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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주의보 속에서 초등학교 두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

□ 일시 및 장소
○ 2002. 7. 21(일) ∼ 7. 24(목) 2박 4일
○ 장 소 : 지리산 종주(2박)
□ 숙 소 : 기차내 1박, 지리산 연하천·장터목 대피소 2박
□ 누구랑 : 박승용(41), 큰아들(범준, 초6), 막내아들(범식, 초4)
□ 일 정
○ 2002. 7. 21(일)
11:29 영등포역 출발 (무궁화호)
○ 2002. 7. 22(월)
04:39 구례구역 도착 - 구례버스터미널(시내버스)
06:10 구례터미널 출발 - 성삼재 도착(06:50 3,000원)
07:00 성삼재 출발 - 노고단 대피소 도착(08:00)
13:00 노고단대피소 출발
18:20 연하천 대피소 도착 1박
○ 2002. 7. 23(화)
08:00 연하천대피소 출발 - 덕평봉 - 선비샘 - 영신봉 -
세석대피소 (중식) - 촛대봉 - 삼신봉 - 연하봉
16:30 장터목대피소 도착 (1박)
○ 2002. 7. 24(수)
03:00 기상 - 천왕봉 등산 - 해맞이 감상
07:00 아침식사
08:00 장터목 출발 - 참샘 - 하동바위 - 백무동 도착(11:30)
14:40 백무동 출발 - 남원터미널 - 남원역 출발(15:50)

○ 7. 21(일)
여름휴가를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하기로 대학동기 이주민이와 약속을 하고 휴가계획을 수립, 함께 문래동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시장을 보았으나 7월 20일부터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이 북상하더니 지리산이 있는 경남, 전남북, 제주 등에 호우주의보가 발령이 되어 지리산 입산통제가 되었다. 7월 20일 토요일 저녁까지 주민이와 계속 통화를 하여 일단은 계획대로 7월 21일 일요일 아침에 가는 것으로 하고 배낭을 챙겼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TV뉴스를 시청하니 전남북, 경남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어 집중호우가 예상되어 비 피해가 많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매시간 뉴스마다 방송되자 급기야는 7시경에 주민이와 통화하여 지리산 산행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없어 계속하여 131 기상청 예보 전화다이얼을 누르면서 오전을 집에서 보냈다. 기상청의 기상특보가 지리산에 있는 전남, 전북, 경남의 3개 시도중 어느 한곳에 발령이 되면 지리산 관리공단에서 입산통제를 한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하여 알고 난 후 계속해서 131번 기상예보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그러던중 12시경에 호우주의보가 해제되어 지리산 입산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22, 23일까지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는 그대로 였으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21일 밤차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22:49분에 영등포에서 구례구역에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범준이와 범식이는 서울에 아직 비가 오지않아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않고 있으며 아빠가 함께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아무 불평없이 잘 따라주었다. 아들 두녀석을 함께 앉히고, 나 혼자 앉았다. 다행히도 기차 안에는 배낭이 커 보이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어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었다.


○ 7. 22(월)
전주역에서부터 눈이 떠져 더 이상 잠이 없어, 131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04:00부로 다시 전남북에 호우주의보가 발령이 되었다. 그러나 전주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좋아지겠지 하고 계속 캄캄한 밖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으나, 남원을 지나 구례에 접어드니 차창가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04:30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제법 비가 많이 내렸다. 역광장으로 나오니 등산객이 30여명이 되었고 많은 사람이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향하였으나, 우리는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처럼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그리고 부모 4명이 함께 지리산으로 가는 일가족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내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지금 입산통제를 하고 있으니 성삼재까지 택시를 타고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니까 이해를 하여 우리와 함께 구례터미널까지 시내버스로 갔다.

