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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골 오름길은 서두에 말한바와 같이 우골을 먼저 건넌 후, 1,370m봉우리 지능 끝을 돌아나가야 한다. 계곡을 내려서기 전 우측 길은 1,370m 봉우리로 오르는 능선길이므로 좌골을 탈 요량이라면 처음부터 좌측 계곡으로 내려서 골짜기를 걷는게 편하다. 계곡은 지리산 무명계곡이 그렇듯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원시성이 짙다.


이곳은 처음부터 인적이 드물어 짙은 원시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초입에서 불과 10여분이면 만나게 되는 폭포를 필두로 2시간 이상을 끊임없는 폭포지대를 올라야 한다. 동계가 아닌 이상 인적이 드물다는 것 말고는 크게 위험을 느끼거나 간담 서늘한 벽이 가로 놓여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회해야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느 곳은 비스듬이 누워서 있고, 어느 곳은 작은폭포 몇 개를 길게 늘어뜨려 듬성듬성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 어느 곳은 가르마를 가르듯 한가운데로 모아 외줄기로 흐르는가 하면, 어느 것은 치마폭을 펼치듯 넓게 펼쳐서 흐르기도 한다. 높이도 각양각색이어서 어느 것은 단숨에 오를 수가 있는가 하면 어느 것은 제법 곧추서 있어 벽을 붙들고 시름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폭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그냥 나아가기도 한다.

그런 시간 속, 짙은 숲에서 풍겨 나오는 싱그러움과 검은 바위를 헤쳐 나오는 하얀 포말, 그리고 떨어지는 물소리,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고요속의 적막함,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았으면서도 왠지모를 감동이 일어나는 부조화 속의 조화가 사람 내면의 깊은 감정을 자극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포들. 부조화 속의 조화가 느껴지는 곳이다


최상부지점에서 하일라이트처럼 나타나는 폭포. 제법 곧추선 모양을 갖추었다



어느 때는 이 작은 골짜기에 이런 경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때때로 혹여 내가 다른 곳을 찾아오지 않았나하고 확인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약 2시간이 흐르고, 고개를 들면 하늘금이 멀리서 우리에게 눈인사를 하는 종점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아주 좁은 협곡으로 변하고, 소담스런 풍경들이 눈에 익을 때쯤 마지막 급경사가 인적을 흐트려 놓는다. 그러나 거리가 멀지 않아 나머지 계곡길이든 좌측 능선에 붙어서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 전에 심마니 능선 주능을 만나게 된다.

황장목이 늘어서있는 1,370봉우리는 예서 우측으로 약 10여분이면 된다.



하점 우골은 삼거리에서 계곡으로 들어서지 않고 우측으로 꺾인 길을 돌아나간다. 오래지 않아 계곡을 한번 건너게 되고, 옛 마을터를 지나게 되면 야생동물 감시카메라가 보인다. 이 곳을 벗어나면 다시 계곡을 한번 건너면서 본격적인 계곡 길을 걷게 된다.

계곡이 워낙 원시적이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엉켜있어 계곡을 직접 오르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길은 대부분 우측 사면으로 놓인 인적을 쫒게 된다.

인적이라 해봐야 너덜강 사이로 알탕알탕 이어져 있고 경사도 급하지만, 그 이상의 흥미를 느끼면서 오를만한 뾰족한 방도는 없다.

이 계곡의 특징은 계곡을 오른 1시간쯤 후, 상류부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물흐름이 곧추선 시원스런 풍광을 보여준다.

계곡왼쪽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지점에서부터 폭포가 시작되고, 맞닿아 있는 직폭을 올라서면, 또다시 위쪽에 폭포가 하나 보인다. 이 폭포 상단에서 좌측으로 계곡을 건너야 제대로 된 산길을 오를 수 있다. 너덜과 덩굴사이를 피해나가야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계곡보다는 어설프게라도 인적이 있는 사면이 그래도 낫다. 너덜길이 마무리되는 그 끝머리에 가서야 비로소 갈지자로 꺾인 부드러운 흙길이 나타나고 예서 주능 고개마루까지는 한달음길이다.


상류부에서 만날 수 있는 폭포군. 이 폭포 위쪽에 또하나의 폭포가 있고 그 상단에서
좌측으로 건너 사면길을 타는게 편하다.



고개마루에서 1,370봉우리는 좌측 완만한 오름길로 약 20여분 올라야하고, 쟁기소로 내려가는 봉산골 좌측능선 초입부 까지는 제법 곧추선 오름길로 약 30분정도 걸린다.

내가 느낀 하점골의 분위기는 좌골은 학교보다 아직 부모 품이 더 그리운 어린아이가 이제 배운 솜씨를 뽐내는 것 같고, 우골은 천방지축 섬머슴애가 도시로 나가기 위해 엉거주춤 새 단장한 모습이다. 또 가운데 지능은 할아버지께서 안방 문 위쪽 액자 뒤 켠에 숨겨놓은 사탕 하나를 훔쳐 먹고는 시치미 뚝 따고 돌아앉자 있는 느낌이다.

세 곳 모두가 사람이 들어서지 못하는 곳처럼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막상 사람이 들어서면 그저 아무런 저항이나 심술도 없이 스스로 물러나는 순진무구한 느낌이라는 뜻이다.


-구름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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