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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67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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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랄레 팔랄레 3일차



주위에서 뽀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제 먹은 술로..정신도 없고, 속도 아프고 더 자고 싶은데..

도대체 지금 몇시인데 이러는고야...투덜거리면서 뽀스락 거리는 사람들 틈에..같이 배낭속 옷을 꺼내들고 뽀스락 거린다...

꺼억~..술냄새가 난다..

남은 파스를 다시 다리에 도배를 하고...춥다하니 옷을 껴입고 해드랜턴을 머리에 두르고 밖에 나가니..

새벽4시...

사람들은 벌써 머리에 불을 밝히고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다..대단한 사람들!

숙취때문에..벤취에 앉아 머리를 뒤로 재껴 하늘을 보니...

우와~~하늘에 별천지여라...

10년전 청학동에서 본 바로 그 쏟아지는 그 별...그 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들 반짝거리고 있었다..

맹이 " 유난히 빛나는 저기 저별은 뭘까? "

친구 " 으응..내 별! "

맹이 " ㅡ,.ㅡ;;;"

사람들이 일출을 볼수있을꺼라는 말들을 한다..

우와...두근두근..떨린다...첫날처럼 다시 긴장한다...

내 이날을 기다린게야...이날을...



편한세상님과 타타타님은 아직도 주무신단다.

김수훈님은 어제 술을 많이 드신것 같았는데..또 우리 셋을 위해 힘겹게 일어나셔서 채비를 하시고 나오신거 같다..

천왕봉까지는 배낭을 매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배낭때문에 어깨쭉지에 감춰놓은 날개를 펴서 날 수도 있을꺼 같았다.

- 훔..아직 술이 덜 깬게로군. 헛소리를..-

그런데...한발 한발 또 무거워진다...어제 술을 먹지 말았어야 하는데.. 편한세상님이 주신 술 말고도...몇잔의 소주가...

자주 마주쳤던 분께서 술을 몇잔 건네주는걸 꼴깍 꼴깍 먹었더니..이런 상태가 된거다..

그 분 자녀의 이름이 지리산 이란다..진짜란다..

결혼하신 부인도 이 지리산에서 만나셨단다..

오호...얼마나 지리산을 사랑했으면...감동적이다...

어젯밤 김수훈님과 편한세상님의 지리산 애찬도 만만치 않았는데..



헥헥 대고 걸어가는데 이젠 엄마를 못 쫓아 갈 지경이다..

김수훈님 " 맹 어머님!! 왜캐 빠르게 가십니까? 쉬었다 가시지요~"

이게 웬말이더냐?... 쉬었다 가자신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이게 뭔일이다냐? 움하하핫"



깜깜한 길을 사람들 불빛따라..불빛따라..올라간다.

이 길도 만만치 않다..하기야 한시간반 이상을 올라가야 하니..

그나마 깜깜하니..이게 어딘지도 모르고..앞사람이 오르면 오르고 내려가면 내려가고..따라가기에 바쁘다..

통천문이라는 곳을 지나 밑을 내려다 보니...

우리가 걸어온길 저 멀리서 또 불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들 일출을 보기위해...오르는구나..한마음이다.



정상 도착..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자리선점을 해 놓고..일출 대기중이다..

꾸역꾸역 학생들 틈안으로 셋은 들어간다..고맙다며 초코렛을 하나 건네줬다..

붉어지는 하늘을 보며...기다린다...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려고 카메라를 꼭 쥐어본다...

와~~탄성소리..

눈물이 핑 돈다...뭐라 형용할수 없어 그 느낌은 말하지 않겠다.

직접 느끼는 수 밖에...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봐라...우리가 해낸것이다..우리가 해낸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캬캬캬..믿거나 말거나..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있다던데...울 할아버지랑 울 아빠가 덕을 쌓으셨나보다...맹이 엄마두...엄마..땡큐..

천왕봉 비석앞에 사람들이 사진찍기 위해 몰려든다..이에 질세라 아줌마 정신으로 잽싸게 싸진찍고..올라온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

우와~~

날이 밝아지니...또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또한 장관이라..

김수훈님께서는 저 멀리..능선을 따라 봉우리 봉우리를 설명해주신다...글쿠나..끄덕끄덕..

제석봉의 고사목앞에서 증명사진 찍고...장터목 대피소로 다시 내려오니 편한세상님께서 물을 길러 식사준비를 하시려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장터목 산장을 뒤로하고 백무동 쪽으로 하산길을 택해 채비를 한다.



잘 있거라..천왕봉아..

내 다시 너를 볼수 없겠지만..내 너를 죽어도 잊지 않을것이니라..

꼭 기억하리라..



집에 간다는 맘에..발걸음이 너무 가볍다..이젠 배낭도 거북이 등가죽마냥 등에 철썩 붙어서..오래전부터 같이 있었던 한몸같이 여겨진다. 룰루랄라...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이정도 내리막길은 동네산 수준이네"

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헉...온통 돌덩어리들이 눈앞에 나타난다...또 돌이다..

망바위를 지나 소지봉에서 한숨 돌리는데..타타타님이 파인애플 캔을 건네주신다...오홋...황도맛보다 더 맛있다..

편한세상님께서 내리막길에 편한 신발끈 묶는 법을 알려주신다.

내리막이 급해진다...이제 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맹이는 계단이 나오면 뒤로내려가고...친구는 밧줄만 보이면 공수부대 훈련하는것처럼 매달려 내려온다..자세나온다..

엄마는 망치가 있으면 이 돌들을 다 깨버리고 싶다한다..헉..

