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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빛 울음도 그치고 달빛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벽소령을 향해 가는 길.  파란 하늘을 응시하며 하염없이 길어 보이는 음정 작전도로는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더욱 커질 때 비로소 끝이 난다. 갑자기 파란 하늘에 회색빛 구름이 그리움 몇개 싣고 밀물처럼 밀려 들고... 조금도 쉬지 않고 천왕봉에 그리움 던져 주러 떠난다.
벽소령 산장의 하늘은 어느덧 코발트 빛을 더해가고 앞뜰에 널린 햇살은 어느 봄날 같이 따사롭기만 하다. 취사장 지붕 위에 흘러내린 눈은 어제 저녁 불어 온 찬바람으로 인해 고드름이 주렁주렁 걸려있고 라면 두개 뒤섞여 끓는 동안 뱃속에선 꼬르륵 요란법석을 떤다.

★★★













2.
양지 바른 고즈넉한 정원에 빨간 우체통 하나에 담긴 사연들 머지 않아 주인 찾아 가는 긴 여정을 위해 쉬고 있다. 멀어져 가는 벽소령 산장을 바라 보며 어느 님들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들이 다시금 재연되는 듯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들이 흘러간 이야기들을 모아 온다.
눈 쌓인 오솔길 걸으면 구상나무 푸른 빛과 사스레나무 갈빛들 바람이 쓸고간 아무도 밟지 않은 청순한 눈 아스라이 가까워 오는 또 하나의 능선들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산객의 더위와 목마름을 해소해 주었던 선비샘은 예전 모습 사라지고 더이상 오아시스가 아니었다. 선비샘 맛난 물 맛 대신 이슬이 한잔으로 그 아쉬움 달래 보고 촛대봉 목장길 밑에 한가로이 자리잡은 세석으로 터벅터벅 발길을 옮겨 본다. 계단 길 힘겹게 오르고나면 저멀리 아득한 능선들 넘어 반야와 노고단이 포근한 모습으로 바라보인다. 또한 영신봉 오름 길은 세석평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













3.
세석평전 그 고요한 곳이 산객들로 북적일 무렵 영신봉 어깨 뒤로 햇님이 넘어 가고 땅거미가 서서히 내려 앉아 어둠이 대지를 삼킬 때 별들이 하나 둘.... 밥 익는 냄새가 멧돼지 코를 자극할 즈음 하늘엔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지는 별들을 세는 순간 어디선가 꿀꿀 먹이 찾아 온 멧돼지 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준비한 삽겹살은 바닥을 보이는데 맛난 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미사일 추진장약이 아직은 천왕봉까지는 충분히 날아 갈 것 같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쏟아지는 별들로 대신하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 시간 엄청난 엔진 소리들 때문에 준비해 간 MP3를 귀에 꽂는다. 옆에 편한세상님 그 옆에 허허바다님이 잤는데 새벽에 더워서 일어나 보니 편세님 안 보이고 옆에서 잔 산객도 안 보인다. 이유는 모른다.

★★★









4.
세석의 아침은 얇게 깔린 양떼구름이 촛대봉 너머에까지 걸쳐 있고 산객들 부산하게 움직인다. 장터목에서 끓여 먹을 라면을 위해 물을 수통에 담고 촛대봉으로 향하던 중 제안 하나를 던져 본다. 한신계곡으로 내려 가면 안되나요.. 코스 이탈죄다. 세사람은 가파른 한신계곡 내림 길로 발길을 옮긴다. 처음 가는 한신계곡길 새로운 맛이 난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가파르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 재미난다. 얼어 버린 계곡, 녹은 눈이 바위로 흘러 내려 생긴 종유석 같은 고드름, 중간 중간 옥빛을 띤 작은 폭포, 한신폭포를 찾아 쌓인 눈 헤쳐 보고 가내소까지 이른다. 언제인가 개방될 한신지계곡 옆을 스치며 한가롭고 아름다운 오솔길 내려 갔다 오르고 또 내려 가다 보니 어느덧 백무동이다. 어찌 하산주를 빼놓을 수 있나. 마천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내 그리운 님 린을 만나기 위해 함양으로 향한다.