통상 서울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야간 열차 도착시간에 맞추어(5:00경) 구례구역에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구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성삼재행 첫 버스(6:00경)를 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알았다.
구례터미널에서 개스통 1개와 라이타을 구입하고, 필름을 사려고 하니까 3,000원이나 되어 너무나 비싸다고 생각하여 구매하지 않았다.(연하천에서 5,000원, 벽소령에서 4,000원에 판매) 택시비를 아낀 것으로 김치찌개로 아침식사를 하고, 성삼재행 버스를 탔다. 천은사 매표소에서 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입장권을 발매하면서 입산통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혹시 입산통제가 풀렸나 기대를 하였다.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하여(6:50분경) 버스에서 내리니 계속 내리던 빗줄기가 더욱 굵어져 배낭속의 우의를 꺼내어 입고 노고단대피소를 향하였다. 일가족 한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범준이와 범식이의 지리산과의 첫 만남을 시작하였다. 짙은 안개속에서 저녁에 내린 빗물이 작은 계곡을 이루어 내리는 계곡소리를 들으면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였다.(8:00) 그러나 역시 예상한대로 입산통제를 하고 있었고, 아침에 우리보다 앞선 등산객과 어제 저녁에 노고단에서 1박한 등산객을 포함하여 100여명이 대피소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서 침낭을 꺼내어 어제 못 잔 잠을 범식이와 함께 자고 범준이는 안달이 나서 왔다갔다 하였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조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일단은 점심은 이곳에서 해먹고 천천히 내려가자고 설득하니 이해하고 범준이도 옆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11:00경 대피소 직원이 광고를 하는데 입산통제가 언제 해제될지 모른다고 하면서, 노고단 대피소 예약관계를 설명하면서 오늘 예약된 사람들이 올라온다고 연락이 왔다고 하면서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대기자 명단에 올리겠다고 하면서 하산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하였다. 순간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일부는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우리는 순간 갈등하였다. 그러나 일단은 점심은 해 먹기로 하였다. 취사장에서 라면과 밥을 해서 먹고 있는데 대피소 직원이 뛰어오더니 입산통제가 해제되었다고 광고를 하였다.(12:30경)