이 많은 돌을 망치로?..포크레인이 더 낫지 않나?.

참샘까지 어찌어찌 내려왔는데..지리산 골짜기 마지막 물이라 1.5L 페트병에 꽉꽉 눌러담았다..

헉...무게가 장난 아니네...무릎에 통증도 장난이 아니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여기 누가 오자구 구랬어? "

이제 셋의 표정은 굳어간다..아무말이 없다...

말 걸었다가는 싸움날지도 모른다..

산신령이 왜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지 이제야 알겠다. 제아무리 산신령이라 해도..연세가 있을테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할라치면 지팡이 없이는 힘이 드실게다...켁..

백무동 계곡의 나무와 돌들은 이끼로 둘러쌓여 있다..

태고적 자연이 이랬을까?...잠시 생각했을뿐...

이넘의 돌들때문에...생각하기도 힘들다...

출렁다리를 2개를 지나니..드디어...땅이 보인다...

드뎌 아스팔트 길이다. 아스팔트 길이 넘 부드럽게 느껴진다.

또 울컥...

정말 해낸것인가?...정말로 그런거야?

맹이와 친구는 그렇다지만...끝까지 같이해준 엄마를 보니 너무 자랑스럽다.



정류장 옆..음식점에서..도토리묵, 해물전, 산채비빔밥을 잔뜩 시켜놓고.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씻어본다...아~시원하다...

다 맛있다..다 맛있다..다 맛있다...

버릇이 된건지..국그릇에 그냥 물을 따라 마신다...

다시는 산에 안온다고 셋은 입을 모아 성토한다..

이렇게 힘든걸 왜 오냐고 연신 말을 해보지만 김수훈님, 편한세상님, 타타타님은 계속 지리산 애찬이다..

너무 사랑하나보다..지리산을...부럽다...



동서울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 선다...

집으로 출발~~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하지만 커텐을 치지 말자며..엄마와 맹이는 눈이 감길때까지 창밖으로 지리산을 쳐다보자 한다...



드뎌 서울땅을 밟고..김수훈님과 타타타님과 작별인사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스틱 2개씩 사야 되지 않을까? "
  • ?
    해성 2005.10.05 19:59
    산행기 참 재미나네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을 하신것 같은데..
    수고하셨습니다.
  • ?
    타타타 2005.10.05 21:01
    그 별들을 보셨군요. 미처 못 보고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도 4시반쯤 일어나 하늘을 한참이나 보았지요.
    허리만 괜찮았으면 술은 못하지만 그 자리에 끼었을텐데 하산길 걱정이
    되어 먼저 잠들었습니다.
    암튼 축하합니다. 정말 재미있는 산행기입니다. ㅎㅎ
  • ?
    오 해 봉 2005.10.05 23:25
    재미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스틱2개씩 사세요,
    그리고 눈오기전에 한번더 가보세요,
    스틱은 오르고 내릴때와 뱀같은것들을 만났을때 아주 좋답니다,
    산에가서 술을 많이먹는것은 자제 하시고요,
    친정 엄마랑함께한 아름다운 지리산종주 축하 드립니다.

  • ?
    부도옹 2005.10.06 00:07
    ^^* 모두 다 수근덕 거리는 소리 "즐거운 수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천왕봉을 다시 볼 수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10년숙원 이루고 재미있게 펼쳐준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 ?
    2005.10.06 09:25
    두개의 스틱에 의지해서 천왕봉 만날일이 머지 않은 것 같네요.
    장터목산장의 별이야기를 종종 접하는데
    참 궁금합니다. 상상도 되고요.
    천왕봉 일출은 어린왕자가 해지는 것을 보기위해서
    의자를 조금씩 옮겼다는 이야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지구라는 별에 존재한다는 실감이 뼈저리지 싶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산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
    진로 2005.10.06 17:54
    백무동에서 댁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다시금 그리움으로 채워질 것을
    이미 압니다....^^
    그 장엄하게 펼쳐진 운해와 일출
    맹님은 출발 전부터 지리산 환자가 되어 계셨습니다....ㅋㅋㅋ
    앞으로도 재미있는 산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
    zoom 2005.10.06 18:01
    정말 오랫만에 너무나 즐겁고 정겨운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세분 모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실것 같습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으면서도 만나뵙지 못했네요 ^^
    스틱2개 꼭 사세요 !!
  • ?
    철없는 맹 2005.10.07 09:5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0^*
    다녀온 사진볼때마다...뿌듯한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어제 엄마가 억새풀 보러 가자구 합니다...크억~
    아직도 종아리가 닭다리처럼 땡땡한데...엄마는 벌써...
    저 또한
    정말 다시 그리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므흣..
  • ?
    슬기난 2005.10.07 21:02
    죽도록 고생하고 다시는 안온다하고 맹세하고
    돌아서지만 다시 그리워 찾게 되는 산!
    바로 지리산의 매력이지요.
    쉬엄 쉬엄 재미있는 산행기 기대합니다.^^*
  • ?
    편한세상 2005.10.09 15:56
    간만에 산행기 읽으며 배꼽을 잃어 버렸습니다.
    어디가서 찿을까요???
    모녀와 함께한 지리산 숙원 사업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만끽하여 보시죠. ^^*
  • ?
    김상호 2006.08.04 13:03
    너무 ,......쌩글탱글하여서,..
    웃다가,....아푸다가,......숨차다가,...헉헉거리며,.
    그렇게 글을 읽도록 맹그는 글솜씨,....
    작가 할애비보다 왕입니다요,........
    근래에 보기드문 잼있는글,...........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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