★★★





5.
쌍재로 올라가는 길은 눈이 녹아 질퍽거린다. 빵~~빵~~ 우리 왔습니다.
유기농 시래기 된장국, 동치미, 찐깻잎, 묵은지, 지리산 삼겹살, 소주, 담그신 술까지..엄청 먹는다. 이 자리에서 비로소 공수님은 이제 형님이 되었다. 성현이는 여전하다. 아마 공수형님 보다 이곳 생활에 더 잘 적응되어 있는 것 같다. 담근 술 한통 다 비우고도 부족해 편한세상님과 작당해 다른 술 한통을 가져다 먹다가 먼저 졸린다고 주무시는 공수님 깨운다.
공수님 “허~ 자다가 일어나 마셔도 또 들어가네”
뽕배낭에 무겁다고 엄살부리시던 허허바다님 엔진소리 그대로 둘수가 없어 덮쳐 버린다. 어렸을 적 형제들이 이부자리 펴고 레슬링하듯 네명은 엉켜 버린다. 내가 시작을 한 죄로 결국 허허바다님 ,공수님, 편한세상님의 엄청난 무게를 한꺼번에 견뎌야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이다. 편한세상님과 난 두분 깨워 놓고 골아 떨어진다. 아침에 형수님과 린한테 한소리 들었지만 아마도 그 기분 아실까?
아침식사하고 일어나려 했지만 엉덩이가 무거워 좀처럼 움직이기 싫다. 점심시간까지 버티다가 겨우 일어난다. 가기 싫다............

★★★







6.
합천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황매산 가는 길 가회마을 지나 앞에는 산사가 있고 그 산사를 마주보고 교회가 있고 저수지 제방도 보인다. 황매산 암봉들 산세가 험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바람흔적미술관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황홀한 사진들 다시금 지리로 빠져 든다.
‘구름도 발아래 떠도는 이곳 지리산’
아!~
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갑자기 또 하나의 그리움이 울컥 밀려든다.
                                                            

p.s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꿈속으로
  • ?
    슬기난 2005.02.09 22:50
    그리운 님찾아 내려서는 걸음걸음, 일각이 여삼추처럼
    느껴졌을듯,,,,
    기꺼이 따라 주신 두분, 아름다운 마음씨가 느껴집니다.
  • ?
    진로 2005.02.10 10:17
    네, 마음만 바빴습니다.
    기꺼이 따라 주신 두분께 너무 감사하지요.
    난농장의 솥뚜껑 삼겹살에 맛난 김치 그리고 세차까지
    항상 넉넉한 배려에 너무 감사 드립니다.
  • ?
    부도옹 2005.02.10 11:33
    여유로운 발걸음과 마음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렇게나마 함께 한다는게 또다른
    행복입니다. ^^*
  • ?
    타타타 2005.02.10 14:30
    지리산 곁에 한군데 더 가 봐야 할곳이 생겼습니다.
    시간 맞추어 갈 수 있을런지...
  • ?
    부용 2005.02.10 17:36
    그냥 앉아 음악 들으면서 뽀두둑~~ 눈길들을 지나
    하산길 그 끝없는 계곡... 한신계곡을 그리워하며
    시래기 국에 동치미 국물 마시며 시원해 하고 있습니다.
    합천. 난농장까지... 잘 다녀왔습니다.^.^
  • ?
    허허바다 2005.02.10 20:19
    함께 하여 너무나 좋았습니다... ^_*
  • ?
    박용희 2005.02.11 08:56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마주오는 부부 산객들을 유심히 봤지 뭐에요.^^
    (허허바다님 내외분이 계시나 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신 듯 합니다.^^*
  • ?
    편한세상 2005.02.11 09:14
    좋은 시간 보내고 연휴 잘 보내고...
    허 ! 근디 코가 길어졌네요. ㅠ.ㅠ
    어디 다른 곳도 이상 없는지 열씨미
    살펴보고 있습니다.
  • ?
    아낙네 2005.02.11 14:40
    천천히 이야기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게되여 집니다.
    그 안에 개구장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네분이 웃고 계시네요 ^^*
  • ?
    인자요산 2005.02.11 18:14
    세석까진 못간 걸음 사진으로라도 대신합니다.
    아이고...맛난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는데요
  • ?
    소영진 2005.02.13 12:25
    옆에 편한세상님 그 옆에 허허바다님이 잤는데 새벽에 더워서 일어나 보니 편세님 안 보이고 옆에서 잔 산객도 안 보인다. 이유는 모른다.
    ....이 이유는 어제들어습니다 푸~~하하하 너무좋아겠네요
    공수님댁에 아직 담근술 있죠 참~~어제 막걸리먹어는데 진로님 생각엄청나데요 수안보에서 술독은 다뺏고오셨겠죠
  • ?
    오 해 봉 2005.02.15 21:30
    몇번을 보아도 좋기만한사진 간결한 산행기도 좋고,
    쌍재 공수님네집 바람흔적 미술관까지 그져 흐뭇하네요,
    벽소령에서 세석에 이르는 눈길과 쌍재에서의밤은 글로만 읽어도
    신이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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