐서 왼쪽으로 꺾어 필례약수와 현리를 거쳐 서울 오는 코스이다. 

그런데 어느 단풍이 곱던 가을에 나는 한계령 필례약수 코스로 갔다가 그 코스를 자주 다녔는데 전에 못 보던 간판을 하나 발견했다. 雪樂園이란 간판이다. 설낙원은 아마 작명자가 눈 쌓인 북구라파 어느 풍경을 꿈꾸고 작명한 것 같긴 하나, 낙원에 차급다는 '雪' 자가 들어가 어딘가 어색했다. 발음도 樂園을 연상케 했다. 실낙원은 잃어버린 낙원을 뜻하는 게 아닌가. 어쨌던 당시 나는 가을이면 양양 시장에 가서 한 통에 만원 하는 연어알 병조림을 사거나, 차를 세우고 한계령 발치의 노점 아주머니들한테서 홍시를 사 오곤 했다. 홍시는 설악의 가을 정취를 느낄만 했고, 연어알은 서울 이웃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설낙원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싶어 찾아가서 연어알을 선물하고 인사를 나누었고, 그 후론 친구처럼 자주 드나들었다. 여자보다 23세나 년상인 남자는 삶의 방편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여자는 미모의 대학원 출신이다. 두 사람은 같이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은 있었으나,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다 나는 5년 겸임교수 기간이 끝나자 오래 동안 한계령에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 교수와 통화 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길 들었다. 그동안 雪樂園은 樂園이 되어있었다. 나이 많던 남편은 병사했고, 홀로 남은 부인은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가 어느 날 집에 화재가 나면서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장교수는 부인이 선물한 그림이 있다면서 그림을 즉시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이미지 자세히보기

 

 

아마 화가 부부 화장실에서 보이는 산을 그린 것 같았다. 이젠 사람은 볼 수 없고 그녀가 사랑한 산만 남았다. 장교수는 요즘이 늦게 피는 한계령 산벚꽃이 절정이니 다음 주 날을 잡자고 했지만, 나는 칫과 약속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갑자기 양희은의 <한계령> 노래 가사가 슬프게 느껴졌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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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해 2022.04.21 13:23
    가슴아픈 인연 이야기네요. 한계령 노래가 더더욱 적막하고 쓸쓸하게 들립니다.
  • ?
    청솔지기 2022.04.24 16:33
    흰 눈이 아름다운 설악에서
    설낙원을 가꾸다가 실낙원으로 돌아간 구슬픈 이야기군요.ㅜㅠ
  • ?
    오해봉 2022.04.28 22:40
    오래간만에 왔다가
    참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이승에서보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 ?
    연하 2022.06.24 23:41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ᆢ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단한!
    멀미 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이제 점점 옛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흘러간 야성적인 날들을 망연히 회상해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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