우리는 먹던 밥을 재빨리 먹고 13:00경 노고단대피소를 뒤로 하고 출발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노고단 정상부근까지 올라갔으나 안개가 너무나 많이 끼어 앞을 분간하지 못하였고, 등산로 초입을 찾지 못하여 통제초소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서야 초입을 찾을 수 있었다. 순간 두 아들녀석이 아빠에 대한 신뢰가 조금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으나 안개가 너무나 많아 녀석들도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일단 숲속으로 난 길로 접어드니 시야는 계속 짧았으나 우리 가족 3명만이 가는 호젓한 산행이었다. 조금 가니 돼지령이 나오고 임걸령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판초우의를 입고, 애들은 1회용 우의를 입혔다. 더운 날씨에 비닐우의를 입으니 몹시 불편한 모습들이었다. 범식이는 모자를 쓰고, 범준이는 모자를 쓰기 싫어해서 우의에 달린 모자를 쓰도록 하였다.
제일 앞에는 범준이와 범식이가 교대로 서고 제일 뒤에는 내가 따라가는 형태로 산행을 하였고, 제일 앞에 가는 사람에게는 "대장"이라는 호칭을 부르기로 하고, 휴식시간이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대장은 항상 대원들중에서 제일 힘들어하고, 느린 사람에게 보조를 맞추고 속도를 맞추어 가는 것이 대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사람을 잘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임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노루목에 도착하고 얼마가지 않아 반야봉에 오르는 갈림길에서 반야봉쪽으로 올랐으나 바로 삼도봉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었다. 삼도봉에 도착하여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주니까 3개 도를 우리처럼 빠르게 통과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며 두 녀석이 표지석을 한바퀴 삥 도는 것이 아닌가! 3초만에 전남, 전북, 경남 3개도를 지나가다니!!!
삼도봉을 거쳐 화개재로 향하는 내리막 길에는 계단이 수도 없이 지루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걸어가면서 쿵쿵따 게임도 하면서 지리산 나무와 곤충, 야생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내려갔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화개재부터 토끼봉까지 오르막길에서는 범식이가 몹시 힘들어하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여 쉬는 시간과 회수를 많이 하였다. 범준이는 힘들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오늘 어데서 자냐고 물어보았다.
예약한 벽소령대피소까지 가기는 무리일 것 같고, 연하천대피소는 예약을 하지 않았고 갈등이 되어 범준이에게 설명을 해 주고 연하천대피소 도착하는 시간을 보아서 결정하자고 하였다.
혼자 산행하는 총각을 만나게 되었는데 지리산에는 처음이라 하였다. 그 총각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토끼봉도 지나고 총각샘부근까지 오게 되어 총각샘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총각샘을 보여주겠다고 하니까 힘들어 하면서 빨리 연하천 대피소로 향하자고 하여 그냥 통과하게 되었다. 총각샘을 지나니 중학생 하나가 무릎에 붕대를 감고 힘들게 가고 있어 말을 붙이니 일행은 먼저 가고 자기는 다리가 아파서 천천히 가고 있다고 하면서 괜찮다고 하였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18:20경이 되었고, 많은 사람에 취사장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 대피소 사용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젊은 주인을 만나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였다. 오히려 우리 뒤에 등산객이 더 있냐고 묻길레 노고단대피소에서 출발을 늦게 했기 때문에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하니 자리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자리는 범준이 범식이 어린이 때문에 여자들이 사용하는 2층으로 배정을 받았다.
취사장에서 김치찌개를 끓이고 집사람이 준비해 준 밑반찬을 꺼내어 식사를 하는데, 낮에 만났던 총각의 식사가 햇반에 컵라면임을 알고 함께 하자고 하니 매우 좋아하면서 합석하여 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범식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여 매우 기특하였다. 연하천대피소 물은 매우 차가워서 저녁에 설거지하기에는 어린이한테는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잘 해주었다. 총각하고 준비한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두 녀석을 데리고 나와 양치질과 손발을 씻게 하였다.

옷보따리와 쌀봉지를 이용하여 베개를 만들어 주니 매우 좋아하였다. 초저녁에는 시끄러운 소리, 늦게 도착하는 사람 등으로 잠을 쉽게 들 수가 없었다. 범준이가 잠이 들자 범식이가 11시경에 깨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화장실을 가자고 하니까 너무 더워서 깼다고 하면서 잠바를 벗고 다시 잠드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다.

