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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28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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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휴가다.
1년만의 자유...
지난주에 서울을 다녀왔다. 1년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무척 반갑기도했지만 가슴 한구석의 허전함은 무얼까..
그땐 그렇게 설레고 재미있던 것들이 이젠 더이상 와닿지가 않는다.
학교도 .. 친구도.. 모든것들이 말이다.

지난 1년간 내겐 정말 무수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좋은 기억도 있겠지만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 경험들도 참 많다.
며칠후면 입대한지 1주년이 다 돼가는데.. 그동안 내 자신을 정리할 기회는 없었던거 같아서 지리산 종주를 결심하게 됐다.

또... 훈련소때 저멀리 담장 너머로 보이는 산중턱의 뭉게구름.
그때 결심한 지리산 종주.. 이번엔 약속을 꼭 지키리라...  

-----------------------------------------------------------------------------
벌써 10시가 넘었다. 아휴 몇시간뒤면 출발인데.. 머이리 이것저것

챙길것들이 많은지...햇반9개, 초코파이, 카레, 짜장, 코펠, 비옷, 여분

옷 등등.. 아휴 들어보니 무게가 상당하다.

에라 모르겠다 자구나서 이따 쫌 일찍일어나서 마저 챙겨야지...

잠결에 먼가 들린거 같다. 누군가 흔들어 깨운다.

일어나보니 벌써 새벽 1시40분이다.. 기차시간은 2시25분.. 이러다 늦

겠다. 시험공부하던 형에게 전주역까지 태워달라고 졸라본다.

그래도 형이라고 2박3일 혼자 종주하는게 쉬운일이냐며 화이팅~동생

하면서 전주역까지 태워다준다... 50분출발..집에서 전주역까지는 버

스로 한시간10분.. 자가용으로 35분거리다..

기차를 놓치면 일정이 얽힐꺼란 생각에 또 다시 형을 졸라본다.

신호등 하나 무시하고 달린다.. 두개째, 세개째.. 이번엔 조금 위험했

다. 네개째.. 다섯개째.. 이젠 기차보다 사고날까 더 걱정된다.

전주역 22분도착, 형에게 인사를 하는둥마는둥 대합실로 뛰어간다.

표를 끊고 플랫폼에 서니.. 25분 기차는 아직 안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기차표를 본다.. 엇! 1칸1석 이다.. 기차를 많이 타봤다고 자부

하는데.. 이런적은 첨이다.. 오~ lucky day~

기차 좌석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고른다.. 혹시 빠진 물건은 없나..

다있는거 같다..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되겠지 머.. 자려고 눈을 감는

다.. 잠이 안온다.. 담배나 한대 필까.. 라이터가 없다.

물건파는 아저씨께 라이터 있냐고 물으니 어이없다듯이 쳐다보곤 그

냥 간다.. 무안하다... 엇! 벌써 남원역이다.. 역에 플랫카드가 붙어있

다. '기차내 흡엽을 금지합니다' 아 .. 민망하다..

>>>>>구례구역

3시57분에 정확히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1년만에 다시 오는 곳이다.

이젠 안헤매고 얼릉 사진 하나 찍고 버스에 올라탄다. 이른 새벽인데

도 사람이 참 많다. 지리산은 초행길인데 다행이군.. 안도감이든다.

>>>>>구례구버스터미널

화엄사 버스가 4시25분이란다...20분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아 미처

준비 못한 물품 사야지.. 버너랑 가스..그리고 물통, 지도를 산다.

만천원정도 들었다.. 머 이정도야... 새벽에 무거운 배낭메고 담배

일발 장전.. 아 먼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화엄사-->등산로 입구

버스가 출발한다. 대략 15명정도 탄거 같다. 아 초행길이라도 이런사

람들이랑 같이 가면 안심이겠군..든든한 맘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버스가 화엄사주차장에서 쉰다. 근데 나혼자 내린다.. 어 이게 아닌

데..먼가 잘못된 느낌이든다. 버스는 횅 하니 가버리고...모르겠다 일

단 위로 올라가자..한참 가다보니.. 조깅하는 분이 계신다.

여쭤보니 한참 위로 가야한단다..다시 올라간다.. 주위가 어두컴컴하

다. 약간 무서운 생각도 든다. 노래라도 흥얼거릴까..흥얼흥얼 하는

사이 화엄사 경내 입구에 도착한다. 그때 택시 한대가 오더니 스님

한분이 내린다. 근데 합장 인사를 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잠이 확달아

날정도로 스님이 카아악~ 가래침을 뽑아 뱉는다. 아마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보다.. 나는 어이없어 쳐다보고 스님은 놀래서 쳐다본

다. 휘적휘적 걸어 경내로 들어가신다. 난 뒤에서 화엄사 도착한겸

사진한방을 찍는다. 나중에 부모님이 보시곤 절과 그 스님의 모습이

너무 잘어우러져 나왔단다.. 난 가래침만 떠오르는데..

