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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할아버지 문집을 번역하는중에 지리산 천왕봉을 등산하고 쓴 기행문이 있음을 알았고 그 전문을 번역하여 저의 홈페이지와 제가 자주찾는 이 사이트에 올립니다. 할아버지가 당시 등산한 코스는 중산리에서 천왕봉, 세석평전, 거림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1947년도 당시에는 천왕봉에 사당이 있었고 세석평전에 사람이 살았던 사실을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저의 홈페이지안에 있는 추연문집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저의 홈페이지는 www.kwonlaw.com 입니다. 방문하셔서 게시판에 인사말을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변호사 권문상 배상


登天王峯記(등천왕봉기)


방장산은 우리나라 삼신산의 하나이니 그 최고 높은 봉우리를 천왕봉이라 하는데 아득히 허공속에 솟아 멀리서 바라보면 올라가지 못할 듯 한데에도 등반하여 노는 사람들이 항상 끊이지 않은 것은 장관이 여기에 견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해년(1947년)봄에 나는 여러 친구들과 한번 등산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단산 인곡으로부터 백운동에 이르러 일박을하고 그곳을 나와서 덕천을 거슬러서 경의당(敬義堂)에 이르러 남명선생(南冥先生)의 사당을 배알하고 그 이튿날 아침 가랑비를 맞고서 출발하니 음력 삼월삼십일이다.


사십리쯤 가서 중산리(中山里)에 도착하니 정오가 되었고 날씨도 쾌청하였는데 산을 여기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점심이후에 사람들은 몇되의 쌀을 짊어지고서 시내를 따라 힘들게 걷고 작은 오솔길로 나무숲을 지나가니 그 사이에 길을 분간하지 못할 부분이 많았고  사방에 기이한 나무들이 많았다. 이상한 새들은 시냇가에서 울고, 폭포의 물소리는 산골짜기를 진동하였으며 더러는 맑은못 하얀 바윗돌이 허공을 비치니 마음에 즐겁고 볼만하였다.


곧바로 꺽어 올라가지 못하고 산등성이 길로 올라가니 더욱 구불구불하고 늙은 등나무는 나무에 뒤엉켜있는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있고 이무기가 거꾸러져있는 것과 같았으며 떨어진 낙엽은 발이 파묻힐 정도였다. 낙엽을 헤치고 삼십리를 올라가매 작은 가람이 하나 있으니 그 곳이 법계사(法界寺)이다. 초탈하여 사람사는 경계가 아니듯 하였고 해 또한 저물어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바위위에 올라가 노인성(老人星)을 기다렸지만 날씨가 흐려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이튿날 천왕봉을 바라보고서 올라가니 이로부터 십리쯤인데 험한 산길은 몇배나 힘들었다. 이를 몇시간동안 헤매어 올라가니 마치 나의 몸은 하늘에 오르는 것과 같았다. 서남쪽으로 대치하여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산봉우리는 반야봉이며 그 나머지는 감히 우러러 바라볼 수 없었다. 많은 산들이 앞에 나열하여 엎드려 있는 것은 모두가 마치 대장의 깃발을 바라보고서 지휘를 받는 것과 같았다. 영,호남 두 고을의 지역은 좌우로 바라보고 있는데 마치 방달(房 )과 같으며 바깥으로는 바다가 아득하여 눈을 다하여도 미치지 않고 인간세를 굽어보니 마치 초파리와 같고 달팽이 뿔과 같았다. 저 만,촉(蠻觸) 두나라가 분분하게 아옹다옹 싸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천왕봉 봉우리 정상 가까운 곳에 나무는 없고 바위들이 많으며 층층한 봉우리위에 높다랗게 바위가 하나 서 있으니 그 곳이 일월대이다. 바위 곁에는 고금의 사람들이 글자를 새긴 것이  많고 그 아래에 나무를 쌓아 집을 만들었는데 이는 등산객의 잠자리에 대비한 것이었다. 산신사(山神祠)가 일월대곁에 있는데 돌로 만든 탑과 석상으로 가서 절을 하며 성인이 내려와 세상을 구제해 주기를 빌었다. 산의 서쪽 길을 따라 내려오니 기암과 기이한 봉우리들이 앞에 있어 호랑이와 표범이 꿇어 앉아있고 신선과 부처가 걸터앉아 있는 것과 같았으며 떨기로 서있는 삼나무와 전나무는 모두 북쪽으로 드리워져있고 남쪽으로 가지가 뻗지 못한 것은 바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길은 바위구멍으로 떨어져 내려가는데 겨우 한사람을 용납할 만하며 나무 사다리가 아니고서는 통할 수가 없으니 이를 통천문이라 한다. 조금 내려와서 돌아보니 산봉우리 위는 이미 백운의 사이에 걸쳐있었다. 삼십리길을 걸어 세석평전에 도착하니 세상에서 말하는 청학동이다. 넓고 광활하여 주위가 십리쯤 되며 다른 볼거리는 없었으며 단지 작은 바위들이 노란 잡초사이로 널부러져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빙 둘러가다 남쪽으로 나무숲사이에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고서 그곳으로 찾아가니 상수리나무로 엮은 집이 바위사이에 듬성듬성 있었고 밭두덕도 보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모두다 다른 지방의 말씨를 쓰고 있었다. 양씨노인의 인도로 그 집에 잠을 자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말들을 들을만한 것이 많았으며 눈앞에는 곧바로 동남쪽으로 바다가 통하는데 맑은 날씨면 은은히 배가 보인다라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안개가 아득하니 계곡밖 산아래는 안개가 자욱하지만 산위에까지 올라오지 않은 것은 바로 이것으로 그 높이를 측량할 만 하였다



다시 돌아 조금 내려올 즈음에 석문이 있었는데 그 높이는 한발 남짓 되었고 넓이는 그 절반쯤 되었으며 이는 마치 사람이 정교하게 깍아 놓은 듯 하였다.  고을로부터 나오는 자가 이 길을 따르지 않으면 따라서 내려올 길이 없다. 긴 골짜기 삼십리를 내려와 거림리에 이르러니 이곳은 지난번에 산아래로 지나간 적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온 것을 돌이켜 생각하여보니 하늘 위에서 내려온 듯 싶었다.


이번 길은 천왕봉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다른 여러 산들의 아름다움을 다 구경하지는 못했으나 가슴이 열리고 시계의 드넓음을 평생에 처음 느껴본 일이라 말할만 하니 지난날에 등산이라고는 별로 하지 않다가 새삼 산다운 산을 처음 올라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함께 등산하였던 사람으로는 남경진,이대원,심정옥,권뇌경,권공술,권응중, 그리고 나 이렇게 일곱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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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2003.03.13 23:09
    귀한 글 고이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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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철 2003.03.13 23:28
    좋은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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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3.14 00:20
    제가 47년생 입니다.權변호사님의 祖父님께서 56년전에 중산리.법계사.천왕봉.세석을거쳐 거림으로 내려오셨노라는 등산기를 몇번을 읽어봐도 신기하고 보물같습니다.집세기에 괴나리봇짐 차림이었을까요.취사도구는요.귀한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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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3.14 10:49
    글이 고졸하고 운치 있으며 묘사가 핍진하여 가히 명문입니다.중학교 국어책에 실어도 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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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3.14 11:25
    근현대에 이르러 기록한 귀한 '천왕봉등정기'...감동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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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2003.03.14 19:33
    아름다운글 잘읽었습니다. 좀더 지리산을 사랑하게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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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근 2003.03.17 15:54
    옛어른이 오른 산길은 어찌 그렇게도 운치가 있는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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