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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그림엽서를 꼭 부쳐보자 !!

11:40, 벽소령이다. 연하천 대피소로부터 2시간 15분 걸렸다.

대피소가 참으로 아름답다.

빨간 우체통이 인상적이다.

엽서가 있으면 내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매점에서 파는지리산 정경을 담은 사진엽서가 있겠다 싶다.  

역시 사람들이 제법 많다.

탁자를 넓게 차지하고 된장에 싱싱한 고추를 팍~ 찍어 맛있게 오물대는 어떤 아저씨의 도톰한 볼이 얄밉기까지 하다. 하하

우린 또 변함없이 컵라면 두 개에 햇반 하나 사서 말아 먹으면서도 즐겁다.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한 피로가 느껴진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등산화를 벗고 눈을 감았다.

한 10분 쯤 잤나보다.

두툼하게 생긴 한 남자가 분주히 마당과 매점을 오가며 일행 여자들에게 과자를 사다 줬다가 음료로 바궈줬다가 다시 과자로 바꿔다 주는 지극정성의 작은 소란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저 남자는 어찌 저렇게 화도 안내고 저럴 수 있을까 ?'

산에서까지 공주처럼 대접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남자가 자발적으로 그러는 것인지....

우린 지리산 지도를 하나 샀다.

새삼 도상연구를 하면서...., 또 우리의 행적이 가히 놀라워서 또 한번 웃었다.

 

12:40,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원래는 13시에 출발하려 했는데 쉴 만큼 쉬었단 생각도 들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서 시원한 캔맥주 짜릿하게 마시는 벅찬 희망을 조기에 실현하자며 서둘러 일어선 것이다.

햇살이 참으로 쨍쨍하다.

대피소로부터 한 20분 쯤 까지는 비교적 평평하고 밋밋하였다.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걷다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땡볕에 노출되어 있는 천마산 능선을 타는 기분이다.

서서히 가파른 길은 다시 시작되고....

 

13:20, 세석대피소까지 대략 5Km 정도 남았다 싶은 곳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려니 튼실한 다람쥐가 반겨준다.

빨간색 등산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사진을 찍었는데 영락없는 파업노조원이다. 하하

 

13:30, 다시 가파른 길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주 풍부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샘터가 있다.

아주머니 한명이 포함된 4명의 일행이 우리가 도착을 보면서 휴식을 끝내고 출발한다.

우리는 차가운 물을 흡족히 마시고서...., 작은 물병 세 개를 그득 채우고 다시 걸었다.

길이 만만치 않다.

등산로의 가파름이 피로도와 함께 합세하여 좀 지루하기까지 하였다.

 

14:20, 휴식을 취한다.

앞서던 무리들도 거기 쉬고 있다. 그들과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즐겁다.

자칭 전문산악인이라면서..., 우리보고 자기들 보다 산을 더 잘 타는 것 같다며 농담을 한다.

고향이 충청도 서산쯤일 것 같은 말투와 억양이 후덕하고 정겨워 보인다.

멀리 건너편 산자락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우리가 서있는 바로 아래 계곡까지 순식간에 구름에 덮여버린다.

 

14:50, 칠선봉이란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문산악인’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들이 쉬면 우리도 쉬고...., 천천히 여유 있게 가파른 나무계단들을 통과하고...., 죽어서도 그 자태를 흩트리지 않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푸르른 숲 속에서 도도하게 죽어있는 거목의 과시욕이라 해야할까 ?

서늘한 습기 머금은 바람이 순식간에 몰려와 그 숲을 감싼다.

멀리서 본다면 이게 마냥 아름다운 구름이겠다 싶었다.

어찌나 길고 또 길던지...

15:40, 세석대피소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대피소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미처 예약을 못한 사람들이 대기접수를 알아보랴 어쩌랴 자못 소란하기까지 하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부터 줄곧 우리를 앞서가던 그 무뚝뚝 아저씨도 보인다.

우리는 최대한의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며 캔커피와 음료를 즐겼다.

대학교수라는 어떤 분은 야생초를 뜯어 와서 대피소 직원을 당혹케 하나보다.

그게 곰취라는 산나물이라고 했다는데..., 대피소직원은 독초를 뜯었다면서 펄쩍 뛰며 놀란 표정이다.

에휴~ 국립공원관리공단직원 해먹기도 무지 어렵겠다 싶었다.

잠자리 관리하랴 등반객들 독초 뜯는거 관리하랴....

그때 화장실에서부터 마주친 아주 귀여운 꼬마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아저씨~ 어디루 가요 ?"  

자기네도 장터목으로 간다며 재잘재잘..., 어찌 저리 총명하며 건강할 수 있을까 싶었다.

 

16:05, 세석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조금 올라가는데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피소에 공사자재인 듯한 것들을 내려놓고 오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매끈하게 생긴 젊은 친구 한명이 삼각대를 멋있게 세워 놓고 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멋진 세석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또 찍으며 즐거이 장터목으로 향했다.