>>>>>등산 시작! 화엄사--------->노고단

김수훈님께서 올려주신 예정표라면.. 현재 한시간 여유가 있다.

그래도 노고단 탐방 10시에 맞추려면 열심히 올라가야할꺼 같다.

올라간다.. 어두침침하고 조금 무섭다.. 올라간다.. 사람의 인적이

전혀 없다... 올라간다.. 인적이 없다... 내가 길을 잘못든건 아닐까..

올라간다..이런저런 생각이 계속든다. 혹시 여기서 길잃는건 아닐까

곰돌이를 만나는건 아닐까..올라간다.. 담배꽁초 하나가 떨어져있

다.. 부척 반갑다...조금더가니 사탕봉지 쪼가리가 하나 떨어져있다..

아 조금씩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국수등이다(6:40).. 아 내가 제대

로 가고 있구나.. 열심히 오르기 시작한다 집선대다(7:20) 아 어찌 김

수훈님의 일정표가 딱 들어 맞을수가..눈썹바위다(8:20) 아 조금만 가

면된다 조금만.. 저기 멀리 밝은 빛이 보인다.. 조금만 더 .. 아 성삼

재 도로다 해냈다! 담배일발 장전이다! 기분이 상쾌하다.. 꽁초챙긴다

저기 앞에 노고단 산장이 보인다...아 감격이다~

부지런히 노고단(9:20)에 오른다.. 노고단 운해... 전날 비가 내려서인

지 구름이 내발밑에서 올라온다. 신선이 된기분이다 .구름이 내옆을

지나간다. 구름이 흘러가는게 보인다. 아 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옆에서 저게 천왕봉이야 하는 말이 들린다

손가락이 가르키는 쪽은 쳐다본다 저멀리 구름사이로 높은 봉우리 하

나가 보인다... 아 갑자기 한숨이 나온다.. 에라 밥이나 일단 묵자...

다시 노고단 산장으로 내려온다.. 어? 갑자기 사람들이 많다..이사람

들도 화엄사에서 왔나.. 알고보니 차타고 여기까지 올라왔단다.. 샌달

신은 사람도 있다.. 조금 부아가 치민다.. 밥이나 묵자..

아침도 못 먹었으니 많이 먹어야겠다. 참치, 라면, 햇반, 국 ..햇반하

고 국을 먹으니 배부르다.. 허나 어쩌나 라면도 이미 끓였는데.. 라면

도 먹는다.. 옆에서 ***전문산악인인 듯한 두사람(나중에 동행됌!)***

이 점심을 먹고있다. 와 보기만해도 기죽는다..나도 저렇게 입고 올

껄..점심먹으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노고단 구석.. 벤치에 눕는다 잠이온다.. 잔다...잠결에 아줌마들 말소

리가 들린다. '어머? 저 아저씨가 가장 부러워~' 빠직~ 아저씨..

그래 .. 난 군인아저씨다.. 아저씨....

>>>>> 노고단--->임걸령---->노루목

아.. 몸이 무겁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가.. 피로가 몰려온다..

출발이다.. 아 빨리 뱀사골산장까지 가야는데.. 내가 여기 왜왔나 하

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군장이 무겁다... 아 햇반을 너무 많이 가

져왔나.. 카레가 무겁나.. 아 빨리 먹어버려야 하는데.. 카레부터 먹을

까.. 짜장 부터 먹을까.. 오늘저녁에 햇반 두개먹고 무게를 줄일까..

반야봉을 오를까.. 오르지말까.. 아 배낭이 무겁다.. 내가 여길 왜왔

지..아 빨리 먹어서 가방무게를 줄여야는데..

계속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그러는 사이 힘들게 노루목에 도착한다.

>>>>>노루목---> 반야봉(15:13 1732m)
1분.. 3분..5분..10분..15분.. 갈라지는 표지판에 힘없이 앉아서 고민하

기 시작한다. 반야봉을 오를까 말까.. 오르막길만 한시간이라는데..

힘들다 그냥갈까.. 아냐.. 이름도 반야봉인데.. 불자로써 한번 가봐야

할꺼 같단 의무감도 드는데.. 아 하지만 너무 힘들어.. 화엄사 코스에

서 기력이 다 빠진거 같아.. 아 아냐. 여기를 안 들리면 언제 내가 다

시 지리산에 오겠어.. 아 모르겠다 .. 아 쉬고싶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생각없이 가자.. 반야봉 코스를 반야봉으로 생각

하지 말자 맘먹고 오르기 시작한다.. 갈수록 쉬는 빈도와 시간이 길어

진다. 아 경사가 심하다.. 힘들다.. 네발로 기어올라가는 거같다.