○ 7. 23(화)
아침 6시경에 일어나니 두 녀석은 한참 꿈속에 있어 조용히 내려와 취사장으로 향하였다. 날씨는 언제 비가 왔는가 싶을 정도로 시원하고 바람이 좋고, 햇살이 나무사이로 비치는 맑은 아침이었다.
우거지 곰탕을 끓이고 밥을 하고 있으니까 두 녀석이 일어나서 취사장으로 달려오더니 아침메뉴가 뭐냐고 하길래 코펠 뚜껑을 열어 눈으로 확인시키니까 매우 좋아하였다. 물론 총각과 합석하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우거지 곰탕이 너무 맛이 있다고 두 녀석이 말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식사후 이번에는 범준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여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빠의 힘든 점과 녀석들도 무엇인가 도움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 지리산 종주를 아들들과 함께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8:20분경 출발하면서 오늘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겠다고 설명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지리산 감상도 많이 하자고 하였다. 바람도 선선하고 햇빛도 적당히 비추고, 하동쪽으로 운해는 정말로 멋있게 펼쳐져 있었다. 형제봉의 형제바위를 지나갈 때에는 범준이와 범식이 형제는 지리산 형제봉처럼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고 다음에 기회가 닿는다면 둘만이 지리산 종주를 하도록 권하였다.
9시 50분경에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였다. 98년 엄마랑 지리산 종주할 때 이곳에서 1박을 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남아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였다고 설명을 하면서 이곳에서 엄마한테 캔 콜라 한 개를 사주었다고 하면서 하나씩 먹으라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사양을 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였다. 멋있는 빨강 우체통 옆에서 사진도 찍고,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10시에 출발하여 선비샘으로 가는 길이 옛날에 도로였다는 점을 이야기하니까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돌 축대를 보고서야 이렇게 높은 곳에 도로가 있다니 매우 신기한 표정들이었다. 도로 양옆 다래나무에는 조그만한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선비샘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에 목을 적시고 간식으로 건포도를 꺼내어 먹었다. 점심을 세석대피소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늦은 점심이 될 것 같고, 또한 선비샘에서 세석까지는 종주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였던 점을 감안하여 물과 간식 보충을 충분히 하기로 하였다.
칠선봉, 영신봉을 오르는 곳곳에 조망이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되돌아보며 걸어온 길도 설명을 해주었다. 1시경 드디어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취사장 앞 나무탁자에서 점심을 하는 동안 두 녀석한테 물을 떠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니 잘 갔다오는 것이었다. 3분짜장에 햇반과 라면으로 풍족한 점심을 하였다. 햇반과 아빠가 해준 밥과 어느 것이 좋으냐고 두 녀석에게 물었더니 몹시 기분 좋은 답을 하였다.
세석대피소는 지난번 엄마하고 종주할 때 1박한 곳이라고 설명하고, 주위의 철쭉꽃에 대하여 설명도 하였다. 촛대봉에 오르니 천왕봉과 노고단이 모두 보이는 바위에 올라 지도를 놓고 설명을 하였다. 하동쪽 운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독사진도 찍었다.

삼신봉과 연하봉을 거쳐가는 길은 쉽고 조망이 좋아 천천히 갔다. 범준이 범식이에게 천왕봉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주면서 내일 새벽 일출 산행에 대한 예고를 해 주었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경이 되었다. 대피소에 예약자 명단에 확인시키고 저녁을 일찍 해먹기로 하였다.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들들은 장터목 마당에서 장난을 치고, 고추잠자리를 잡고 즐겁게 뛰놀았다. 참치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고, 고즈넉이 석양을 감상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갖았다. 범준이가 장터목 마당에 깔려있는 자갈 중에서 하얀 돌을 주워와서 어떤 돌이냐고 묻기에 부싯돌을 하는 차돌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서편으로 저녁놀이 붉게 물들고, 한편으로 동편에는 보름이 가까운 둥근 달이 솟아올라 운치를 더 하였다. 30대 두 남자와 합석이 되어 그들이 가져온 PT병 소주를 종이컵에 한잔 먹으면서 지리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친구는 뱀사골로 입산을 하였는데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어 입산금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산하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규정은 지킴으로써 안전과 안정을 획득할 수 있다고 점잖게 설득을 하였다.

경주에 있는 교회에서 중고생들이 60여명 단체로 와 주위가 매우 시끄럽고 소란스러워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리 관리직원에게 방 배정할 때 초등학생 2명이라 한쪽 구석으로 돌라고 해서 제석봉실 2층 구석에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다..
새벽 일출구경을 위한 렌턴과 물통을 범식이 배낭에 넣어 정리하고 잠을 자려했으나 이상하게도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11시경 범식이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여 데리고 가서 볼 일을 보고 오면서 하늘을 보니 별은 많이 보이지 않으나 날씨는 일출을 보는 데 지장이 없으리라 생각됐다.

