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立冬 지나 서리맞은 홍시는 우수 봄비의 부드러움과
夏至 폭염의 강렬함을 겪은 후라서인지
果肉의 향기와 빛갈이 농염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감나무 이파리는 꽃보다 붉게 창공에서 낙하하고
뜰 안 이끼 위에 쌓였다가 바람에 날렸다가 하면서
이별의 美學을 실습하고 있었다.
감나무는 가능성의 종점,계절의 끝이 더욱 아름다운 나무다.
강릉에 와서 젊은 날 사랑과 절망을 세탁한 한 여교수를 만났다.
철지난 해변의 여인처럼
그의 시선은 아직 스쳐온 시간 속에 있었으나
忍苦의 날들이 은백의 머리결에 아름다웠다.
태백산맥이 파랗게 보이는 골프장 그늘집에서
그녀와 녹차를 한 적이 있다.
십육번 인코스 부근을 지나며
아이언 7번을 멋있게 날리던 그.
강릉의 하현 달빛 아래
낙엽은 보내고 홍시만 단
아름다운 감나무처럼
농익은 향기와 빛깔을 품은채
그녀는 계절 끝에 혼자 있었다.
후측면에서 바라본 여인에게서
쓸쓸함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은백의 외로운 여인에겐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