우리에게도 이제 여유가 몸에 밴 것이다.

그 매끈남은 우리하고 서울역에서 같은 열차를 타고 와서 남원에서 내렸다며, 대피소 예약을 못했기 때문에 침낭을 준비해왔다 했다.

 

16:40, 촛대봉에 도착했다.

꺼놓은 줄로 알았던 핸드폰에서 메시지 수신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서 온 것도 있고..., Eric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음도 알수 있고...., 기회는 챤스라고....,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우리의 '장함'을 만방에 떨쳤다.

모두 부러워하는 목소리... 하하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많이 쉬었다.

세석대피소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17:30, 힘겹게 비탈길을 오르니 세석대피소에서 봤던 그 귀여운 꼬마 녀석이 지도책을 살펴보며 자기 아빠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자기네와 함께 가자며 꼬마 녀석이 적극적이다.

금요일부터 종주하는 중이라면서..., 9살이라 한다.

[이진혁]이라고 밝힌 그 녀석이 그저 놀랍고 기특하고 이쁘기만 하다.

귀여운 표정을 카메라에 담고..., E-mail로 보내주기로 했다.

 

17:40, 휴식을 끝내고 출발했다.

자기는 생일이 12월 29일이고, 누나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아빠와 엄마의 나이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까지....

"아저씨, 우리 아빠두 기다리면서 좀 천천히 가요~!!" 하며..., 정말 정신없이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하하

이제 저 고개만 넘으면 장터목이란 생각이 드는 지점에서 사진도 찍고...., 문득 허기를 느꼈다.

Hera와 나는 빨리 장터목에 가서 맥주에 쏘세지를 안주로 시원하게 들이키자며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았지만 그 순간부터 피자에 족발에 양념치킨에 김치전에 해물파전에...., 심지어는 사소한 새우깡까지 별 게 다 먹고 싶어졌다.

그래, 저 언덕배기만 넘으면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고 고대하던 장터목대피소다~!!

진혁이는 재잘거리며 자기 아빠를 부지런히 챙기며 잘도 따라온다.

아무리 봐도 예쁘고 귀여운 아이다.

18:10, 드디어 장터목에 도착했다.

왁자지껄..... 대략봐도 7-80명은 될 듯한 대학생들 무리가 진을 치고 있다.

일반인들도 꽤나 많다.

우와~  여기도 예사롭지 않다. 매점으로 올라가봤다.

맥주 ?? 그런건 애시당초 팔지도 않는댄다. 으악~!!!

연하천이나 뱀사골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파는 거라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의 희망을 산산이 부숴 버린다.

오~!! 신이시여, 어찌 우리를 이리도 심하게 내 치시오니까 ??

쏘세지에 맥주 하나 시원하게 마시구 깊게 잠자겠다던 우리의 소박한 꿈을 어찌 이리도 모질게 깨어 부숴 버리오니까 ??? 하하  

우린 또 변함없이 컵라면에 햇반하고 김치 사서 아주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예약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정 절차 등등이 지나고...., 모포를 지급 받아서, 아마 8시도 안되어 잠에 빠진 듯하다.

 

진혁이를 만난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담에 형아랑 또 지리산에서 만날수 있기를...

  • ?
    운영자 2003.06.27 17:19
    싱그러움. 경쾌한 음악 , 사진들. . .
    입가에 멋진 미소가 생기려고 합니다.
    사진들 남은거 있으면 사진방에도 올려 놓아 주세요.
    모든 사람에게 선사하세요.
  • ?
    구경꾼 2003.07.02 16:42
    아~~ 저도 옛날 생각나네요.. 정말 정말 힘들었는데.. 자빠지기도 엄청 자빠지구요.. 사진속에 모든 것이 생각나네요.. 또 가고 싶지만..넘 힘들었기에.. 흑흑 참 빨간수건은 정말 노조원 같았어요.. ^^
  • ?
    네오문 2003.07.02 18:19
    ::: 구경꾼님, 기초체력을 유지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전 꾸준히 수영을 해서인지 체력적으로 힘든다거나 그런건 없더라구요. 지구력을 기르는 운동을 지금부터 시작하여 가을에 한번 지리산에 안겨보시죠 ? 그리고 파업노조원 사진은 그냥 애교로 봐주세요~!! 하하
  • ?
    쏘나기 2003.07.03 19:50
    네오님.. 여친이랑 이번 휴가는 의미있는(?)지리산 등반을 하려합니다.
    네오님께서 가이드하신 이 코스를 따라..이몸 산에 함 맡겨볼랍니다.
    자세하고 구구절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거의 첨이라 할수있는 지리산 등반에 좋은 안내자가 되어주신 네오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
    네오문 2003.07.03 21:31
    쏘나기님, 즐거운 산행되시길 빕니다. 근데 천왕봉 일출을 고집하지 않고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계획을 잡으시면 여친을 위한 배려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회사 Hera는 마라톤 하프코스나 지리산종주나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철녀라서 거기 비교하면 안될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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