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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비집고 비집어서 자리한칸을 마련하여 라면을 끊이는데...
챙겨온 음식은 라면이 고작입니다 휴! 찬도 없습니다.
산 인심이 후하여 김치조각을 맛있게 얻어먹습니다. 이렇게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장터목으로 이동을 합니다. 비는 살살내리고 이 초보 친구들 우의도 하나 없어 산장에서 비닐우의를 하나씩 사 챙겨 촛대봉으로 향합니다.
역시 촛대봉에서 바라보는 세석의 산장의 아늑함이란 보고 또 보아도
이뻐보입니다. 약간의 비가 뿌리지만 천왕봉이 맑게도 보이고 시각도 넓게 훤하여
역시 능선의 기쁨이란 이런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행 중 하나가 허리 통증을 호소합니다.
올것이 왔구나! 마음이 쓰이지만 끙끙거리며 초연히 가는 모습이 이뻐도 보입니다.
이 친구들 지쳐가는 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얼마나 더가야 하는지 묻는 횟수가 많아지고 "이렇게 산을 타면 안되는데... ..." 생각되면서도 "음 거의 다왔어. 저 산봉우리만 넘으면 돼! 거짓말 쟁이가 되어갑니다. 그러고 보니 먼길도 왔습니다.
거림에서 장터목 가는 길이 초보 아가씨들이 타기엔 그리 호락호락한 산행이 아니것을
잘 알기에 살짝 미안해 합니다.
이것들이 이제 날 신뢰할 수  없다는 듯 만나는 사람마다 "장터목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묻는데... 산객들 역시 "어~~ 다왔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이야기 합니다.
이내 산객들 모두가 거짓말쟁이라며 투덜거립니다. ㅎㅎㅎ
장터목이 보입니다. 나에게도 이처럼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무거운 마음이 내려지는 순간이고 이처럼 장터목이 고마울 수가...
그러나 한편으론 또 다른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데 세석에서의 인파로 보아
취사장에서의 비박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불길함은 장터목 가까이 가면서 점점 굳어져갑니다. 이미 등산로옆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장터목에 내려서자 웃음이 터져나오는데
이 초객들은 이 막막한 웃음을 의하해 하듯 빤히 쳐다만 봅니다.
취사장은 밥해먹기조차 힘들게 북새통을 이루고 지쳐있는 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하룻밤을 지새워야할지 막막합니다. 그래~~ 비만 내리지 않기를... ...
그래도 침낭만은 꼭 챙기라고 당부했던 것이 이렇게 위안이 될줄이야...
장터목산장에도 무슨 보수공사를 하기위해 마당앞 자재를 쌓아놓았는데..
사람들은 이미 그 사이에 비닐막을 치고 하룻밤 비박을 준비합니다.
하늘은 다행이도 측은히 여기는지 비를 멈추게하고
우리도 힘을 얻어 한쪽에서 공사자재를 바람막이로 하여 자리매트도 깔고 이슬만 피할 심산으로 부지런히 하룻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갑니다.
아~~ 완성되었습니다. 다들 환호성을 피웁니다.
누워보니 무릎밑으로 하늘아래 노출이 되지만 상반신은 아늑하게 찬공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모두들 마음도 따뜻해 지니 이제사 허기를 느끼는지 라면 한끼를 더 해결하게됩니다. 피곤함으로 늘어져있는 이들에게 보약을 주어야겠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이만한 보약이 있겠습니까? 소주!
소주한잔으로 몸의 고단함을 달래고 비만은 내려주지 말라고 간절히 바라며 자리를 잡습니다. 바람소리에 귀가 멍멍해지는데 이 상황에서의 바람소리는 지금까지 내가 알던 바람소리가 아닌듯 싶습니다. 야속한 바람!!
살이 시리도록 추위가 느껴집니다. 과연 아침이 올까?
이 아픔은  이렇듯 준비없이 산을 찾았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집니다.
새벽의 하늘은 밤새 쉴틈없이 고통을 맛보았던 것을 위로한다는 듯
꿈뻑 꿈뻑 반짝이며 수 많은 별들이 인사를 합니다.
일행들은 몸이 난자당한듯 형편없이 되었지만 천왕봉의 일출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출시각은 6시 15분이라 하는데... 모두가 몸이 꽁꽁 얼어있어 대기실로 들어가 몸을 녹이고 5시에야 출발! 이미 산객들은 거의 다 떠나고 후발대가 되어 주섬주섬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 친구들 어떤 마음일지 궁굼해집니다.
겨우 겨우 시간에 맞추어 천왕봉에 이르렀습니다.
이전에 이곳을 올랐던 시시때때의 생각들이 밀려오는데... 그 언제 한겨울 지리와 첫 대면을 할때 밤새 눈이 깔린것을 용감무식하게 일출을 보겠노라고 혼자 오르면서  길을 잘못들어 어딘가를 빙빙 돌기만 했던적... 봄날에 올랐던 어떤 순간들의 느낌... 등등
번쩍 번쩍 스칩니다.
일출을 보겠노라고 천왕봉우리에 달라붙은 색색의 산객들 모습에 일행들이 또 놀라고 맙니다. 모두들 시선은 한쪽에 고정되어 움직이질 않습니다.
무언가가 뿅 튀어오를듯 기운을 내지만 점점 여운은 길어집니다.
순간! 입으로 후흑~~ 삼키고 싶은 아주 깨끗하고 순결해 보이는 탁구공만한 불덩이가 쑥~ 올라오는데 내 두손으로 모아 건져 올리고 싶습니다.
엄청난 환호성들은 더이상 들리지 않고 불덩이 속에 푸~~욱 빠져버렸습니다.

이미 아주 큰 욕구가 충족되듯 모두가  웃음과 이야기로 만발이 되어 하산길을 만들어갑니다. 하산하여 노고단을 한번 더가자는 등... 언제 또 올거냐는 등 그들의  이야기 속에 어느덪 지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 ?
    일체유심조 2005.10.08 18:11
    밤엔 몹시 추울텐데 등산객이 많은가 보군요?
    생각만 해도 떨림니다. 그나마 소주라도 한잔해야 잠을 자지.
  • ?
    오 해 봉 2005.10.09 14:00
    有 備 無 患 ,
    그래도 천왕봉 일출은 좋았군요.
  • ?
    타타타 2005.10.09 14:37
    공사 자재쪽에...
    그분들 중 한분 이였군요.
    방가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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