○ 7. 24 (수)
3시 25분 알람을 맞추었으나 3시 40분경에 잠이 깨었다. 주위 사람 모두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어서고 있었다. 범준이와 범식이를 조용히 깨우니 금방 일어나는 것이었다. 짜증을 내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서 옷을 입고 렌턴을 찾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좋았고, 달빛이 너무나 좋았다. 화장실에서 버릴 것을 버리고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렌턴이 2개인데 각자 한 개씩 주고 범식이가 선두에 그 다음에 범준이 그리고 내가 제일 뒤에서 서서 오르기 시작하였다. 달빛이 좋은 곳에서는 범식이 랜턴을 끄도록 하고 범준이 렌턴만 비추도록 하였다.
통천문에 올라서니 서편에 운해 위에 떠 있는 보름달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하동, 진주쪽 운해는 말 그대로 구름 바다였다. 사진도 찍으면서 일출예정시간 5시 15분까지는 넉넉히 도착할 것 같아 천천히 올랐다.
마침내 4시 50분에 천왕봉에 도착하였고, 벌써 동쪽에는 붉은 빛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서쪽에 있는 하얀 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붉게 변화가 되었다. 마치 달에서 해로 바뀌듯이.
주위 사람들 모두 다 일출이 이렇게 멋있게 된 것은 처음이라고 감탄을 하였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지리산 일출을 본다고 하였는데, 3부자가 산행을 하였더니 이렇게 멋있는 장관을 보게 해 줄줄이야. 하느님과 산신령님께 감사를 드렸다.

기념사진도 열심히 찍고, 삼부자가 천왕봉 표지석을 중심으로 한컷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30여분간 있는 동안 범준이가 윈드자켓을 입지 않아 추워져 바로 하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산하는 동안 제석봉에서 고사목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고사목이 주목으로 알고 있는데, 밑에 있는 구상나무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두 나무 특성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봐야 하겠다.

산장에 도착하자 아침을 준비하였다. 쌀이 점심까지 먹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항상 함께 식사했던 총각보고 라면을 하나 더 사라고 했다. 라면 2개로 국 대용으로 하고, 점심 밥을 남기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총각은 늦게 중산리로 내려간다고 하면서 남은 반찬을 가져가도 되냐고 하여 나누어 주었다.
아침식사후 소문으로 듣던 화장실에서 큰 것을 떨구어 냈다. 범식이와 범준이도 함께 볼 일을 보았다. 아이들이 화장실이 바뀌거나, 냄새가 많이 나는 간이 화장실에서는 볼 일을 보지 않으려 하나, 장터목 화장실은 다르다고 설득하여 범준이도 볼 일을 보게 하였다.

8시 20분경 하동바위 코스로 하여 백무동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두 녀석 모두 내려간다는 사실과 계속 해서 내려가는 길이라는 점과 하산후 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기대감으로 매우 즐거워하였다.
처음 입산부터 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도록 가르쳐 놓았더니 하산시에는 올라오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니까 모두 다 두 녀석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하여 백무동 계곡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계속되는 너덜지대가 지겹게 하였지만 다들 즐겁게 하산을 하였다. 내려가다 보니 어제 저녁 소주를 함께 마셨던 두 사람도 같은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한사람이 무릎에 통증이 많아 우리가 앞서게 되었다.

10시 20분경에 참샘에 도착하고, 드디어 백무동 계곡 매표소에 도착하니 11시 30분경이 되었다. 길가에 있는 막걸리 집에서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버스 정류장이 가까우면서 계곡에서 발을 담글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로 하고 내려가니 계곡쪽으로 큰 음식점이 있었다.
배낭을 풀고 메뉴판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선택하라고 하니까 멧돼지 불고기를 시켰다. 3인분과 동동주를 시켰고, 주인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해서 밥은 아침에 한 코펠에 있는 것으로 먹겠다고 하니 흔쾌히 대답을 해 주셨다. 동동주가 먼저 나와서 범준이와 범식이에게 한 잔씩 따라 주었더니 조금씩 맛을 보고 마셨다. 두 아들에게 정식으로 술을 먹으라고 권한 것이 처음이었으나 지리산을 종주한 기념으로 무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고1때 큰형님과 작은 형님들로부터 고향 구멍가게에서 맥주를 처음 형님들 권유로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멧돼지 고기는 삼겹살로 생각보다 담백하고 맛이 있었다. 두녀석에게 열심히 구워 주면서 1인분(10,000원)을 추가해서 시켜주었다. 코펠에서 밥을 꺼내 둘에게 퍼 주고 나는 누룽지를 버너에 끓여 먹었다.

