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눈을 떠 보니
간간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쯤은 맑은해를 보고 싶었는데.
궂은 날씨로 인해
오늘도 취사장에 모여 서서 밥을 먹었습니다.
언제쯤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ㅡㅡ?
어쨋건 서서먹든 앉아서 먹든
두런두런 모여서 먹는 밥맛만큼은 꿀맛입니다.
어제저녁보다도 더 뿌연안개가
산장을 덮고 있습니다.
오늘 만큼은 날이 개겠지...바라지만
혹시나 몰라서 준비해 온 비닐로
배낭을 칭칭 감쌌습니다.
다른분덜 보니 방수가 되는 배낭덮개를 가져오셨던데
미쳐 그걸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비가 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리산날씨가 워낙 변동이 심해서
그냥 2000원짜리 우비에 비닐만 달랑 들고 왔는데...
멤버들이 폼안난다고 투덜거리는군요..^^;;;
선비샘까지 가는 동안
구름이 산을 넘어가면서
해가 잠시 비쳤다 숨었다 합니다.
오후가 되면 날이 개겠군...
오후엔 눅눅한 옷가지 좀 말리자며 모두 좋아합니다.
가는 동안 다른 일행분들을 만났는데
아침에 비가 많이 와서 출입통제를 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밤기차로 왔는데
비때문에 출입통제라서
할수없이 다시 시내로 나가서
하룻밤 묵었다 올라갈 계획으로 여관에 묵으셨다가
날이 개이는걸 보고 다시 버스타고 오셨다 하데요...^^
선비샘에 도착!
이번 지리산 능선에서 가장 많이 바뀐곳이 선비샘이더군요.
물이 나와서 취사와 비박을 많이 하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아예 취사를 못하도록
바닥을 돌로 메꾸고
운동장 같았던 넓은 평지를 풀과 나무로 촘촘히 바꾸어놓았습니다.
예전의 선비샘 모습들이 지나가면서
묘한 기분이 교차했습니다.
바뀐모습도 깔끔하지만
예전의 그 모습도 나쁘진 않았는데 말이죠..
선비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가족일행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배낭을 내리시는데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겁니다.
내가 잘못들었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배낭에서 아기가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오우~! 세상에!
제가 지리산에서 만난 가장 어린아이입니다!
믿기지않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힘들었겠다."
"응? 아기?"
"아니. 아저씨가..."
"ㅋㅋ~"
모두들 부모님이 대단하시다며
한마디씩 하고~
꼬마는 금새 선비샘의 스타로 등극되었다지요^^
초등학생 다섯명이 - 우리는 그들을 일명 독수리오형제라 불렀습니다^^-
지나가며 대단한 꼬마라며 치켜세웁니다.
사실 우리가 보기엔 니들도 대단해...^^
암튼, 꼬마야 너의 의 첫 등반을 축하해...
지리산의 정기를 일찍 받았으니 말야...^^
아기와 함께 산에 오른 한 가정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선비샘의 꼬마를 뒤로하고
세석으로 향하는 길...
갑자기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치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는 소나기겠거니...
하며 우비를 꺼내 입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빨라졌습니다.
어느새 얼굴은 땀과 빗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고
서서히 젖어드는 등산화는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우비를 때리는 빗줄기는 이제 아프기까지 합니다.
빨리 세석까지 가는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묵묵히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백도봉에서 백도를 먹어야 하는데
비때문에 백도봉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애석하다..백도봉..
천왕봉의 일출보다도
더 간절히 바라던게 바로 백도봉의 백도맛인데...
인생도 때론 이런날이 있겠지요...
*백도봉- 선비샘에서 세석으로 가는 길 사이에 있는 우뚝솟은 봉우리인데
이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먹는 백도맛은 정말 맛나기에
제가 백도봉이라 이름붙였습니다ㅡㅡ;
세석평전이 다가올수록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이제는 옆으로 내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달팽이팀의 막내가
산장을 눈앞에 두고 다리가 아프다 호소하고
우리는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그녀를 부축한 채
산장을 향해 내려갔습니다.
*p.s 혹, 아기의 부모님께서 이 홈피를 보지 않을까 싶어,
사진을 드리고 싶은마음에
올려봅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지리주능선에 새로운 봉이 하나 생겼네요~~~ㅎ.ㅎ.ㅎ!
산행기 재미있게,흥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밝고,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