내가 여기를 왜 왔지.. 내가 왜 오르는 거지. 내가 여기를 왜 왔지..

되뇌이기를 1시간.. 어? 표지판을 보니 여기가 반야봉이라네.. 아 감

격이다 .. 이건 인간승리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여기가 오르기 쉬

운곳은 아닌가 보다.. 아.. 온김에 합장한번한다 그리고 털썩 주저 앉

아 버린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해낸것이다.. 이제 뱀사골로 가기만

하면된다...담배 일발 장전, 아 꿀맛이다..꽁초 챙긴다

>>>>> 삼도봉

흥얼거리면서 내려온다.. 해냈다는 이 자신감.... 가다보니 바위위에

먼 삼감형 뿔이 하나 있다. 표지판엔 삼도봉...아~ 지도를 보니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경계선이라서 삼도봉이라 하는가 보

다.. 참 기분이 묘하다..근데 주위엔 역시 아무도 없다.. 또 셀카다..

지겹다..

>>>>>뱀사골 산장

다시 열심히 간다. 화개장턴가.. 화개 목이던가? 여하튼 풍광좋은곳이

나온다. 여기서 계단을 내려가면 뱀사골이란다.. 아 이제 쉴수 있다

쉴수 있다.. 아 맥이 탁 풀리는거 같다.

저기 먼가 건물이 보인다. 뱀사골 산장이다. 아 산장처럼 운치있군..

도착해보니 나말고도 5명더 도착해있다. 엇~ 노고단에서 옆에서 밥

먹은 두분도 같이 있다. 반가워서 인사한다. 같이 밥먹기로 한다.

근데 밥먹으면서 듣고보니 웃긴다. 그 두분중 한분은 태어나서 산을

처음 올라보는 것이란다. 또 한분은 어쩌다 끌여왔다고 한다 산은 무

지 싫어 하신단다..힘들어서 반야봉 무시하고 바로 뱀사골로 왔다는

데...전문 산악인 같은 장비는 다 전날밤 부랴부랴 빌린것이란다..

아~ 라면맛이 이건.. 환상이다.. 한참 먹고 있는데 관리 아저씨가 짐

나르는것좀 도와주랜다.. 피곤하지만 밥 다먹고 도와주려는데 됐다고

한다. 딱 보니 삐졌다. 어린애 같다. 일 안도와줘서 방배정 못한다고

7시까지 기다리랜다.. 좌석배치할때도 일 안도와줬다고 우리 셋에게

투덜투덜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가 가장 젊다.. 젊은게 죄지..

담요주면서도 투덜투덜한다.. 이거 눈치 보여서 자겠나...

첫날밤이다.. 아 여기는 경운기로 발전을 하는군.... 곧있으면 소등이

란다..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오늘 일을 되새긴다.

그리고 담배 일발 장전한다.. 아~ 세상이 내껏같다...꽁초챙긴다

누우니 코를 심하게 곤다고 여기저기서 불평소리가 가득하다..

자리가 좁다고 불평이다... 혹한기 훈련땐 8명텐트에 14명이 잤는데

뭘... 피곤하면 코골수도 있는거지.. 투덜거리는 사람들 보니 참 어린

애 같단 생각이든다..

이렇게 첫날이 갔다. 둘째날은 장터목이 아닌 세서으로 예약했으니

조금더 여유가 있겠지.. 편한맘으로 잠자리 든다..
  • ?
    허허바다 2004.06.13 23:30
    드디어 가셨군요 ^^*
    군장 ㅎㅎㅎ 씩씩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ㅎㅎ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요... 음...
  • ?
    금바다 2004.06.14 10:28
    군대생활하면서 휴가나와 산을 찿는것이 쉬운일이 아닌데...
    씩씩한 군인아저씨께 힘찬박수드립니다.
  • ?
    서경석 2004.06.14 10:53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전주역에서 같은 열차를 타고 지리산에 갑니다.
    언제나 화엄사 코스로 오르지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지리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청년의 글 다음이 기대됩니다.
  • ?
    산이조아 2004.06.14 16:33
    추 웅~성!
    전 군인을 보면 힘이 남니다.
    저도 강원도 양구(21사단) 화천(702특공연대)에서 근무를 했습죠.
    다시 가고 싶습니다. 군대시절로.
    그때 인사계님이 말둑박으라 할때 박았어야 했는데....
    신록이 푸르른 강원도에 가고 싶군요.
  • ?
    금바다 2004.06.15 08:41
    산이조아님!
    저도 강원도 양구 21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지리에서뵙길....
  • ?
    부도옹 2004.06.16 23:54
    산행기를 읽는데 자꾸 톰행크스가 주연한 [포레스트검프]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
  • ?
    정진도 2004.06.19 22:42
    휴가나와 산에갈정도면 보통친구가 아닌가벼........
    박수인님 열심히 군생활하시고 언제지리산에서 한번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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