식사후 음식점 바로 밑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서 3부자가 물놀이를 하고, 물싸움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정말로 맑은 물에 시원함이 최고였으나, 햇빛이 너무나 강해서 그늘에서 물장난을 쳤다. 두 녀석은 너무나 잘 놀았다. 춘항이와 이도령의 남원 광한루를 관광을 하자니까 싫다고 하면서 물놀이를 많이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여 버스 시간까지 물속에서 놀게 하였다.
남원행 버스에 올라 조금 있다가 두 녀석을 보니 모두다 골아 떨어졌다. 남원터미널에 도착하자 택시를 타고 남원역으로 도착하니 아스팔트가 고무처럼 흐느적거리고 너무나 더웠다. 바로 출발하는 새마을호 열차가 있어 올라타니 15:50경이었다. 다행히도 10분 연착이 되어 탈 수 있었고, 마침 자리가 있어 편안히 올라가게 되었다. 6시에 식당칸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음료수와 나는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 모두 다 잠이 들었다.
6시 20분경에 잠을 깨워 식당칸에 가서 주문을 하니 식사가 모두 떨어졌다고 하여, 맥주 2병과 사이다 2캔을 시켜서 마시면서 지리산산행에 대한 소감을 듣고, 내년 여름방학에는 설악산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처음에 주민이 식구와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호우주의보로 계획이 변경되어 우리 가족 3명만 지리산에 가게 되었으나 무사히 아무 사고없이 잘 마치게 되어 매우 기뻤다. 3박3일간의 많은 시간동안 두 아들과 많은 대화를 하였고, 둘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좋은 경험과 지리산이라는 자연을 가깝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였던 것이 보람이라 생각한다. 두 녀석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성장을 하였으리라 생각하니 지금껏 했던 숱한 산행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산행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또한 지리산 운해와 일출을 가장 멋있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쁨이 배가된 산행이었다.
  • ?
    chs 2002.08.03 12:38
    정말 멋진 가족이시군요~ 행복한 산행 마치신걸 축하드려요..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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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만 2002.08.04 23:53
    우리가족도10일출발예정..많은참고되었구요...저도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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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호젓한 능선지나 계곡에 발 담그고... 2 이 영진 2003.09.15 2281
» 호우속에서 초등 두 아들과 지리산 종주 2 박승용 2002.08.03 2646
1135 호두과자가 유명한 천안의 진산 1 이영진 2002.12.24 2297
1134 호남의 금강산 --- 대둔산 그림 산행기 6 이 영진 2003.03.09 1925
1133 호기심에 사서 한 고생,산죽과의 한판. 5 슬기난 2009.02.11 2452
1132 형제봉능선-삼정 2 file 산사나이 2006.06.19 1985
1131 현충일 연휴-지리산 종주(2박 3일) 8 김수훈 2003.06.10 2943
1130 험하고도 힘들었던 백무동계곡에서의 아름다운 동행 4 file 거북 2010.06.03 3292
1129 향운대(香雲臺) 가는 길 6 구름모자 2004.09.23 2150
1128 행복한 산행후기 chs 2001.12.20 2347
1127 해방구(?) 지리산.... 1 천년송 2002.05.05 1736
1126 함초롬히 반겨주던 진달래와 함께 한 산행! 4 슬기난 2008.05.10 2823
1125 함선생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2 이 영진 2003.06.16 1920
1124 한해를 마무리하러 지리산엘.. 2 chs 2002.01.02 2064
1123 한여름의 지리산 7 전군 2003.09.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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